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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미술인들의 사랑방지기 정수화랑의 ‘박정수 관장’을 만나다!

2018년 8월호(제106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8. 26.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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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스토리]


젊은 미술인들의 

사랑방지기 

정수화랑의 ‘박정수 관장’을 만나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립현대 미술관 서울관 뒤에는 규모는 작지만 우리나라 미술계의 한 편을 지켜내는 화랑이 있습니다. 골목 깊숙이 숨어있어 찾기 힘들지만 한번만 방문하면 잊어지지 않는 분위기, 젊은 미술인들의 해방구라 알려진 정수화랑을 찾았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상하게 사회적 의무감 같은 것이 생겨요. 

정말 반갑지 않은 일인데 누군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해야만 한다는 것 말입니다. 역사와 민족을 위한다거나 역사적 사명이라는 것은 없어요. 다만 젊은 작가, 무명작가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고 싶어요. '


화랑을 시작한 지 27년이 되어간다고 하는데 무척 일찍 시작하셨네요. 화랑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교 4학년 때 우연히 건축업 하시는 분을 만났어요. 설악산 관광휴양지에 콘도가 많이 들어설 시기였죠. 그분께서 콘도 거실에 장식할 그림 포스터를 액자로 해서 납품해 볼 생각이 없냐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무작정 사업자 등록증을 내고 시작했어요. 그때는 화랑이라고 할 것도 없었어요. 조그마한 공간에 판화 몇 점 걸어두고, 포스터 액자 몇 개가 전부였지요. 미술시장을 알 턱이 없었던 지라 젊은 혈기로 시작한 사업은 망하고 말았고, 그 후 배운 게 미술이어서, 롯데미술관의 공채 시험으로 큐레이터가 되어 롯데화랑에서 7년 정도를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7년 정도 근무를 하다 보니 큐레이터로서의 노하우도 생기고, 경험과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젊은 작가, 무명작가들이 첫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사랑방 같은 화랑을 만들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2011년 정수화랑을 개관하게 되었습니다.


정수화랑은 젊은 미술인들의 대안공간으로 시작되었다고 하셨는데, 현재 정수화랑이 대표적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화랑 초기에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무명 화가들을 재워주기도 했고, 작가들이 모여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기도 했어요. 현재는, 젊은 미술인들의 대안공간으로서 미술인을 발굴하고 지원하며,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매년 15~18명 정도의 미술인을 발굴, 지원, 육성하고 있는데, 거창하게 작가발굴이라기 보다는 미술계에서 활동하면서 뜻이 맞는 미술가들과 함께하는 것뿐이죠. 작가들과 대화하다가 미래에 대한 확신과 예술에 대한 열망이 느껴지면 제가 먼저 부탁하죠.“전시한번 해 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말입니다. 또한, 나이와 성별과 상관없이 미술계 진입을 망설이는 이들과 미술계에 갓 입문하는 신진작가를 위한 다양한 국내외 아트 페어 참가 및 전시활동 지원, 후원을 통해 마케팅 지원도 합니다. 

2016년 가을에 미술문화를 지원하는 두 기업과 저희 화랑이 업무협약을 맺고,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형태로서 예술가들의 자생적 활동을 위해 정부와 기업, 지역사회 시민들과 함께 상호 협력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예술협동조합‘이루’를 시작했어요. 그 첫 사업으로 문화예술의 근간을 확보하고 문화예술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미술인들의 창작공간인 레지던스 프로그램(residency progra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이라 하면 말 그대로 예술가들이 일정기간 머물면서 창작생활공간을 지원하는 것이죠. 예술가가 입주하여 창작활동을 하는 공간을‘창작공간 광명’으로 이름 붙였습니다. 2018년 봄부터 화가, 패션디자이너, 공예가, 갤러리스트 등 8명의 예술가가 입주하여 예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레시던스 프로그램은 이미 한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창작공간 광명’은 지방자치단체나 미술관, 기업에서 운영하는 게 아닌 개인 화랑이 운영하는 차별성이 있습니다. 기존의 레지던스는 일정기간(6개월에서 1년)동안 작업 활동을 한 후 다른 곳에 가야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술가 입장에서는 작품 활동과 공간에 적응할만하면 그만두어야 하지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기간이 길어지면 누군가에 대한 혜택이 되고, 미술관이나 기업에서는 단기간 많은 예술가들을 수용해서 작품을 기증받는 방식으로 레지던스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술협동조합‘이루’는 이러한 단점을 해소하기 위하여 특별한 잘못이나 불협화음이 일어나지 않는 한 지속적인 공간지원과 예술 활동을 보장하고 있지요. 예술가의 지원이 한계성을 지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여타의 다른 공간으로 확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정수화랑이 젊은 작가, 무명작가들의 대안공간으로서 유지되기 위해서 운영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요? 

