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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를 놓으면 정말 죽을 것 같더라고요! ‘평창 패럴림픽’사회, 문소리 아나운서를 만나다

2018년 10월호(제108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10. 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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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김미경이 만난 사람-문소리 아나운서편]





마이크를 놓으면 

정말 죽을 것 같더라고요!


‘평창 패럴림픽’사회,  

문소리 아나운서를 만나다










現) SBS CNBC 주말앵커 외 국제행사 영어MC

2018 평창동계페럴림픽 개폐막식 영어 아나운서

2015년 대한민국 지식경영대상 아나운서부문 최우수상

前) 목포 MBC 아나운서


 


 도로의 뜨거움이 훅훅 올라오던 올해 여름, 문소리 아나운서를 만나러 상암동 SBS 2층 커피숍을 찾았습니다. 직업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한 아나운서라, 인터뷰어인 제가 살짝 떨리더군요. 드디어 활짝 웃는 얼굴과 그 낭낭한 ‘솔’음의 주인공 문소리 아나운서 등장! 주위가 환해졌습니다. 앉자마자 2시간 동안 생생하게 풀어낸 문소리 아나운서의 삶! 

 동행한 ‘한수정’학생기자도 인터뷰에 함께했습니다.


 많은 행사들을 진행할텐데, 영어로 진행하는 국제회의나 행사는 어떻게 다른가요?


 영국에서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영어는 할 수 있었지만 국제행사 영어MC가 되기 위해서 개인 시간 전혀 없이 꼬박 3년을 영어에만 매달렸어요. 영어를 할 수 있는 것과 아나운서로 영어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많이 다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누구나 한국어를 하지만 아나운서의 입으로 들으면 표현하는 단어나 느낌이 다르쟎아요? 그런데 영어라는 벽에서 우리는‘할 수만 있으면 된다’라는 아량을 베풀게 되요. 그래서 조금 더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예를 들면 “이번 기회가 여러분의 밝은 미래를 만드는 초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문장을 한국어로 만들어 뱉어낼 때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런데 ‘초석’과 ‘밝은 미래’라는 표현을 영어로 번역을 하고 나면 ‘밝은 미래’, ‘초석’이라는 단어의 뉘앙스가 잘 표현되지 않습니다. 간혹 이 단어가 맞나? 괜찮을까? 라는 의구심도 많이 들고요. 어렸을 때부터 한국어처럼 습득되지 않았기 때문에 필터링이 순간적으로 되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도 영어 단어에 대한 뉘앙스와 영어가 자연스레 나오도록 영어소설, 영화, 미국드라마를 통해 지속적으로 공부합니다. 영어로 써보고, 고급 영어를 다루는 강사나 저널리스트에게 확인과 피드백도 받지요. 아직도 미국인 선생님께 영어 과외를 꾸준히 받고 있어요.


 (한수정 학생기자)

 저는 말을 할 때 생각하고, 뜸을 들이며 늦게 말하는 편인데요. 아나운서시잖아요. 그러면 머릿속으로 정리를 해서 사람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표현을 해야 할 것 같은데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머릿속에 정리를 해서 말을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물론 회의를 하거나, 큰 문제에 대해 토의를 할 때는 그 주제에 대해 미리 준비를 하겠죠. 하지만 말을 하는 순간, 머릿속으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머릿속에 있는데 말이 안 나와요.”하는 분들이 간혹 있는데 이것은 충분히 머릿속에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청소년, 대학생들은 글에 친숙하지 않은 세대죠. 무엇보다 책을 읽지 않고, 대화가 없는 가운데 머릿속으로 생각한들 입으로 제대로 나오지 않을 거예요. 말은 약간 스킬이기도 하면서 평소 자기 안에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인데, 책을 읽지 않고, 대화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는다면 ‘제 속에 있는데 말이 안 나와요’가 아니라 ‘제 속에 없으니 안 나와요’인거죠. 즉, 충분히 담아두지 않았기 때문에 나오지 않는다 생각하면 됩니다. 논리적인 생각이 서너 줄 이어져도 주어와 서술어를 갖다 붙이면 딱딱 맞아 떨어져야 되는데, 이것은 머릿속으로 생각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책을 읽은 것이 쌓여 자연스러운 문장을 한 번에 만들어 내는 거예요. 물론 타고난 발음, 환경적 요소인 부모의 영향도 있겠죠. 하지만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소통하며 내공을 쌓아야 합니다. 


 다양한 행사나 컨퍼런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가 어느 분야건, 패널들에게 핵심적인 질문도 하는 만능처럼 보이거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중요한 내용만 갈무리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말을 많이 들어요. IT 분야의 전문가들이 문소리가 나보다 더 잘아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할 때마다 너무 죄송하죠. 왜냐하면 저희는 얕은 지식을 넓게 가지고 있거든요. 하다못해 월드컵 방송을 마지막까지 거의 다 봤는데 골 넣는 것을 못 봤다면 직업적으로 명장면만 다음날 챙겨 봅니다. 그래야 나중에 그 선수를 만났을 때라도 “아~ 그 장면에서 이렇게 봤는데 정말 멋졌어요.”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항상 사회적 이슈는 담아두려고 하고요. 아주 얕은 지식을 제가 갖고 있는‘말재주’로 잘 엮어가는 겁니다. 컨퍼런스나 방송 인터뷰에서 MC는 좌장처럼 깊게 개입해서 얘기할 필요는 없거든요. 

