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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를 넘어 스승의 길로! 수원시립교향악단 베이스트럼본 박종세

예술/음악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12. 2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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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김미경이 만난사람]

 

연주자를 넘어 스승의 길로!

수원시립교향악단 베이스트롬본 박종세

 

  큰 키에 온순해 보이는 외모가 트롬본 악기를 닮아서인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하는 바로 옆자리에, 수줍은 듯 앉아 있는 그 누군가 있었으니... 바로 아버지와 똑같이 베이스트롬본을 연주하는 아들이었습니다. 미국유학 중에 잠시 나왔노라 하더군요. 이렇게 트롬본 2세대인 아버지와 아들을 앞에 두고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트롬본 연주자로서의 출발

  1966년도 파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는 고등학교에서 밴드부를 하며 처음으로 악기를 접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개인의 성향에 상관없이 키가 크고 덩치가 있으면 금관악기로 튜바나 트롬본이 주어졌습니다. 트럼펫을 불어보니 마우스피스가 좁아 소리가 잘 나지 않았는데, 트롬본은 부니까 바로 소리가 나더군요. 그래서 ‘트럼펫이나 호른은 내 악기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트롬본을 선택했고, 그 후로 지금까지 28년 동안 트롬본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에 들어갈 때는 베이스트롬본을 가르치는 학과도 없어 테너트롬본으로 입학한 후, 베이스트롬본으로 전공을 바꿨어요. 트롬본 1세대인 이수성 선생님, 유학을 다녀 온 장준화 선생님 순으로 해서 제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니, 트롬본 역사가 얼마나 짧은지 아시겠죠.

 

금관악기 트롬본의 매력

  일단 웅장하고 근엄한 소리가 매력적이에요. 그래서 트롬본 연주를 하면서 성격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트럼펫 연주자들은 성격도 빠르고 날카로운 반면, 트롬본 연주자들은 성격이 훨씬 너그럽고 대인관계도 부드럽게 하는 것 같아요. 목소리 톤이 악기 선정에도 영향을 주지 않나 생각합니다. 트럼펫보다는 베이스트롬본이 콘트라베이스 음역이다 보니 목소리가 저음인 저와 잘 맞습니다. 악기의 특성과 본인의 성향이 꼭 맞는다고 할 수 없지만, 비슷하게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오케스트라 협연 시 지휘자와의 호흡

  저는 솔직히 오케스트라와 솔로 협연은 많이 못했어요. 트롬본이 솔로로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할 기회는 많지 않거든요. 오케스트라와 연주할 때 트롬본은 호흡으로 하는 악기다 보니 호흡하는 면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지휘자와의 호흡을 맞출 때 연주자가 어떻게 호흡을 하느냐가 정말 중요해요. 호흡을 놓치면 한 소절을 몽땅 빼먹을 수도 있고, 또 살기 위해 꼭 숨을 쉬어야 합니다. 또 연주를 하면서 악기에 고인 침을 제 때 빼주지 않으면 다음 파트에서 침이 걸리는 소리가 납니다. 그래서 원할한 연주를 위해 연주자는 재빨리 침도 빼줘야 하니 바쁘게 움직여야 하죠. 관악기 연주자는 폐활량이 중요하므로 이를 높이기 위해 저는 수영과 오래달리기를 합니다. 음악하는 사람들은 운동과 금연은 필수이죠. 

