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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양과 20년을 함께한 일본의 가족기업 커피회사 고노! - 3세대 사장 ‘고노 마사노부’에게 직접 듣다

기업/가비양(커피 칼럼 & 스토리)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12. 1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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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칼럼 & 커피스토리 46]

가비양과 20년을 함께일본의 가족기업 커피회사 고노! 

3세대 사장 ‘고노 마사노부’에게 직접 듣다


  올해로 가비양이 20년이 됩니다. 사람으로 말하면 청년이 된 것이죠! 건강한 청년이 되기까지 멀지만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의 커피회사 ‘고노’와 늘 함께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가비양의 양동기 대표를 통해 ‘고노’의 스토리를 들었다면, 이번엔 3대를 이어가는 ‘고노 마사노부’ 사장으로부터 직접 들어보려고 합니다.

< 1928년 고노 가(家)에서 열린 커피파티 >


제2대 회장인 ‘고노 토시오’ 회장과 양동기 대표와의 만남
  양동기 대표와의 만남은 1997년 봄에 이루어졌지요.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화를 건 사람은 당시에 아직 새파란 청년인 양동기였죠. 그의 형인 양강준씨가 로스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않아 잘 몰라서 무척 고생하고 있는데 도와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먼저 “어떤 로스팅 기기를 사용하고 있느냐” 질문하니, “독일제 PROBAT”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모양은 낡았지만 우연찮게도 우리 회사가 사용하던 것과 유사한 기계였죠. “독일의 그 로스터기로서는 옅거나 중간이거나 진한 정도의 로스팅을 다양하게 할 수 없으니 지금 로스터기를 개선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고 말해 주었더니,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일본으로 바로 찾아왔었지요. 그 당시 우리 회사에서 배우는 한국인 제자로는, 지금은 돌아가신 다도원의 ‘박원준’ 대표와 Kaldi Coffee의 ‘서덕식’씨 두 사람 뿐이었습니다. 일본에 오려면 비자가 필요해서 오늘날처럼 쉽게 오갈 수 없는 시대였고, 또 아시아의 외환위기가 닥친 IMF시대라 한국도 힘든 시기였지요. 하지만 양대표는 일본의 커피가 한국인들이 알고 있는 커피와는 전혀 차원이 다르며, 또 앞으로 한국에서 반드시 커피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일본 커피의 매력에 사로잡힌 그는 매월마다 일본에 건너와서 열심히 선대 회장(‘고노 토시오’)께 커피 로스팅과 추출을 배웠지요. 그가 1992년 커피유학을 위해 일본어를 배웠는데 오늘날에도 잘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노 토시오 회장은 양동기 대표에게 커피를 가르치며 평생 잊지 못할 말을 했다고 합니다. 로스팅을 하면 할수록, 커피콩이 양 대표에게 직접 말을 걸어올 거라는 겁니다. 어떻게요? “(커피가 직접) 동기야! 온도가 낮아, 너무 뜨거워, 배기가 약하잖아, 강하잖아, 불어, 맛있게 될 거야, 그렇게 서투르면 로스팅 해도 맛이 없지” 등등. 바로 이 커피가 걸어오는 말을 듣게 되면 드디어 배움에서 독립할 수 있다는 거지요. 이제 3대로 가업을 잇는 제가 5년 전에 양대표의 가비양을 방문했을 때, 그는 제게 “마사노부 사장! 이제 토시오 회장이 말하던 커피콩과의 대화가 가능하게 되었어!”라고 말했습니다. 양대표도 로스팅 한 지 무려 15년 세월이 지난 뒤에야 깨달았기 때문에 커피를 잘 볶는 것처럼 어려운 것이 없다는 것을 실감했던 것 같습니다.

< 고노 토시오회장과 양동기 대표 >


고노 토시오 회장의 커피와 함께 한 인생은 어땠나요?
  저희 아버지 ‘고노 토시오’는 1951년 12월에 ‘고노’ 가문에 양자로 들어가신 분입니다.  1952년 4월 의붓아버지인 초대 회장(‘고노 아키라’)께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자, 커피에 대해, 심지어 커피 기구에 대해서도 아무 것도 모르고 제대로 배울 시간도 없는 상태에서 회사를 이어받은 거지요. 아버지께서 생각해 낸 유일한 돌파구는 커피 가게 순례였습니다. 당시 일본에서 대대로 이어온 유명한 커피회사인 ‘일동커피’(日東커피)의 나가타니 사장과 ‘동양커피’(東洋커피)의 카네다 사장을 찾아다녔습니다. “좋은 커피 기구는 어떤 것입니까?”라고 물으면 각 사장들이 친절하게 기구뿐 아니라 로스팅도 잘 알려주었지요. 가는 곳마다 아버지는 로스팅 조수로 섬기면서 볶는 기술을 차근차근히 배워나갔는데, 이것을 시작으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고노의 로스팅 기술이 일본을 넘어 한국, 대만, 중국 등에서 온 많은 세미나 수강생들에게 전수하고 계승할 정도까지 되었어요. 아버지는 초대 회장께서 고안한 세계 최초의 유리 커피 기구인 ‘고노식 커피 사이폰’(Kono Syphon)을 개발하려고 애쓰다가 결국 다른 회사들보다 훨씬 더 맛있는 커피 추출 기구인 사이폰을 만들어냈습니다. ‘커피 사이폰’이라는 이름을 붙인 분도 초대 회장이셨지요.

