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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자식을 돌려받고 싶으면 이곳으로 비트코인을 보내라?

금융/금융스토리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7. 1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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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스토리 연재 13]

당신의 자식을 돌려받고 싶으면 이곳으로 비트코인을 보내라?

 

  최근 국내 다수의 인터넷 사이트들이 랜섬웨어라 불리는 악성코드에 의해 해커들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코드에 감염된 사이트 자료들은 암호화되어 이용할 수가 없고 접속할 경우 자료를 복구하고 싶으면 돈을 지불하라는 요구가 뜹니다. 그런데 그들이 요구한 돈은 흔히 생각하기 쉬운 달러가 아니라 ‘비트코인’이었습니다. 이런 사이버 범죄가 발생해서는 안되겠지만 사람이나 보물 같은 유형의 자산이 아닌 ‘무형의 자산들’이 인질이 되는 세상이라는 것이 한편 신기하기도 하고, 결제 수단 또한 비트코인이라고 하는 ‘가상 화폐’인 점에서 특이합니다. ‘비트코인’이 세상에 등장한 것은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가명)라고 하는 프로그래머에 의해서 입니다. 정부에서 만든 것이 아니고 실물 자산과 연계된 것도 아닙니다. 온라인상에서 만들어져서 거래되는 ‘가상 화폐’입니다. 어떻게 이런 것이 화폐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요? 그 이유는 금처럼 유통량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과 금융기관의 개입없이 빠르고 안전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입니다. 지금도 어디선가는 새로운 비트코인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럼에도 생성되는 비트코인의 총량은 2100만개로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거래시 거래가 정상인지 다수의 이용자들에게 거래내역을 공개해서 검증을 받아야만 하므로 안정성 또한 확보했다고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런 비트코인은 2013년에 가격의 큰 폭등이 있었고, 일부에서는 이미 매우 활발히 상용화되었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해당국가의 화폐와 비트코인간의 거래소가 생겨났고,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할 수 있는 카페도 있다고 하니, 어찌보면 후에 지갑 없는 세상의 시발점으로 역사에 남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그동안은 긍정적 요소보다 꼼수를 부리는 제도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는 중국의 돈이 외국으로 반출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이를 회피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사용한 겁니다. 중국에서 위안화를 비트코인으로 바꾸는 동시에 미국에 있는 상대방에게 비트코인을 전달해서 달러로 인출하는 방식이지요. 또 최근 사태처럼 범죄 집단에서 추적을 피하기 위해 돈을 비트코인으로 받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자금세탁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제가 비트코인에 대해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이런 랜섬웨어 사건을 뉴스로 접해서가 아니라 강남의 모 카페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었습니다. 약속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탓에 그냥 개인 업무를 보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두 그룹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또 한 명이 전화로 비트코인에 대한 통화를 했습니다. 상담을 하는듯한 분위기였고, 권고가 오가고 있는 것 같았지요. 아마도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비트코인에 대한 상담으로 시작해서 마지막에는 자신들이 만든 코인에 대한 권유로 끝났을 것입니다. 왜냐면 실제 비트코인은 인터넷에서 개인이 직접 손쉽게 교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잠재적인 피해자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더군요.


  조금 더 알아보면, 비트코인은 유사상품이 아닌 그 자체로도 적절한 투자의 대상은 아닙니다. 우리가 이용하는 화폐의 근간은 금이라고 하는 실물 자산과 화폐가 교환이 가능하다는 것과 그것을 국가가 보증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애초에 그러한 고유가치가 전혀 없습니다. 가치변동 또한 순전히 시장참여자들의 관심의 정도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투기적 요소가 훨씬 강합니다. 환전해서 여행할 때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가치가 오르거나 내리기만을 바랄 뿐이지요. 혹자는 주식도 마찬가지 아니냐 하실 수 있는데, 주식과는 다릅니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유형의 자산과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주식의 고유 가치이고, 뛰어난 성과를 내는 회사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해 주는 것은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지요. 그리고 비트코인이 적절한 투자 대상이 아닌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안전성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은 현재까지는 매우 뛰어난 안전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빠른 기술의 발전과 아직 알려지지 않은 취약점이 드러난다면,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것입니다. 아직은 비트코인 그 자체가 해킹을 당한 사례는 없지만 비트코인이 거래되는 거래소가 해킹을 당해서 도둑을 맞은 사례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당시 사건 직후 코인의 가치는 폭락하였습니다.


  알고 투자하라고 말하기에 요즘 세상은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은 듯싶은데요. 그래도 평생 스마트폰 안 쓰실 것 같았던 아버지가 요긴하게 잘 쓰시는 것을 보면, 자의든 타의든 알긴 알아가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검증되지 않은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듯이, 아직은 비트코인을 실생활에 이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욱이 유사품을 본다면 반드시 신고하시길 바랍니다.

 

STANDARD SPENCER (스탠다드 스펜서) 
이사 이동구 010-2040-2209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3호 >에 실려 있습니다.

 

< 이동구의 금융스토리 바로가기 >


[이동구의 금융스토리 15]

제 99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이동구의 금융스토리 14]

제 96 같지만 다른 조삼모사의 경제학


[이동구의 금융스토리 12]

제 90 영화 ‘마스터’를 통해 알아보는 '폰지 사기(Ponzi Sc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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