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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무이한 치안센터이자 문화예술 복합공간인 군포 산본1동‘문화파출소’

2018년 5월호(제10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5. 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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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파출소를 다녀와서]


세계 유일무이한 치안센터이자 문화예술 복합공간인
군포 산본1동‘문화파출소’




- 전문 무용 예술인으로 활동하다 갑자기 문화예술 사회적 모델인‘예술의 공(共) 협동조합’을 하게 된 이유


 8살에 무용을 시작하며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인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숙명여자대학교 실기 우수 수시전형으로 입학을 했죠. 졸업하자마자 전문무용수로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려움 없이 무대에 섰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점차 예술단체의 운영과 발전 방안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예술경영’을 배우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며‘울타리 밖을 나왔다’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지만 다른 세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나의 이야기를 누구에게 하느냐가 중점이 되었고, 후에는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었죠. 그러다 보니 저와 함께 하는 동료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예술 전문 교육을 받으며 10년 이상 저와 함께 학창시절을 보낸 동기들 중에 국공립 단체에서 활동 하는 동기는 단 한 명일 정도로 청년 실업 못지않게 전문 예술가들이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너무나 좁아 삶 자체도 퍽퍽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예술을 아주 가까운 이웃들이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예술의 방식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지요. 예술가들의 삶이 여러 방향이 있지만 함께 하는 동료들과‘열정의 배낭’을 매고 머리를 맞대니 우리가 하는 모토가 사회적 혁신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로 다듬어 지기 시작했고, 2016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지원 단체로 선정되어 꿈을 어느 정도 체계화 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올해로 3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청이 협력하는 문화파출소 조성 및 운영 사업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 '예술의 공(共) 협동조합’이 산본1동 치안센터를‘문화가 있는 파출소’로 바꾸게 된 과정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2016년 8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공모한 문화파출소 조성 및 운영 사업에 선정되면서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구체화 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문화파출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청이 협력하여 시민예술교육과 범죄피해자의 예술치유까지 광범위한 시민밀착 예술 사업입니다. 전국에는 9개의 문화파출소가 운영 중입니다. (군포, 울산, 대구, 춘천, 청원, 전주, 여수, 제주, 서울 수유)그 중 경기도 내에서 유일하게 군포에 문화파출소가 조성되어 있지요. 단순히 유휴 공간을 예술지원 사업으로 운영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치안센터의 역할을 하면서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복합적 공간으로 전 세계 유일무이 한 프로젝트로써 의미가 있습니다.‘문화파출소 군포’에서는 아동, 청소년, 성인 프로그램으로 프랑스 자수, 검무, 음악치유 등과 야금야금 가야금, 발레, 중국어로 비즈아트 등이 진행되고 있어요.


-‘산본1동’지역이 문화적으로 좋은 환경은 아니어서 시민들에게 제공할 프로그램들을 좋은 목적으로 시도했다 해도 사람들의 반응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요.


 산본 1동은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는 흥미로운 지역입니다. 2기 신도시로 재개발 지역과 대단지의 아파트가 시장하나를 두고 마주하고 있으며, 치안센터 주변부터 중국인 거리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산본1동 파출소를 이 지역 문화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다문화의 어울림, 상권 활성화가 거론되었던 것이 단지 이론적인 접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중국인들은 이미 안착된 생활권에 접어들어 따로 다문화를 소개 하거나 커뮤니티를 조성하는데 새로움이 없었고, 상인들은 장사로 너무나 바쁜 시간을 보내 이야기를 들을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사실 고민이 되더군요. 그러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매개로 교육적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야외공연장을 만들어 상인들, 행인 모두가‘우연히 접하는 공연예술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접근 방법을 바꾸기 시작 했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오가며 마주치는 다문화 가정 어머니들은 자연스럽게 교육적 커뮤니티가 조성되어 아이들과 함께 엄마들의 문화예술 교육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다니는 지역 어린이집을 초대해 파출소에서 열리는 공연을 관람하게도 하고, 동시에 경찰관이 직접 교통안전 교육도 하니 생생한 교육현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유입으로 파출소는 아이들의 생동감이 살아 있는 공간으로 채워졌고, 아이들이 붐비니 선입견 없이 초등생들이 방문하게 되고, 방과 후 교육으로 예술 공교육화에 가까운 모델로까지 접근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 에피소드로 문화파출소 야외 공간에서 무용공연을 기획하게 되었는데 파출소가 시장 안에 있어 그 주위에 어느 정도 생활소음이 있기는 하지만, 주변에 사는 분들에게 가가호호 다니면서 양해를 구하고 무용공연을 진행했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2층, 3층에 사시는 분들께 시끄럽지 않았는지 물어보니“2층, 3층에서 내려다보니 전체가 보여 도리어 최고의 좌석이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참 뿌듯하더군요. 


