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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지만 다른 조삼모사의 경제학

금융/금융스토리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10. 1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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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구의 금융스토리 14]

같지만 다른 조삼모사의 경제학

 

  얼마 전 첫째 아이의 머리핀이 사라졌습니다. 아이와 잘 어울리는 머리핀이라 아내도 속상해 했고, 아빠인 저도 예쁜 걸로 새로 하나 사주자고 이야기 했지요. 그러자 아내는 이미 인터넷으로 하나 주문했다고 얘기를 하더군요. 농담 삼아 “배송비가 더 많이 드는 거 아냐?”라고 하자, 아내는 “아니야. 무료배송이야”라고 답했습니다. 제가 웃으며 “그게 무슨 무료배송이야. 어차피 제품 값에 포함되어 있겠지”라고 했지만, 아내는 별로 동의하는 눈치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여러분들도 이와 비슷한 대화를 나누어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저와 같은 얘기를 했을지, 저의 아내처럼 반응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이쯤에서 ‘조삼모사(朝三暮四)’라고 하는 유명한 한문의 사자성어가 떠오르는 것은 기분 탓일까요? 중국 송나라 때 많은 원숭이를 기르던 ‘저공’이라고 하는 사람이 먹이가 부족해지자 원숭이들에게 아침에는 3개, 저녁에는 4개의 도토리를 준다고 했지요. 그러자 원숭이들은 크게 반발을 해서 그러면 아침에 4개 저녁에는 3개를 준다고 하자 모두들 만족해했다는 거지요. 하지만 마케팅이나 경제학에 있어서 중요한 개념으로 다뤄질 만큼 이 둘의 차이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 차이가 많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홈쇼핑 광고를 보면 ‘부담 없는 가격 월 29,800원’이라는 문구를 보게 되지, ‘제품가 99만원. 3년 할부, 월 납입 금액 29,800원’이라는 방식의 설명을 듣지 못할 겁니다. 사실상 3년 약정 할부에 해당하지만 굳이 원 제품가격과 할부라는 단어를 이용해서 소비자에게 부담감과 (소비에 대한) 죄책감을 지우려고 하지 않지요. 거기에 ‘마감임박’이라는 문구까지 더해지면 우리 손은 어느덧 주문 전화번호를 누르고 있죠.

 

  또한 예전에 고급 식당에 가보면 메뉴판에 차이가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표기된 가격과 별도로 부가세 10%가 따로 부가된다는 것입니다. 표기된 가격과 별도로 부가세 10%가 따로 부과된다는 것입니다. 계산하기 쉽게 다 포함해서 처음부터 적어 놓지 꾿이 따로 적어서 비싼 식당임을 티낼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요. 실제로 이와 관련해서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의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메뉴판에 부가세를 포함한 최종가격을 표시할 때가 부가세를 뺀 가격을 표시하고 계산할 때 세금(부가세)을 받는 것보다 매출이 8%나 줄어들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지요. 고객 입장에서는 다소 불쾌할 수도 있겠지만 식당입장에서는 매출을 올리기 위한 효과적 방법이었던 셈입니다. 한국의 경우 소비자 보호를 위해 2013년부터 이러한 별도표기가 금지되어 현재는 사라진 상태이니 사회윤리적으로 한 단계 높아진 셈이겠지요.

 

  저 역시도 금융 세일즈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이런 부분을 활용하는 편입니다. 매월 적립식 펀드 10만원을 하시는 분에게 ‘6개월이 지나서 중간성과를 보고할 때 현재 수익률이 10%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하지, ‘수익이 6만원 났습니다’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5,000만원의 목돈을 관리하는 계좌에서 10% 수익이 났을 경우는 ‘500만원의 수익이 났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똑같은 10% 수익률이지만 6만원과 500만원을 들었을 때 심리적으로는 다른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 상품의 경우도 다달이 내는 부담없는 금액 8만원을 이야기하지 20년간 다 냈을 때 되는 총액 1,920만원을 부각시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처음의 사례를 다시 살펴보면, 실제 머리핀이 2,000원 짜리이고 배송비가 2,500원이라면 저의 경우 고객은 2,000원짜리 저렴한 제품을 사기 위해 2,500원을 낭비했다고 생각할 것이고, 아내의 경우는 4,500원 짜리의 괜찮은 제품을 사서 자녀에게 선물해준 것이 되겠죠. 기분, 즉 고객에게 전달된 심리적 만족감에서는 큰 차이가 나는 셈이지요. 배송비를 아끼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동력을 동원해서 발품을 팔아야 하기에 사실 배송비는 그리 아까운 돈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그 포함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는데, 해당 인터넷 쇼핑몰은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 영업을 하고 있었던 셈이죠. 현실적으로 한쪽만 다 좋을 수는 없기 때문에 둘 다 현명한 판단을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STANDARD SPENCER (스탠다드 스펜서)
이사 이동구 010-2040-2209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6호 >에 실려 있습니다.

 

< 이동구의 금융스토리 바로가기 >


[이동구의 금융스토리 15]

제 99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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