< 가비양 커피교실 6. 사이폰커피 만들기 >


  또 아버지는 1967년에 현재 상용되는 ‘원뿔형 종이필터’를 세계 최초로 고안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필터가 당시의 베테랑 커피 바텐더(현재는 바리스타라고 하지요)들에게 ‘네루 필터’(혼방사로 짠 필터)보다 빠르게 추출되기 때문에 평가가 별로 좋지 않았지요. 그 이유는 필터 안의 깊이가 깊을 뿐 아니라 구멍도 커서 물이 바로 흘러내려 분쇄된 커피 가루 표면에 물이 충분히 적셔지지 않았습니다. 그 후 5년의 세월을 거듭하다가 드디어 1973년 새로 개량한 ‘원뿔형 종이필터’를 완성해서 판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끈질기게 추구한 목표는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종이필터를 이용한 드립커피의 맛을 네루 필터의 맛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었지요. 이어서 2005년에는 창업 80주년을 기념해서 2인용 필터를 더욱 개량한 MDN-21필터를, 또 10년 후인 2015년에는 창업 90주년 기념해 MDK-21, MDK-41를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라도 맛있는 커피를 쉽게 내릴 수 있는 MDK형 필터를 완성하여 ‘네루 드립커피’의 맛을 재현한 종이 필터를 완성시킨 거지요. 아버지께서는 이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47년간의 연구와 노력으로 이루어내신 후에 세상을 떠나셨지만(2008.6.15.). 오늘날의 저는 더 나은 커피를 제공하려는 그 꿈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더 좋은 커피 기구를 만드는 일에도 1980년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드셨습니다. 이전의 커피업계 선배들의 가르침을 받으면서도 본인 스스로 지속적으로 연구하셔서 커피 기구를 더욱 업그레이드 시켰으며, 타사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론에 따르는 기능을 갖춘 커피기구를 만드셨지요. 또한 ‘더 맛있는 커피를 볶으려면 어떻게 할까?’을 항상 고민하면서 로스팅 기술의 향상을 위해 돌아가실 때까지 연구하셨고 결국 로스터기의 개량까지 손을 대셨지요. 아버지가 깨달으시고 다음과 같은 일종의 커피 철학과 같은 말씀을 마지막으로 남겨주셨어요.

  “커피를 볶는 것은 매번 커피콩의 생산지가 달라 각 나라에 따라 콩 정제 방법의 차이 등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같은 게 아니며, 자기 자신의 만족함을 위해 볶는 것도 아니다. 만월이 된 달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듯이, 높아진 교만에서 낮아진 마음으로 로스터기와 마주한다면 자연스럽게 훌륭한 맛이 되고 모두가 만족할 맛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제2대 ‘고노 토시오’의 경영 이념과 그것을 발전시킬 제3대의 경영 방침은?
  아버지 ‘고노 토시오’는 경영인이기보다 ‘장인’이셨습니다. 어중간한 커피 기구는 아예 만들지 않았고 자신이 납득할 때까지 실험을 반복하면서 중간 결과에 머무르는 어떤 타협도 허용하지 않으셨지요. 그렇게 하다 보니 사실 쓸데없이 보이는 비용도 많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통스러우나 필요한 기초를 놓는 시간들을 다 거쳐서 창업 후 올해 92년째를 맞아 일본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유명한 커피 기구를 제조하고 커피를 가공하는 전문회사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세계 각국에서 칭찬을 많이 받고 많은 고노 팬들의 지지를 받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저는 향후 한층 더 새로운 커피 기구를 개발할 것이며, 저 또한 선친처럼 어떤 타협도 하지 않고 커피 추출을 진지하게 연구하며, 진짜 커피 추출이 과연 어떤 것인지를 커피 세미나를 통해 알리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세계의 커피 팬들로부터 “역시 고노의 기구를 사용하면 커피가 맛있어!”라는 말을 계속 들으려고 합니다. 