정수화랑은 열정 가득한 미술가를 초대해서 2주간 전시하고, 전시 된 작품이 판매되면 30%의 수수료를 받습니다. 판매가 없으면 그냥 약간의 전기세를 부담하죠. 책상 위에 인물 드로잉이 참 많다고 했지요? 젊은 미술가에게 받은 것들인데, 전시가 끝나고 작품 판매가 없을 때 자신의 작품을 주는 경우가 간혹 있어요. 그러나 작품은 미술가의 재산이기 때문에 받을 수가 없답니다. 한참 전에 농담 삼아‘연필로 얼굴이나 그려줘!’했더니 이렇게 쌓이게 되었습니다. 지금 한 50장쯤 되려나요? 명함크기에서 커봐야 A4사이즈 정도지요. 

운영비요? 그냥 제가 냅니다. 간혹, 작품이 판매되어 한 달 경비가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요. 최근 몇 달 동안은 집에 생활비를 가져다주지 못했는데,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현재 저희 화랑뿐만 아니라 화랑업계 전체가 많이 어려워요.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화랑들은 자기만의 정보가 있었어요.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가격이 얼마에 팔렸는지 고객이 서로 몰랐습니다. 가격정보를 독점하고 있으니 미술 애호가에게 작품 매매하기가 나름 용이했지요. 그런데 이제는 인터넷이 다 가져갔어요. 작품 가격에 대한 정보 독점이 사라졌습니다. 경매회사 사이트에 들어가면 누구의 어떤 유형의 작품이 얼마에 판매되었는지 다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작품 판매가 정말 힘듭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트페어가 대안인 것 같아요. 이러한 현상은 한 참 더 가겠지요. 이러다가 소규모 화랑들의 조합이 활성화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각기 독특한 영역을 지닌 화랑들이 모여 중·대형 미술시장을 형성하겠지요. 


정수화랑이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그림을 잘 파는 화랑이 되는 것도 좋지만, 돈만을 바라보며 그림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많은 가치들을 만들어 내는 화랑이고 싶어요. 젊은 작가들, 열정 넘치는 무명작가들에게는 사랑방으로서 소통할 수 있는 연결 고리를 만들어 주고,‘창작공간 광명’을 통해서 입주예술가들과 지역사회가 협업할 수 있도록 하며 문화 예술 발전에 기여 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화랑사업이라기 보다는 그냥 사명감 같아요.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을 제가 한다고나 할까요? 누군가는 처음 시작하는 미술가를 알아봐 주어야 하고, 누군가는 이들을 자리 잡게 해 주어야 하거든요. 그렇다고 거창하게 지원이나 육성이란 말은 아니고요. 또한, 한국의 문화 예술발전을 위해 책을 몇 권 발행했는데 앞으로도 좋은 책을 꾸준하게 발행하려고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지금 있는 지하 화랑에서 지상으로 올라가야지요. 좀 더 넓은 공간에서 큰 작품들을 만나고 싶답니다.




정수화랑 대표 박정수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22-31

https://blog.naver.com/ilyangpark

010-6249-2404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06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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