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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변화, ‘홍성 어린이 숲 체험관’

2022년 11월호(157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4. 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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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변화, ‘홍성 어린이 숲 체험관’

 

최근 지인들의 SNS, 잡지들을 보면 한옥사진이나 동영상이 심심찮게 올라오는데 전통적인 것부터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한옥까지 그 디자인과 쓰임새가 다양하다. 특히 용도가 다양해지는 것에 주목해야 하는데 카페, 게스트하우스, 호텔, 사무실, 갤러리, 상점 등 주택이 대부분이던 한옥이 사회문화적 욕구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흐름은 민간영역뿐 아니고 국가나 지방정부 등 공공영역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 중 하나의 사례를 소개하겠다.
우리 회사에서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국가의 한옥기술개발연구단의 연구실증에 참여해왔다. 이 중 직접 설계하고 감리한 ‘홍성 어린이 숲 체험관’은 새로운 형태와 구조를 실험한 한옥이다. 한옥으로 공공시설을 짓는다는 것, 거기에 숲 체험관은 다소 생소한 시설인데다 주 이용자가 영유아들이라 신경 쓸 것이 많았다. 우리는 먼저 아동들을 대상으로 자연환경과 함께하는 한옥공간에서의 놀이와 학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숲과 친숙해 질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더해 시대의 변화에 맞춰 신기술이 적용된 현대적인 모습을 보여줘 고정관념을 깨고 한옥이 다양한 공간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목표를 잡았다.


