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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공간(食空間)을 창조하는 요리연구가이자 푸드코디네이터 이수연

기업/가비양(커피 칼럼 & 스토리)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10.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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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칼럼 & 커피스토리 36

식공간(食空間)을 창조하는 요리연구가이자 푸드코디네이터 이수연

 

  여러분! 푸드스타일리스트(food stylist)와 푸드코디네이터(food coordinator)의 명확한 구분을 아시나요? 인터뷰어인 저조차도 ‘똑같이 음식에 대한 일을 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을 했으나 이번 인터뷰로 저의 이런 무식함이 한 번에 종식되었답니다.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잡지, 광고, 프로모션 등을 위해 새로운 음식을 만들거나, 맛있게 보이도록 요리에 시각적인 생명을 불어 넣는 사람입니다. 음식이 카메라 앞에서 가장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연출하는 거죠. 반면 ‘푸드코디네이터’는 이런 푸드스타일리스트 영역을 포함하여 음식과 관련된 여러 가지 것들을 사회, 문화, 경제적으로 이해하고 통합조정, 조합함으로써 음식에 관한 모든 일을 독창적으로 총연출하는 사람입니다. 이번 가비양 커피스토리 주인공은 요리연구가이며 푸드코디네이터, 한국식문화 디자인협회,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수연대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생소한 ‘테이블 코디네이터’로 요리와 함께 그릇, 꽃, 음악, 조명 등 총체적인 식공간(食空間)을 창조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분당 판교에 있는 ‘이수연 모임스튜디오’에 들어서니 150년 된 5첩 반상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자! 그럼 지금부터 이수연대표의 열정적인 삶의 만찬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요리연구가, 푸드코디네이터, 테이블코디네이터가 되기까지
  저는 전남 영광에서 대종갓집 딸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여러 가지 음식을 하는 것을 보아왔지만, 제가 음식에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원래 경영학을 전공하고 요리는 단지 취미로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동호회 활동 등을 했었죠. 그러다 결혼 후, 본격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요리분야의 일을 하자고 생각했어요. 제대로 된 요리선생이 되려면 조리학을 다시 공부해야겠다 싶어 딸 출산 후, 외식경영, 대학원까지 10년을 내다보며 공부에 매진했습니다. 12년 정도 요리를 가르쳤고, 푸드코디네이터와 요리연구가, 테이블 코디네이터로는 4년차가 되어갑니다. 우습게도 제가 제일 많이 듣는 소리는 “요리를 잘 못하게 생겼다”입니다.^^ 쿠킹클래스를 하면서 어떤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테이블세팅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테이블코디네이터 전문가 ‘김영애 식공간 아트’의 김영애 선생님을 찾아가 5년 동안 식공간 연출을 공부했습니다. 김영애 선생님은 요리 선생님으로서는 유일하게 사범 연구반까지 공부를 하였고, 보여주는 테이블이 아닌 요리수업을 위한 테이블 세팅과 식문화를 접목시켜서 수업을 했습니다. 그 당시 테이블코디네이션을 배우러 오는 분 중에는 대학교에서 식공간 연출을 전공한 교수님도 계셨지요.
  쿠킹클래스를 진행하면서 10년 전쯤 양동기 대표를 통해 핸드드립커피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가비양의 여러 산지 커피들을 접목시켜 요리수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온갖 정성을 다해 차려놓은 음식 테이블! 그 음식이 한 번 식사로 없어졌을 때 너무 허무할 것 같아요. 이 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저는 단순히 요리를 가르치는 게 아닙니다. 이번 요리 컨셉은 어떤 주제로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식공간을 연출할 것인지? 거기에 맞게 테이블크로스, 그릇과 오브제들을 준비하며 제대로 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3명의 스텝들과 3일을 준비합니다. 테이블 센터피스도 다 생화를 사용하고 한 번의 수업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니 모든 수강생들이 “선생님, 먹기도, 보기도 아까워요”라며 감탄을 합니다. 그래서 수업 후에는 허무하다기보다는 이런 말 한마디에 만족하며 흐뭇합니다.

 

 