- 3년 동안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과 극복, 그리고 현재의 어려움 
 

 ‘산본치안센터’는 1980년대에 지어진 2층 건물로 노후화는 물론 그때의 사회적 요소를 반영 하듯 작게 나누어진 방들로 10명 이상이 들어 갈 공간이 없었습니다. 2016년 문화파출소 리모델링으로 벽을 트면서 조각조각난 공간이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눠질 수 있었지만, 여전히 답답했었죠. 그래서 구조상 2층으로 올라가는 문을 없애니 이로 인해 공간에 개방성이 있어 보이고, 마치 블랙박스처럼 조성된 공간을 드나드는 신비로움과 아이들이 공연 관람 할 때 매직타임으로 공간을 이용해 호기심을 자극 하는데 도리어 좋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발레를 하거나 음악 놀이를 할 때 엄마가 편안하게 지켜보면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기묘한 공간을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공간에서의 턱을 없애니 교육을 받는 아이들과 엄마의 경계도 없고 선생님과 아이들의 경계도 자연스럽게 사라져 아이들과 엄마, 선생님 모두 한 공간에서 놀다 가는 기분이라고 엄마들이 그러더군요. 실로 단점이 장점이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완벽히 편리하고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놀이터의 벽마다 아이들의 손때가 묻은 2층 공간을 저는 사랑스럽게 생각합니다.


- 경찰과 예술가 그리고 시민들이 공존하는 공간. 이곳이 지역 치안센터인데 상상이 잘 안갑니다.
 

 처음에는 경찰, 예술가, 시민들 모두에게 문화파출소의 취지를 설명 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니 말 그대로 예술과 안전이 있는‘예술안전사랑방’으로 변모 했습니다. 치안센터장님은 저보다 더‘문화보안관’같으십니다. 문화예술에 관심 아니, 신경을 써본 적도 없다던 센터장님의 몸 속 깊이 있던 예술 감수성이 저보다 더 풍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저는 간단한 민원은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촉(?)이 생겼습니다. 중국인들의 외국인 등록증 분실, 할머니의 목마름, 장보러 온 시민의 화장실과 길 찾기는 한눈에 알아 볼 정도지요. 산본치안센터에 오시는 주민들은 아이들 동화책이 어디에 있는지, 요즘 융합교육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 질문부터가 다릅니다. 아이들은 터줏대감처럼 자연스레 들어와서 피아노도 치고, 가야금도 뜯어보고, 초코렛은 어디에 있는지 다 압니다. 처음 이곳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하얀 밤을 지새며 고민 했던 결과들입니다. 이젠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즐거이 계절의 바뀜을 즐기니 문화파출소의 고유의 향기가, 따끈한 온기가 자연스럽게 우러러 나온다고 할까요?


