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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트 자코메티 특별전을 다녀와서

2018년 5월호(제10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5. 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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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비평글]


인간의 허무함 뒤편의 
욕망을 엿보다

- 알베르트 자코메티 특별전을 다녀와서 -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전을 한마디로 이야기한다면‘허무, 그 뒤편의 욕망’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자코메티는 작품을 통해 인간의 고독과 허무, 나약함을 지속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지만, 정작 본인은 그 작품 뒤에 자신의 욕망을 숨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코메티의 작품들은 많은 사람들의 평가처럼‘인간의 불안과 고독’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젊은 시절 함께 여행했던 네덜란드 노신사의 죽음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것과 1, 2차 세계대전의 생생한 경험은 그의 천재적 표현능력과 만나 인간 속에 자리 잡은 지독한 불안과 허무를 깊이 있게 표현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뼈대에 살을 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걷어 내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앙상하고 나약한 인간 실존을 표현해 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인간을 죽어있는 모든 것들과 구별되게 하는‘생명’을 집요하게 추구하였는데,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머리였으며, 그 중에서도 눈, 눈빛이었습니다. 그의 흉상 대부분이 눈을 가장 인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드로잉 작품은 마치 죽어있는 해골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빛처럼 눈을 독특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런 질문을 해 보고 싶습니다. 그가 보았던 나약하고 허무한 인간을 살아있게 만드는 눈에 담긴 생명력은 도대체 무엇일까? 라는 질문입니다. 그것은 인간 속에 번뜩이며 꿈틀거리는 욕망들은 아니었을까요? 그의 마지막 작품의 모델인 로타르의 허탈한 눈빛 속에서 세상을 움켜쥐고 싶은 욕망이 아른 거리는 것은 각자 보는자들만이 가지는 느낌일까요? 더 나아가 그의 대표작인 <걸어가는 인간>속의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육체를 앞으로 전진하게 만드는 부릅뜬 눈에서 살고자 하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 앞의 모델들과 1, 2차 세계대전 후의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눈빛에서 그것을 읽어내고 표현해 냈던 것입니다. 어쩌면 그는 대상의 눈 속에 빛나고 있는 욕망을 귀신같이 파악해서 표현해 내는 탁월함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욕망을 탁월하게 읽어내어 표현한 그가 가진 욕망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성적 욕망’이었을 것입니다. 본처를 두고 창녀의 손을 잡고 죽고 싶어 했던 그, 본처를 공개적으로 다른 남자에게 양도했던 자코메티의 태도는 예술가적 기행이라고 이해해 주기에는 비상식적인 것이었습니다. 과연 그가 남자를 삼키는 여자인 이사벨의 눈에서, 또한 오직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단련된 순수해 보이지만 차가운 눈빛을 가진 창녀 캐롤린의 눈에서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결국 자신의 엄마와 같은 역할로 선택한 아내에게서 찾을 수 없었던 그의 성적인 욕망을 자극해 나이를 잊은 청년과 같이 만들어줄 그것이 아니었을까요? 본인보다 30살 이상 나이가 많은 피카소의 드러난 성적, 지배적 욕망을 날카롭게 비판했지만, 자코메티는 본인의 존재 밑바닥에 성적인 욕망을 교묘히 숨긴 채 외부의 대상들을 관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그의 독창적인 표현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지만 아쉬운 것은 필요 이상으로 여러 가지 내용들을 관련시켜 전시해 놓음으로 자코메티와 그가 진짜 말하려는 것에 집중하는 것을 어렵게 하지 않았나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작가를 깊이 알고 작품세계에 더 집중하게 하는 게 아닌, 흥미로운 사건들을 전개해 도리어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편집부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이야기 103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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