우리나라 음식문화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는 것
  먼저는 식문화에 대한 이해입니다. 요리하는 사람들이 김치를 담그면서도 고추가 언제 들어왔고, 그 이전에 김치는 어떻게 담가먹었고, 어떠한 조리법으로 발전됐는지 등 이런 기본적인 역사, 문화적인 것은 관심이 없습니다. 언제까지 김치 강의를 하면서 김치 레시피만 얘기해야 할까요?
  두 번째는 밥상머리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외국으로 여행이나 유학도 많이 가는데 해외 친구들이 “너희 한국 음식문화에는 어떤 게 있니?”라고 물어보면 우리 아이들이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응, 우리 엄마는 락앤락 뚜껑을 열어 밥 차려줘”라고 해야 할까요? 옛날에 있던 밥상머리 교육이 없어졌어요. 수저는 어떻게 놓는지, 우리나라는 식탁 문화가 아니라 좌식 상차림 문화였는데 그 이유는 옛날에는 부엌(정지) 좁은 문에서 바로 방으로 연결되어 작은 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야 했었다 등등 옛날 초가집을 그려주며 설명 할 수도 있겠죠. 단순한 역사인 것 같지만, 현재의 변천을 이야기할 때 현대만 가지고 얘기할 수 없잖아요. 밥상머리교육을 하려면 엄마가 배워야 하고 역사적인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죠. 이런 밥상머리교육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에, 저는 사명감을 가지고 단순히 요리 잘하는 법이 아닌 전통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음식문화에 대한 역사와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스토리텔러가 되어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요리, 파티기획이나 음식문화교육 등은 어떤 것이 있나요?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6~7년 전, 저희 수강생 남편이 영화감독이었는데 그분은 주로 자기 집에서 파티를 하곤 해서 제가 몇 번 도움을 드린 것입니다. 어느 날, 청담동 사무실 옥상에서 식사를 해야겠는데 생선찜과 장어구이를 해줄 수 있느냐고 전화가 왔습니다. 오래된 홍콩비지니스 파트너가 생선을 너무 좋아하고 한국에서 장어구이를 먹고 싶다고 했다며 사주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 직접 해주고 싶지만, 요리를 못해서 회사 옥상에서 파티를 할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한다고요. 본인은 양고기며 바비큐를 굽겠으니 저에게는 기본적인 것을 해주면 된다고 했습니다. 당시 여름이라 이 파티를 총 기획하며 어떤 컨셉으로 갈까? 고민하다 옥상을 여름해변으로 연출하고자 했습니다. 모래사장과 해변처럼 옥상을 꾸미고, 장어구이를 깻잎에 하나씩 싸고 냄새를 없애기 위해 오렌지를 잘라 생강초와 같이 올려 한 잎에 먹기 좋게 준비하며 꽃, 조명, 음악, 그릇 등도 세심하게 신경을 썼습니다. 파티에 온 사람들은 분위기가 너무 좋다며 만족스러워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을 정도였죠. 나중에 그 홍콩 비즈니스 파트너와 제가 기획한 파티로 인해 40억 계약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유는 “자기는 장어구이 먹고 싶다고 한마디 했는데 그것을 기억하고, 이렇게까지 신경 쓰고, 한국에 일곱 번이나 방문했지만, 이런 대접을 받으며 이처럼 기억에 남는 파티는 처음이다”라고 했다더군요.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 흡족했어요.

 

10년 동안 지켜본 ‘가비양’만의 매력
  가비양 양동기 대표는 커피로 스토리를 풀어내고, 저는 음식으로 스토리를 풀어내며 같이 협력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한 집 건너 한 집이 까페이고, 다 자기네 집 커피가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저 같이 입맛이 까다롭고 유별난 사람에게도 가비양의 커피는 꾸준히 나의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커피입니다. 무엇보다 양동기 대표는 단순히 커피만 파는 것이 아니라 커피와 문화적인 컨텐츠를 함께 생각하며 사람들의 소통장소로서의 가비양, 문화공연장으로서의 가비양을 만들어간다는 점입니다.

 

 

푸드코디네이터로서 앞으로의 계획
  사단법인 ‘한국식문화 디자인협회’를 만든 지 약 8개월밖에 되지 않았어요. 작년 6월에 만들었는데 중국 북경지사, 일본 동경지사를 비롯해 국내에 지부는 세 곳이 됩니다. 올해는 이 협회를 안정적으로 만들어가고, 질 높은 강의로 한국의 제대로 된 식문화를 이끌어갈 강사를  양성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이분들이 자격증을 취득하고 문화센터, 백화점 등에서 주부, 일반인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말이죠. 단순히 자격증을 취득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식문화에 대한 관심을 제대로 가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푸드코디네이터가 되겠다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너~무 기본적인 것! 바로 ‘원만한 대인관계’ 곧 파트너십입니다. 어떠한 프로젝트도 혼자 진행할 수 없는데 늘 존중과 배려로 협업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요리 외적으로는, 인문학적인 소양도 쌓아야 합니다. 서양미술사와 서양음악사 정도는 꼭 공부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왜냐하면 단순 요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 조명, 그림, 꽃, 와인 등 종합적인 것들을 기획하고, 각각 모임의 성격에 맞게 알고 있는 지식을 자기화 시켜 독창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부분이 약하면 전문가의 의뢰를 받아야 하지만, 공부해서 자기 것을 만들면 바로바로 실행할 수 있고, 시간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저는 아무리 힘들어도 영감을 받기 위해 한 달에 두 번은 미술관에 갑니다. 어떤 작품, 작가에 깊이 들어가며 끊임없이 탐구하죠.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 이것을 내가 하는 일과 어떻게 접목시킬까? 등등 말이죠. 초현실주의 작가에게 영감을 받아 테이블을 차린 적도 있었고, 음악인들에게 영향을 받아 모차르트나 베토벤 테이블을 차리기도 했습니다.

 

  눈빛이 살아있고, 무엇을 하든지 열정적으로 하는 종갓집 막내딸의 모습은 당차보였습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발전시킨 모습과 단 한 번도 똑같은 주제로 수업을 진행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 이수연 대표님에게 한국 식문화(食文化)의 껍데기가 아닌, 내실 있는 발전도 기대해 봅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619-5
(사) 한국식 문화 디자인협회, 070-8885-0533
http://blog.naver.com/lovejoo5

 

가비양 커피클럽  문의 010-9405-8947

www.gabeeyang.com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88호 >에 실려 있습니다.


< 가비양 커피클럽 & 커피스토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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