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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코로나, 무역, 세계질서

2023년 6월호(16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4. 3. 1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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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의 중국 출장기]

 

중국, 코로나, 무역, 세계질서

 

 코로나 19로 못 갔던 중국
 사업으로 중국과 인연을 맺은 지 딱 10년 되었습니다. 2014년 처음 중국 상하이에 방문하게 되었고 이번 2023년, 오랜만에 중국으로 들어가게 되었죠. 저는 매년 상하이를 중심으로 방문하다 코로나와 기타사정으로 인해 4년 동안 중국에 갈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전자상거래는 얼마든지 가능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입국규제가 풀리면서 5월초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심적으로는 코로나 종주국인 중국, 그리고 도시 전체를 폐쇄해 버렸던 상하이에 간다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업무상의 일이라 가야만 했죠. 
제가 방문하는 곳은 China Cycle Show 2023(중국자전거박람회)으로 2023년 올해 31회째 매년 상하이에서 열립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3년 만에 다시 열린 것이죠. 오랜만에 상하이 푸동공항에 내렸습니다. 익숙하면서 익숙하지 않은듯하게 공항에 들어섰는데 여전히 딱딱하고 삼엄한 출입국심사를 했습니다. 비자가 약간 이상이 있어 불려가기는 했으나 쉽게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기분이 좋지는 않더라고요. 이리저리 들러 짐을 찾고 입국장으로 나오니, 협력업체에서 픽업을 나왔습니다. 다행히 편안하게 상하이 전시장까지 가게 되었죠. 공항청사를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습하고 더운 공기가 향신료 냄새와 함께 코끝을 진동하였습니다. 음식점도 보이지 않는데 향신료 냄새라니…(나도 마늘냄새가 나나?) 고속도로를 타고 푸동공항에서 상하이 시내로 달렸습니다. 푸동공항에서 상하이 시내는 우리나라의 인천공항에서 서울과 비슷한 거리입니다. 

황푸강 동쪽에서 본 서쪽(서양조차지)


 중국시민의 위상?
 고속도로로 달리는 풍경은 이곳이 코로나가 있었던 곳인가 할 정도로 평온했으며, 사람들은 마스크를 끼지 않았습니다. 물론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몇 달 전 도시가 폐쇄된 상하이에서는 백지시위로 시민들이 위세를 떨쳤는데요. 2022월드컵 중계를 보며 다른 나라 사람들은 마스크도 쓰지 않고, 빼곡하게 모여, 월드컵을 보는데 우리는 뭐냐? 하는 것이었죠. 아무튼 그 이후의 일은 잘 알 수 없으나 중국 정부가 점차 통제 단계를 낮춰 지금처럼 된 것 같습니다. 전철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은 대만보다도 나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아주 놀랐던 일은 바로 중국주석인 시진핑을 욕하는 사장들을 여럿 만난 것입니다. 통제에 대한 불만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상상치도 못했었는데요. 
더구나 중국 사람도 아닌 한국 사람들인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한다니 놀라웠습니다. 이전에는 가깝게 지내던 업체에서도 “경제보다 하늘이 위냐?”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하니 당시에 국제경기대회를 했는데, 베이징 시내의 하늘이 맑아야 하기 때문에 주변 지역의 모든 공장들을 그냥 셧다운 시켜, 업체들이 물건 생산을 할 수 없었던 상황에 나온 말이었습니다. 물론 공장들이 몰래몰래 밤에 물건을 만들어 어렵사리 납품을 받긴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시진핑을 직접 들먹이는 강도로 정부를 비판하거나 지도자를 비판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었기에 살짝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중국인들 속에 민주화나 시민의식이라는 생각보다는 돈이 더 중요하단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중국공산당의 물질주의나, 중국 인민들의 부와 돈을 사랑하는 물질주의는 철저히 같은 배경에서 온 것이라, 누가 큰 욕망인 것인가의 문제로 보여지긴 합니다. 아무튼 중국의 세계패권을 향한 도전과 중국인들의 돈에 대한 생각이 최대로 모여 뭔가 꿍꿍이를 이뤄낸다면 세계질서는 또 한 번의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처럼 보입니다.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SNIEC) 자전거전시장 안