‘소나무 숲을 끌어안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 계획’
‘숲을 체험한다.’는 행위는 생명의 터전을 경험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면적의 65%이상이 산림이라 주위에서 어렵잖게 산을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는 도시는 인공적인 환경이기에 자연스런 숲을 체험하기가 쉽지 않다. 숲 체험관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숲 체험관을 설계하기 전에 먼저 생각한 것이 바로 ‘숲은 우리에게 무엇인가?’였다. 숲은 나무, 새, 벌레,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들까지 자연 그 자체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사람은 글이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원초적인 감각을 느낀다. 스페인의 유명 건축가인 안토니오 가우디도 바르셀로나에 우뚝 솟은 현대적인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을 설계할 때 카탈루냐의 풍요로운 초목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홍성 어린이 숲 체험관’ 대지는 용봉산자락에서 내려온 무성한 소나무 숲을 끼고 동쪽으로 멀리 고층아파트와 충남도청이 보이는 밝은 땅이어서 도시에 사는 가족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다. 우리는 누구랄 것도 없이 땅을 보자마자 아이들이 소나무 숲으로 쉽게 갈 수 있도록 숲으로 열린 공간을 얘기했고 건물이 숲과 마을의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도록 배치했다. 건물의 형태는 산의 일부로 느껴지도록 자연스러운 S자형 곡선의 평면으로 계획해 숲을 끌어안는 형상이다. 또 지붕꼭대기는 곡선으로 높낮이가 바뀌도록 해서 용봉산에 사는 용처럼 느껴지도록 굽이치는 지붕모양을 만들었다. 이렇게 숲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건물은 내부에서도 숲이 연속된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벽으로 막히지 않게 지붕아래 통 공간을 만들었는데 누마루, 원형계단, 다락, 넓은 계단, 좁은 통로를 두고 아이들이 이 공간들을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배치했다. 
공간을 이렇게 자유롭게 어디든 갈 수 있도록 연결한 이유는 숲속을 걷는 느낌을 이어주고 싶었기 때문인데, 이를 위해 숲 방향으로는 건물의 어느 곳에서도 쉽게 들고날 수 있도록 문을 두었다. 이는 전통조경의 기법인 차경(借景) 효과를 적용했다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실내에서 놀거나 학습하면서 문득문득 숲이 보이도록 한 것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숲의 변화 즉 자연의 순환을 느끼게 해주는 그 자체가 체험이 될 수 있도록 계획했던 것이다. 앞서 동쪽으로 도시가 보인다고 했는데 숲과 함께 건물내부에서 도시경관도 볼 수 있도록 아이들의 눈높이에는 벽을 두지 않고 통유리를 끼워 낮은 긴 창으로 마을과 멀리 도시가 보이도록 했다. 나는 건물이 그 자리에서 주변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숲과 도시가 분리된 것이 아닌 연결된 것임을 아이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숲 체험관, ‘사람도 자연의 일부, 도시도 자연에서 시작’ 
지금까지 얘기한 것은 어린이들을 위한 숲 체험관이 이래야 하지 않을까를 말했다면, 이 시설을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지을 것인가에 대한 답이 필요할 것이다. 숲은 나무의 군집이기에 자연스럽게 생각한 것이 나무다. 한옥뿐 아니라 일반 집을 지을 때도 여전히 목재를 쓰는데 20여 년 전 내가 목수로 공부하던 때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나무는 살아서 1000년, 죽어서 1000년을 간다.” 사실 인간은 얼마 전까지도 대부분 나무로 지은 집에서 살았을 정도로 나무는 구하기 쉽고, 가공이 편해 친근한 건축 재료로 쓰였다. 거기에 우리가 지으려는 건물이 숲 체험시설이니 살아있던 나무를 만지고, 듣고, 보는 장소를 만드는데 숲에서 베어낸 나무를 쓰는 건 당연한 선택이었다. 물론 이번 프로젝트가 한옥기술을 적용해야 했으니 다른 재료를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목구조는 스터디를 통해 대지가 충청도에 위치해 부여, 공주 등 옛 백제의 영토와 가까워 백제건축의 양식을 적용하기로 했고, 하앙식(下昻式)구조를 변용해 목조트러스를 디자인 했다.
목재는 강원도에서 자란 낙엽송을 사용했는데 보통 집을 짓는데 쓰이는 나무는 아니지만 국산목재를 사용한 기술을 적용해서 구조목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낙엽송을 작게 쪼개어 이어 붙여 접합목재의 형태로 사용했다. 이렇게 현대기술과 기계로 가공한 재료로 건물의 기둥과 구조를 세우고 지붕뼈대를 이어서 강판지붕을 덮었다. 전통목구조와 기와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겉보기에 한옥의 구성을 갖춘 신한옥인 것이다. 신한옥은 전통한옥과 달리 현대적인 재료와 공법으로 한옥과 유사한 구조나 형태를 갖춰서 부르는 이름이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한옥은 직사각형인데 반해 신한옥인 체험관은 건물의 폭이 변하는 자연스러운 S자형 평면을 구현하기 위해 높이가 다른 가변형의 시저트러스구조를 고안했고,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현장에서 쉽게 조립할 수 있도록 철물접합 기술을 썼다. 지붕뼈대도 한옥처럼 원형이 아닌 공장에서 쉽게 제작할 수 있는 네모난 목재를 사용했다. 숲으로 트인 S자형 건물은 입구를 폭3.6m로 시작해 중심으로 갈수록 그 폭이 7.8m까지 넓어졌다가 다시 3.6m로 좁아져 빠져나올 수 있는 출구를 두었다. 이를 위해 미리 만든 1.8m의 구조모듈을 건물형태에 맞게 각도를 틀면서 원중심을 향하게 세우고 이들을 연결해 꿈틀대는 형태로 구성했다. 
이렇듯 새로운 한옥을 짓기 위해 새로운 공법, 기술, 도구, 재료 등을 연구해 성과가 있었지만 결국 시대를 초월하는 건축은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얘기하고, 함께 사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홍성 어린이 숲 체험관을 찾는 아이들이 건물의 안팎을 걸으며 무슨 생각을 할지 전부 알 수 없겠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그들의 인상에 남아 가족과 지인들에게 얘기할 수 있다면, 또 숲과 마을을 보며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다 느낄 수 있다면 이 집을 설계한 보람이 있을 것 같다. 
숲 체험관은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며 도시도 자연에서 시작되었음’을 말하는 시설이다.

 

㈜참우리건축, 김원천 한옥건축가
building@chamooree.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7>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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