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지금 칠레는 찜찐다

2023년 1월호(159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8. 4. 22:15

본문

지금 칠레는 찜찐다

 

4일전 칠레 산티아고시의 기온은 37도로 엄청 더웠다. 아직 본격적인 여름은 한 달 뒤이니 그만큼 깜짝 놀랄 기온이었다. 기상학자들이 예측하기로는 40도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한다. 

한 낮 가장 더운 시각 오후 2시 지치지도 않는 태양의 모습


40도라는 기온
40도… 섭씨 40도의 기온을 피부로 직접 느껴본 곳은 18년 전 브라질의 이구아수 공항에서였는데 습도 높은 기후에다가 푹푹 찌는 열기가 코로 들어올 때 호흡곤란의 지경이었다. 아무튼지 간에 사람 못살 곳이 이구아수구나~ 했지만 집집마다 냉방시설이 갖춰져 있어서 별일 없이 잘들 사는 분위기였다. 요즘은 냉방시설에 어떤 가스를 쓰는지 모르겠는데, 그때만 해도 모든 냉방기구엔 아르곤 가스를 썼을 때였다. Argon 가스가 지구온난화에 한 몫 한다는 말을 들었으니 더워서 부채질, 선풍기, 에어컨으로 진화한 것에 대해 인간의 지혜를 마냥 높일 수만은 없게 되었다.

우리 동네는 
남의 나라 말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칠레 우리 동네상황으로 보자면, 난리가 아니다. 물난리 말이다. 각 지역 자치단체들은 나날이 줄어가는 물 자원 확보에 골치를 앓고 있다. 우리 동네는 다행히도 안데스산맥에서 내려오는 눈 녹은 물을 잘 정수시켜 공급하고 있다. 물론 물을 가둬 놓는 대규모 정류시설을 수년전 완공한 덕분이었다. 그럼, 안데스 산맥 쪽으로 올라가면 갈수록 물 공급이 좋을까? 맞다! 그런데 그게 잘 사는 구에서 큰 송류관을 통해 물을 끌어가 쓴다고 한다. 그러니까 각 구청에서 혈안이 되어 질 좋은 수원을 찾은 다음 송류관을 설치한 후 가져다 쓴다는 말이다. 

이상기온으로 무너진 꿈
우리 동네에서 안데스산맥 쪽인 동쪽으로 40분간 차로 달리면 나오는 동네, San Alfonso엔 내가 군침을 흘리고 있는 흙집이 하나 있다. 십년 뒤에 본격적으로 살고 싶은 동네에 마땅한 집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그렇다! 경제력이 없어질 때쯤엔 싸게 구입할 있는 시골집이 최고인데다가 허름함이 가져다주는 편안함의 사치, 흙집이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런데, 잘 사는 산티아고 구청 등에서 물들을 끌어 쓰는 바람에 싼 알뽄쏘 시는 점점 물 공급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여기엔 기후이상으로 인한 수원의 증발이 더 큰 문제인 것이지. 그래서 수도물 공급이 시원찮아 물차가 동원되어 물을 사서 쓰기도 한단다.(우리 동네 던킨도넛츠 점에서 새로 사귄 친구 David의 말) 다비드는 절대 그 동네 집을 사면 안 된다고 했다. 해마다 사람들이 떠난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가 물 공급이 시원찮아서라니… 친구 다비드는 예전 산티아고의 기온은 최고 28도였으나 어느 때부터 32도 시대가 오더니 곧 35도, 급기야 2022년 여름엔 40도가 될 것이라며 기온의 변천사를 말해주었다.

이쯤에서 학교에서 배운 대기 순환식 비 내림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아니, 이토록 찜찌면서 생긴 수증기는 도대체 어디로 간단 말인가? 한국의 여름엔 무덥기도 하지만 간간히 비를 뿌려주지 않았던가 말이지. 칠레라는 나라가 워낙 세로로 가늘고 길게 뻗어 오른쪽으로는 안데스 산맥이 있어서 더 오른쪽에 있는 아르헨티나 쪽에 비를 뿌리든가, 왼쪽으로 태평양에다 하릴 없이 뿌리기 때문인 것 같다. 참고로 산티아고의 여름은 비가 한 방울도 안 내린다.(이상기온 후 올해 처음 다음 주 토요일에 ‘비’가 올 확률 40%라는 예보를 보았다.)

어쨌든 포기를 모르는 나는 땅에다 우물을 판 후 살면 되지 않겠냐는 말을 친구 다비드에게 하면서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흙집에서 살면 그렇게나 좋다고들 하니까.(오죽 좋으면 벌레들까지 알고 흙벽을 뚫고 집들을 지으며 많이 살까)

눈을 돌려 세계로
최근 10월의 어느 날, ‘마지막 세대’라는 기후활동가들의 환경단체 소속의 일원인 몇 명이 기후위기에 경각심을 울리기 위하여 독일 포츠담시의 바르베리니 미술관에 걸려 있는 인상파화가의 대명사 모네의 그림 ‘건초더미’에 으깬 감자를 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다행히도 원그림에 손상을 입히지 않았기에 내가 퍼포먼스라고 표현했지만 뜨끔한 사건임엔 분명하다. 훼손시키려던 모네의 작품은 2019년 소더비 경매에서 약 1600억 원에 낙찰된 작품이라고 한다. 종종 유명 스타들이 씹던 껌이 경매에 오르는 경우도 이목을 끌면서 광고효과를 내지만, 환경단체는 유명작품을 훼손해야만(다행히도 아직까지 원작품이 훼손된 경우는 없다고 한다.) 사람들의 이목을 쉽게 끌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퍼포먼스는 늘어갈 전망이다. 이전에도 많았지만 11월 들어서도 곳곳에서 명화 훼손 퍼포먼스가 있었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온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씨 뿌리는 사람’에 야채스프 투척, 스페인의 프라도 미술관에 나란히 걸려있는 고야의 작품 ‘옷 벗은 마야’와 ‘옷 입은 마야’의 액자에 접착제를 바른 손을 붙였고, 두 작품사이의 벽에 1.5℃라는 글자를 큼직하게 썼다. 바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채택한 지구 온난화 억제목표인 1.5℃를 지키기 어려웠다는 점을 빗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고, 급기야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죽음과 삶’에 검은색 액체를 뿌렸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글쎄 말이다. 지구온난화 방지에 힘을 싣자면 집집마다 분연히 실행에 들어가야 할 텐데, 언제나 세계적 템포에 다섯 걸음 느린 칠레에서 살지만 나부터라도 뭔가를 실천해야겠어서 몇 가지는 하고 있다. 검은 비니루 봉다리 말고 광목주머니를 상시 가지고 댕긴다던가, 일주일에 세 번 쓰레기를 버릴 수 있지만 봉다리 하나에 꽉꽉 채워 한번만 버린다던가, 일회용 용기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던가 말이다.

휴~ 오늘도 덥다!

 

칠레에서 노익호
melquisedecpuentealto@gmail.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9호>에 실려 있습니다.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