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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금융/금융스토리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1. 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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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구 금융스토리 15]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했던 진나라를 아시지요? 하지만 국가로 정착하지 못하고 이내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봉기와 난으로 빠르게 분열되고 붕괴되었습니다. 결국에는 유방이 ‘한’이라고 하는 나라를 세워서 중국을 통일한 이후 그 나라는 400년간 지속되며 지금에 중국인들의 문화와 민족성의 근간을 이루었습니다.


  한나라를 세운 ‘유방’을 한번 주목해 볼까요? 아무리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한 경우입니다. 패현 뒷골목에서 외상술이나 마시는 백수건달이었습니다. 나이가 서른 중반이 넘도록 직업다운 직업을 가져본 일이 없었지요. 사마천의 사기를 빌려 그의 성격을 표현하자면, ‘허풍이 많다’, ‘게으르다’, ‘무례하다’고 하니 도무지 믿음이 갈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우리가 만약 그때 태어났다면 이런 사람을 믿고 함께 나라를 세울 수 있었을까요? 지금이야 역사를 통해 400년 전통의 한나라가 세워졌음을 알 수 있지만, 그 당시 시대의 격류 속에서 이런 사람이 이끄는 나라가 잘 될 것인지를 알 수가 있었을까요? 만약 여러분이 장수라면 항우가 이끄는 초나라 혹은 유방의 한나라 중에 양자택일을 강요당했을 것인데 어느 편에 서실 건가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 다행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돌고 돈다는 사실이 새삼 떠오르는 시점입니다. 한참 이슈가 되고 있는 비트코인을 보니 딱 그러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사실 비트코인에 관해서는 작년 7월호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에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상황이 바뀌어가서 다시 언급할 내용들이 생긴 것 같습니다.


  위의 비유를 사용해서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초한시대에 난을 일으켰던 그저 그런 세력 중에 하나였다가 없어질지, 아니면 국가를 세운 한나라처럼 달러에 버금가는 기축통화의 지위까지 올라갈지 아무도 장담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왜냐면 우리는 비트코인이라는 시대의 격류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현시점에서의 비트코인은 그저 그런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크게 성장했고 일반인들에게서 그 가치를 인정 받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를 반증하는 사건은 비트코인이 미국 증권의 선물거래소에 상장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미국이 만든 달러라는 화폐는 전세계 어디서나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데 바로 기축통화라고 하는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고 다른 통화를 견제하고 있지요. 바로 그런 미국에서 비트코인을 거래소에 상장시킨다는 것은 비트코인을 실질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신 미국이 가장 먼저 자국 거래소에 상장시킴으로서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속셈인 것 같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우리 나라의 입장에서는 비트코인은 여전히 거리감이 느껴지는 물품인 것은 사실입니다. 비트코인을 경제 활동에 정말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국내에서도 결제를 비트코인으로 받는 상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만약 궁금하시다면 수원 KT위즈파크 인근 ‘동강맑은송어’라고 하는 회집을 가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회집은 송어와 철갑상어로 국내에 손꼽히는 맛집인데,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한 곳입니다. 사장님에게 어떻게 결제를 하는지 그 방법을 물어봤더니 식사대금 원화에 해당하는 만큼을 비트코인으로 환산해서 비트코인 지갑이라는 가상공간으로 이체하면 끝이라고 합니다. 그저 휴대폰만 가지고 30초면 이 모든 과정이 끝나는 것을 보고 참 신기했습니다. 매장 입구와 카운터에 비트코인 결제 가능이라는 문구를 보시면 세상 많이 변했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실 겁니다. 



  비트코인이 이제는 조금씩이나마 일반인들에게도 생활 속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성장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음지 자금의 훌륭한 이동통로로 활용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모든 나라에서 실명제나 전산화 등의 기술 발달로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해서 무언가를 하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바로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겁니다. 얼마 전 법원의 판결에서도 비트코인의 자산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아서 압류의 대상이 아니라고 압류하지 않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역설적으로 활용도가 높아진 비트코인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트코인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주요 이슈는 ‘가격거품’에 대한 논란입니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거품이라는 문제는 항상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우리가 거품이 끼여 있는 채로 살아간다는 겁니다. 강남의 한 아파트가 20억이라고? 정말 비쌉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자체를 인정하고 살거나 투자하고 있습니다. 거품은 정작 가격이 빠져야 그때 비로소 거품으로 인정되는 것이니까요. 비트코인 가격이 비상식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접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진짜 변화라면 백수건달이 왕이 되는 것과 같이 때론 급진적이고 비상식적인 현실이 동반될 수도 있습니다.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와서, 과거에 유방을 믿고 나라를 세우는 일에 동참해서 부와 지위를 얻은 것처럼 우리는 비트코인을 믿고 나의 재산을 불릴 수 있을까요? 답을 내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에 옳았던 일들이 틀릴 수도 있고, 그 반대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을 작성하는 내내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이 제 머리 속에 맴도는군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STANDARD SPENCER (스탠다드 스펜서)
이사 이동구 010-2040-2209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9호 >에 실려 있습니다.

 

< 이동구의 금융스토리 바로가기 >

[이동구의 금융스토리 14]

제 96 같지만 다른 조삼모사의 경제학


[이동구의 금융스토리 13]

제 93 당신의 자식을 돌려받고 싶으면 이곳으로 비트코인을 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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