 

수원시향 단원으로서 자부심

  수원시향과 20여년을 함께하면서 느끼는 것은 무엇보다 단원들 간의 유대관계가 정말 좋다는 겁니다. 객원 연주자들도 수원시향 분위기가 남다르다고 하더군요. 매번 연습이 끝나면 선배들이 꼭 밥 사주고, 커피 사주고 뭐든 먹여서 보내거든요. 음악하는 사람들은 각자 개성이 강해서 같이 어울리기 쉽지 않다고 하지만, 수원시향은 야유회를 가도 잘 놀아요. 그만큼 단원들끼리 마음이 잘 맞고, 팀워크가 좋다는 것이죠. (사실 인터뷰를 하는 저도 올해로 수원시향에 8년째 꾸준히 정기연주회를 다니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가장 영향을 준 스승

  저에게는 두 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먼저, 지금은 은퇴하신 KBS교향악단의 이수성 선생님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음악뿐 아니라 인성을 가르쳐 주셨어요. 특히 제자들에게 “너희들도 나중에 제자들을 가르칠 때 여름에 캠프도 하고, 꼭 제자들에게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하라”고 당부했던 말씀이 제일 가슴에 남습니다. 선생님은 평소에도 아주 검소하고, 제자를 위해서 아낌없이 주는 분이셨지요. 제가 유학을 다녀왔을 때 선생님께서 학교로 오라고 하더니, 바로 학장님께 데려가 “다음 학기부터는 얘가 나올 겁니다. 나는 그만합니다”라고 하며 선생님의 자리를 저에게 넘겨주셨어요. 지금 제 나이가 그 때의 선생님 나이인데, 저도 언젠가는 ‘선생님처럼 해야겠다’라고는 하지만 선뜻 그렇게 내 자리를 내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미국유학시절 저를 가르치셨던 Terry Cravens 교수님입니다. 제가 동양인인데도 아주 기본기가 확실하다고 칭찬하셨죠. 몇 년 전, 아들을 소개하기 위해 다시 찾으니 아버지와 아들이 똑같이 베이스트롬본으로 자기를 찾아오기는 처음이라며 흐뭇해 하셨습니다. 레슨을 하고 바로 학교식당으로 데려가셨는데, 제가 준비한 아들 레슨비를 드리니 무척 화를 내셨지요.

 

음악인으로서의 삶의 가치

  저는 먹고 살기 위해서 음악을 하려는 사람은 절대 음악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돈도 많이 벌 수 없고 무엇보다 본인이 원해서 음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현재 가장 보람을 느끼고 가치를 두는 것은 제자들을 잘 가르치고, 그 제자들이 잘 되는 것입니다. 음악인으로서 연주하는 것이 행복하기도 하지만, 선생으로서 이것이 가장 보람되고 기쁜 일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테너트롬본에 대한 자료들은 잘 정립이 되어 있지만, 베이스트롬본에 대한 자료는 우리나라에 많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모아온 자료를 제자나 모교에 기부할까 합니다. 왜냐하면 이수성 선생님께서 평생 모아 오셨던 악보를 은퇴하면서 “이것은 이제 내가 쓸 일이 없으니 네가 잘 보관해라”며 너무 귀한 자료들을 저에게 다 넘겨주셨기 때문입니다. 선생님께 받은 것이니 잘 정리해서 넘겨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젠 관악콩쿠르도 많이 생겨 한국 음악협회 콩쿠르, 동아콩쿠르, 부산콩쿠르, 2년마다 열리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제주국제관악콩쿠르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도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뛰어난 금관악기 연주자들을 배출하기 위해 심사위원으로도 더욱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자들 중에 동아콩쿠르에서 베이스트롬본 1등으로 2명이 입상하고, 2008년부터 현재까지 제주국제관악콩쿠르의 1, 2, 3등을 제자들이 번갈아 입상한 것이 저에게는 매우 기쁜 일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유쾌한 인터뷰 시간이었습니다. 같은 베이스 트롬본을 연주하는 아들에게 아버지에 대해 물으니, 아버지로서는 괜찮지만 선생님으로서는 엄하다고 하더군요. 연습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게을리하고 서로 무언가 막히고 대화가 풀리지 않을 때, 하루종일 아버지와 지칠 때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고 합니다. 그 때마다 아버지는 “자전거도 네가 페달을 밟는 만큼 가는 것처럼, 악기도 연습한 만큼 실력이 는다”는 따뜻한 조언을 잊지 않으신다고 합니다.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88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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