 중국의 패권을 향한 도전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 SNIEC(Shanghai New Internantional Expo Center)는 10년 전, 중국상하이자전거쇼에 처음으로 참관했던 곳입니다. SNIEC만 해도 실내 전시장 넓이가 고양시 킨텍스1,2를 합친(10만㎡)것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중국의 전시장은 상하이국립전시컨벤션센터(40만㎡), 광저우수출입상품교역회전시관(33만㎡), 쿤밍국제컨벤션센터(30만㎡), 선전세계전시컨벤션센터(현재40만㎡, 증축50만㎡)등 세계10대 컨벤션센터가 4곳으로 무시무시한 무역파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오프라인 전시장 뿐 아니라 세계최대 온라인상거래인 알리바바를 가지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역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중국의 입지를 키워준 것이, 냉전시대의 소련과의 대결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미국의 정책이었지만, 20세기 초 일본을 키웠던 미국의 실수를 또 한 번 보는듯합니다. 결국 이 정책은 미국의 뒤통수를 쳤으며, 이전 시대에서 미국은 저력으로 그것을 버텨왔지만 오늘날의 미국의 내적실력으로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두가 지켜보는 상황입니다. 
 전시장에서는 오랜만에 만난 업체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그 동안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또 보이지 않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혹시 코로나로 사망한건지 등 여러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상품들은 여전하였고,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재기발랄한 디자인들은 역시 중국이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유럽 디자인과 그 디자인에 걸맞은 기능들은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대만이 조금 나은 점도 있고요. 한국은 제조역량을 잃어버려 ODM, OEM을 하는 정도입니다. 물론 중국은 딱 이 정도다 싶은 제품이긴 하지만 가격만큼은 전 세계에 공급하기에 충분한 가격대입니다. 이런 제조역량의 능력은 중국이 전 세계의 공장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지금 동남아의 나라들이 이 역할을 해보겠다고 하나, 아직까지 특정분야의 부품과 조립 생산에 대한 수직계열화가 이뤄지지 않아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렇게 여러 분야에서 경제 성장한 중국은 ‘올해 국방비는 GDP 5% 목표, 전년 대비 7.2% 증액 했으며 리커창 총리 전인대 업무 보고서 발표에서 CPI는 3% 목표로 국방비는 293조 원 설정하였습니다. (국제신문 2023.3.5) 경제로 번 돈은 결국 무력의 힘인 국방비 증액으로 나타나며, 그리고 다시 중국의 힘을 세계에 과시하는 결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거기에 미국이 펼치는 탈세계화 정책과 자국 중심주의 정책으로 인해 반미 또는 탈미를 하는 국가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과 무기거래를 하며 원유에 대한 위안화 결제 등 포괄적인 동반자 관계로 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저 또한 마찬가지로, 수많은 기업들이 중국과 연을 맺어 사업을 하고 있는데, 중국 사업가들은 ‘정치는 정치고 경제는 경제다.’ 나는 모른다 하지만 결국 무역길이 막히고, 수출입규제가 생기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긴 합니다. 물론 돈맛을 아는 중국 사업가들은 중국이 아닌 동남아로 가서 그 사업을 펼칠 수도 있다하고, 자신들도 도망쳐서 사업을 할 수도 있다는 듯이 얘기를 합니다. 국제 정세는 당분간의 사업을 안개 속으로 밀려들어가는 듯하게 하나 누군가의 욕망이 더 커져가는 순간, 이 균형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입니다.

 중국과 10년, 앞으로는?
 전시회 마지막 날은 빨리 폐장하여 혼자만의 시간을 짧게 가질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서울의 강남과 강북처럼 황푸강의 서쪽은 구시가지이고, 동쪽은 신시가지입니다. 보통 서쪽에서 동쪽의 높다란 빌딩과 야경의 멋진 불빛을 구경하는데, 저는 동쪽에서 바라본 황푸강을 낮에 보고 싶었습니다.   
서쪽의 구시가지는 옛날 청나라가 아편전쟁의 배상 의미로 유럽열강에 넘겨주었던 조차지입니다. 그곳에는 19세기 스타일의 유럽식 건물들이 강변에 즐비하게 늘어선 곳이죠. 강바람을 맞으며 중국의 기구했던 세월에 대한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변화의 한복판에 제가 서있는 듯 했습니다. 황푸강 동쪽의 빌딩숲은 롯데월드타워 만한 건물이 3개가 밀집되고 주변 부속 건물들이 모인 화려하고 번화한 곳입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잠실, 여의도, 강남을 모아 놓은 듯한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이 화려한 빌딩 숲에서 바람에 날려 오는 것인지, 건물에서 나는지 모르는 향신료 냄새가, 유럽산 유명 브랜드 향수의 돈과 세속의 냄새가 하나가 되어 코를 찌르고 폐속까지 들어왔습니다. 10년 전에는 커피를 모르던 중국 사람들이었지만, 지금은 큰 건물이면 어김없이 스타벅스 로고가 커다랗게 떡하니 붙어있는 매장들이 즐비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는 중국의 화려함과 물질주의는, 세계 제일의 경제도시 뉴욕을 넘어 상하이가 동양의 맨해튼을 꿈꾸고 있습니다. 100위안을(19,000원) 1만원처럼 하찮게 쓰고 있는 푸동에서, 한 때 우리 선조 고구려가 정복하였던 이 땅에서 새로운 정복이 무엇인지를 꿈꾸며 큰 이상을 품어봅니다. 

 

 

(주)그린휠 최승호
ceo@greenwheel.kr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4>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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