<발레 수업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

 

 

- 보람 있고, 기억에 남은 일
 

 살면서 파출소를, 경찰을 이렇게 많이 만나는 일이 있을까 싶은데요. 저도 사실 파출소에 대한 막연한 불편함과 어색함이 있었습니다. 산본치안센터가 문화파출소로 조성되면서‘웰컴 투 문화파출소’라는 대표적 프로그램이 운영 되었습니다. 파출소에서 교통안전교육과 공연 관람을 함께 하여 안전교육과 예술경험이라는 가치를 아이들이 흥미롭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5세부터 7세까지 지역아동 200여 명과 초등학생 200여 명이 신호등 안전교육, 순찰차, 사이드 카 탑승 뿐 아니라 반짝거리는 눈으로 성악공연, 인형극 관람을 하고 있습니다. 더운 여름날에도 포돌이, 포순이 분장을 마다하지 않던 경찰 분들의 땀방울을 보았는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순찰차를 만나면 파이팅을 외쳐 주겠다던 아이들을 보면서 자연스러운 교육, 예술경험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 보람되었습니다. 제가 자라며 보아온 파출소와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 전문문화예술 단체와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모델인‘예술의 공(共) 협동조합’의 차이


 ‘예술의 공(共) 협동조합’은 함께 만드는 따뜻한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의 단체입니다. 단체가 협동조합 구조로 이루어진 점은 다 같은 지위를 갖기 위함입니다. 전문문화예술 단체는 도제식 교육을 받는 예술인들로 구성 되어 있어 의사소통의 구조가 획일화 된 경향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가진 개성과 예술관이 확고해 단단한 결속력과 전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도 스승을 섬기고, 고유 문화제를 전수하고도 있지만 예술의 공(共) 협동조합만큼은 개방적이고 자유롭고 주도적인 단체가 되고자 설립하였습니다. 조합원 모두 다른 전공의 아티스트들이 모여 있어 다양한 의견과 유연한 사고가 이루어집니다. 운영 방안도 자신의 개성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시민예술 교육의 즐거움과 예술 공교육 프로그램 개발, 지역공연 예술콘텐츠 개발 등 다양하고 혁신적입니다.


- 앞으로의‘예술의 공(共) 협동조합’의 미래와 계획

 

 앞으로‘문화파출소 군포’의 3년차는 지역에 자연스럽게 흡수되어 오랜 친구 같은 느낌으로 표정만 봐도 알 것 같은 친구가 되어 있기를 소망하고,‘예술의 공(共) 협동조합’은 지금처럼 함께 할 때 따뜻한 즐거움이 무엇인가에 대한 차가운 고민들을 하며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해 갈 계획입니다. 전문 아티스트들의 활용 방안과 시민예술가의 활동 지원 등 판로개척에도 힘쓸 뿐 아니라, 저는 개인적 역량을 높이기 위해 또 다시 많은 새벽을 즐겨야 할 것 같습니다.(하하) 돌이켜 보면 다양한 프로젝트 실행은 3년 전 박사과정 때 고민하고 꿈꿔왔던 그림들에서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다시 백지장을 앞에 두고 끄적이는 시간들이 필요하겠죠.


- 시민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점
 모두가 예술가라는 점을 알면 좋겠습니다. 어릴 적 메모장, 직장에서 틈틈이 들었던 음악들, 사랑하는 사람에게 쓰던 편지들... 그 감성들은 사실 자신들의 몸 어딘가에는 박혀 있습니다. 바쁘기도 했고, 오래되어 까먹기도 했을 것이고... 하지만 살아 있습니다. 예술적 감수성을 살짝 꺼내 보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커서 놀랄지도 모릅니다. 우리 모두가 자기 안에 있는 반짝이는 예술 감수성을 마주하는 경험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그 어려움을 없애주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문화파출소에서 경찰관으로 근무하며‘예술의 공(共)’김유미 대표를 지켜 본 센터장님의 거침없는 한마디는“김유미 대표를 말릴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에는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겠지요. 문화예술의 사회적 혁신을 꿈꾸며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문화 예술이 그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시민들에게 아주 가까이 있다는 것을 일깨우고자 하는 열정 말입니다. 특히 보여주기 식이 아닌, 예술이 사람들의 삶에 녹아들기 원하는 마음을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센터장이 보고 있는 듯 했습니다. 



예술의 공(共) 협동조합 김유미 대표 
문화파출소 군포 운영
ym5802@hanmail.net|031-347-6262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이야기 103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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