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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한 유기체, 예술예술, 변화무쌍한 유기체

2022년 11월호(157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4. 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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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미정의 문화·예술 뒷이야기 10]

 

변화무쌍한 유기체, 예술
예술, 변화무쌍한 유기체

 

지난여름 지방의 모 도립미술관에서 올린 기획 전시는 그 내용으로 인해 관람객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그로 인해 동물보호단체로부터 동물학대 논란이 제기돼 철거되었다. 기획전의 제목이 ‘애도: 상실의 끝에서’였던 이 전시는 전쟁과 전염병, 각종 재해 등 개인에게 일어나는 심리적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승화의 과정을 추적하기 위한 전시였다고 한다. 논란이 된 작품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15마리의 살아있는 금붕어를 링거병 안에 넣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금붕어가 서서히 죽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제작된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만든 작가의 의도는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폭력성과 이중성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결국 전시된 금붕어 15마리 중 5마리가 폐사했고 미술관은 이 작품을 철거했다. 


이쯤 되면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현대미술 작가가 있을 것이다. 바로 데미안 허스트다. 
얼마 전 독일의 한 미술관에서는 죽어가는 파리 떼를 전시한 데미안 허스트의 ‘백년’이라는 설치 작품이 동물보호단체(PETA)의 민원으로 해체된 일이 있었다. 이 작품은 커다란 유리 상자를 두 부분으로 나누어 한쪽은 부화하는 파리 떼를, 반대편에는 밝은 빛으로 곤충을 죽이는 형광등을 달아두었다. 파리가 빛이 나는 공간으로 유인되면 소각되는 형태로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을 만든 데미안 허스트는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가이나 그의 작품은 생명과 죽음을 도발적으로 표현하고 활용한다는 지적을 받으며 늘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작가이다. 우리나라 리움 박물관의 10주년 기념전에서도 수백 마리의 나비 날개를 뜯어 붙인 작품이 전시되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지금은 미술계의 거장인 이강소 작가는 1975년 파리비엔날레에서 닭 발목에 끈을 묶고 이를 전시장 목재 기둥에 묶었다. 그리고 기둥 주변에 석고 가루를 뿌려 닭이 돌아다닌 흔적을 관람하게 했다. 이른바 ‘닭 퍼포먼스’였다. 2018년 개인전에서는 파리비엔날레에서 했던 닭 퍼포먼스를 ‘무제 75031’이라는 이름으로 재연해 동물학대 논란을 야기했다. 당시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이 작가가 동물학대 비판을 무시하고 계속 닭 퍼포먼스를 재연하고 있다”며 전시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예술은 정답이 없다. 특히 미술은 관람하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가장 자유로운 영역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현대미술을 어렵다고 느끼기도 한다. 정답이 없으니 작가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잘 감상하고 있는지, 내가 느끼는 것이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미술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은 자신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을 비롯한 각종 매체를 통해서 그림에 대해 미술사에 대해 알고 싶어 하고 전시나 아트마켓을 찾아다니며 식견을 넓히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하나의 진실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생명은 소중하며 어떤 이유에서건 함부로 다뤄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던 독일 미술관을 상대로 동물보호단체(PETA)는 동물보호법을 위반했다는 명목으로 소송을 제기했었는데 그 당시 미술관장은 “파리는 동물 보호법에 해당되는 동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독일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었다. 미술관이 동물보호단체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것도, 이강소 작가의 닭 퍼포먼스가 1975년 파리비엔날레에서는 가능했지만 2018년 개인전에서는 공격받았던 것도 미술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만 있다면, 유명세를 얻을 수만 있다면, 다소 충격적이거나 기이한 퍼포먼스도 용인되었던 시절이 지나 인간 생명의 존엄성, 더 나아가 생명권, 동물권까지도 주장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정답 없는 미술세계에서 그래도 미술사를 공부하고 평론가들의 평론을 귀담아 들으며 끝없이 공부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위에 예로 든 일련의 해프닝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창조적으로 변화시켜주고 늘 생각해오던 방식을 비틀어 참신한 사고를 가능하게 해주는 창조적인 분야가 예술, 특히 미술 분야이지만 세상에 창조된 모든 것은 그것이 미물일지라도 생명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예술은 끊임없이 진화하는 유기체이다. 더구나 그것을 담고 있는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는 가장 변화무쌍한 유기체인 것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손미정
mirha2000@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7>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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