< 고노 마사노부와 함께한 커피컨퍼런스 >

20년을 맞이한 ‘가비양’ 양동기 대표에게 전하는 축하 메세지
  지금부터 20년 전, 아버지와 제가 힘을 합쳐 로스팅에 전념하던 어느 날 양동기 대표가 일본에 도착했던 날을 기억하고 있지요. 그때 아버지는 건강하셨고 로스팅 기술도 당대의 최고셨습니다. 이렇게 둘이서 하던 로스팅을 이제는 시간이 흘러 제가 양 대표와 함께하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때의 양 대표는 커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배우려는 자세와 열정은 눈동자 속에서 이글거렸으며, 타오르는 불꽃같은 에너지를 가졌었지요.

  창업 20년이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후로도 젊었을 때 가졌던 불타는 열정을 잊지 말고 정진해서(잡념을 버리고 수행하시길!) 겸손하게 커피와 함께 걸어가 주세요.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 당신의 스승께서 하늘에서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ㅎㅎ
  파이팅 양동기 대표!!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현재까지의 20년! 그리고 앞으로 양동기 대표와 함께 걸을 20년! 
  앞으로도 지금까지 이어온 커피를 통한 우호관계를 기초로, 저와 양동기 대표와 함께 커피 세미나를 통해서 건강한 커피 문화를 젊은이와 노인의 구분 없이 보급하는 것을 변함없는 목표로 삼고, 한·일간의 음식 문화 교류까지 넓히고 싶습니다.

지금까지의 어려운 점
  일본에서의 제1차 카페 붐은 1964년경 ‘사이폰 카페’로 유행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지금은 집에서 많이 커피를 내려 마시지만, 당시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기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이 카페를 찾았지요. 이러한 전성기 탓에 일본에서는 커피기구가 무려 20만개 이상이 팔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커피 열풍이 갑자기 불자 질 낮은 싸구려 커피기구가 죽순처럼 많이 쏟아져 나왔지요. 커피를 내리는데 제대로 추출되지 않고 그냥 검은 색 물만 나오는 기구 말입니다. 당시 일본 내에서만 30여개의 사이폰을 만드는 회사가 있었고, 한국과 대만까지 포함하면 40곳 정도의 회사가 사이폰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시절에는 가짜 ‘사이폰’과의 싸움이 관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원뿔 드리퍼의 모양은 하고 있으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가짜 ‘원뿔 드리퍼’와의 싸움이 핵심입니다. 저희 상품은 품질을 최고로 중시해서 맛있는 커피가 추출하도록 하는 만큼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소비자들은 먼저 가격을 비교하고 모양은 비슷하지만 싼 제품을 선택하지요. 저희 회사는 창업 92년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개발해온 ‘오리지널 제품’만을 만들고 있으며, 타사의 제품을 복제해서 만든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사이폰’과 ‘원뿔 드리퍼’는 사실 우리 회사로부터 탄생한 커피기구입니다. 책임감 없는 회사들이 우리 제품을 복제해서 추출 이론도 제대로 없고 질이 떨어지는 싼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유통시키는 것이 현재의 문제이긴 합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그런 기구는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을 믿고 기다리는 편입니다. 

  세대를 이어서 이제는 제3대째가 되어가는 커피회사 ‘고노’의 ‘고노 마사노부’ 사장과 가비양의 양동기 대표와의 인연이 20년 동안 지속되는 것을 보며, 가비양 또한 세대를 이어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커피회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인터뷰를 마무리합니다. 무엇보다 ‘가비양은 커피를 통한 소통의 장소이고, 최고의 인테리어는 사람이다’라는 인문학적 확신으로 커피 향기 속에 보통 사람들의 삶의 스토리를 담아내는 커피문화를 만들려는 양동기 대표에게 창업 20년을 기념하게 됨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동시에 앞으로 그 어떤 어려움도 넉넉하게 헤쳐 나갈 뿐 아니라 더욱 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창조적 기업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주) 가비양, 경기도 성남시분당구 안골로 33
031-707-3351

일본 고노 회사 COFFEE SYPHON CO.,LTD.
일본 도쿄, 분쿄-쿠, 센고쿠 4-29-13
+81-3-3946-5481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8호 >에 실려 있습니다.

  

< 가비양 커피클럽 & 커피스토리 바로가기 >

  가비양은 커피를 매개로 한 소통장소입니다.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고 드립도하지만, '최고의 인테리어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으로 많은 사람이 머무는 장소를 만들려고 합니다. [가비양 커피클럽 & 커피스토리]는 그 속에서 머무는 많은 사람들을 이야기합니다. 


[스토리 40 바로가기]

커피스승 ‘고노’를 추억하며


[스토리 44 바로가기]

초등학교 5학년 만화방 주인장이 된, ‘하우스텍’대표 심재용


[스토리 45 바로가기

가비양 커피는 ‘도레미파솔라시도’가 한 커피 안에 다 들어가 있다

- 한국학중앙연구원 김학수 교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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