 물론 아주 어려울 때도 있어요. IT분야의 오픈 소스(Open Source) 같은 기술적인 이야기를 할 때는 제 얕은 지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럴때는 솔직해지는 것이 답이죠. 웬만한 것은 다 알아듣는데 정말 모르겠으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라고 하면 오히려 분위기가 좋아져요. 본인들이 내심 행복한 표정을 짓죠. 다만 저는 늘 컨퍼런스나 행사 전에 전문용어들을 직접 전문가들에게 물어보고 최대한 그분들이 직접 진행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동화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MBC 아나운서였는데 프리랜서로 전향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아~ 그냥 잘린 겁니다.(하하) 지역 MBC에 계약직으로 입사를 했었어요. 본사는 정직원이고 그 외는 다 계약직이거든요. 입사 후, 진행을 잘하는 아나운서로 인정받아 정직원의 기회가 있었는데 사장님이 여러 상황으로 해마다 바뀌게 되는 등 이래저래 계약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MBC 사원증을 반납하는데 더 이상 아나운서가 아니라는 생각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저는 아나운서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컸거든요. 심지어 마이크를 놓으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마 MBC 본사에 들어갔다면 프리랜서로 전향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그 당시 마이크를 놓지 않기 위해 어렵게 위성방송에서 일도 하고 홈쇼핑과 관련한 방송에 4개월에 걸쳐 최종 합격도 했지만, 회사 사정으로 무산되고 개인적으로도 힘든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다른 길을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아나운서가 아니어도, 주요MC 자리가 아니어도 마이크를 잡을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우연히 교통방송에 라디오 리포터를 하게 되었지요. 혼자 섭외하고, 방송하고 편집하고 원고 쓰고 방송하는 일이죠. 적은 보수에 많은 일을 해야 해서 사실 당시에는 힘에 부치기도 했지만 그 시절에 직접 취재하고 편집하고 글을 썼던 그 경험들이 지금 큰 자산이 되어 있어요. 어느 분야의 누구를 만나든지 제 경험 안에 계신 분들이시거든요. 그래서 제가 다른 진행자와 확연히 다르게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토크쇼에요. 울리거나 웃기는데 자신 있어요. 


 국제행사 영어MC로 자신의 길을 결정한 것은 어느 때 인가요? 


 프리랜서로 있으면서 일이 줄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다른 아나운서들은 30대 중반이 되면 보통 후배 양성을 시작합니다. 아카데미 강의를 하거나 스피치 전문가로 변신을 하지요. 그런데 저는 마이크를 놓으면 정말 죽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았거든요. 수입이 거의 없고 마지막 남은 프로그램도 회사 사정상 종료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누군가 “그래도 영국에 있었으니 영어 MC를 해봐”라는 조언을 했었어요. 일단 시작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후, 친구도 만나지 않고 OBS 새벽방송이 끝나면 영어 학원으로 달려갔고, 오후에는 미국 튜터와 함께, EBS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듣고, 주말에는 또 튜터와 1주일 동안 제대로 듣지 못한 것 점검하고, 다시 적어보고... 통역 학원에서 네 다섯 시간씩 강의 듣고, 이렇게 3년을 준비했습니다. 나중에는 EBS 영어방송을 들으려고 이어폰만 딱 끼면 울렁거리고 구역질이 날 정도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 대전으로 취재하러 가던 중‘세계조리사대회’라는 현수막을 발견했습니다.‘세계조리사대회니까 영어로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현수막에 쓰여 있던 대전광역시청에 바로 전화해서 “저, 이거 MC하고 싶은데 개막식 같은 거 하나요?”라고 겁도 없이 물어봤어요. 지금이면 그렇게 못했겠죠? 모르는 것이 정말 약이더라구요. (하하) 어쨌든 대전시 관계자께서 기획사가 있으니 그쪽으로 연락을 해보라고 하더군요. 영어MC 경력은 없지만 세계인이 모이는 자리면 우리 것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한복 입은 사진을 부착해서 프로필을 기획사에 보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세계조리사대회는 대전시가 주최하지만, 세계조리사협회에서 외국인 임원들이 모든 것을 최종 결정을 하는 행사였어요. 그리고 외국인 12명이 최종 프로필들을 보면서 저의 한복 입은 사진을 보고 “이 사람이 좋겠다. 한국적이다”라며 저를 MC로 선정했습니다. 그런 제 첫 행사가 공교롭게도 영부인이 참석하는 대통령급 행사였어요. 정말 놀랐고 운이 좋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아주 잘했던 것 같지는 않아요. (하하) 어쨌든 그렇게 시작된 영어MC로의 길은 방송인으로 살아왔던 시간보다 비교적 순탄했어요. 첫 번째 목표였던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개폐막식 영어MC는 아니었지만 선수촌 입촌식 영어MC로 함께 했고, 최종 목표였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선수촌 개촌식, 평창동계페럴림픽에서는 정말 개폐막식 영어MC가 되어서 꿈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제가 그 곳에서 마이크를 잡았을까 믿어지지 않아요. 



 페이스북을 보면 굉장히 많은 행사를 진행 하는 것 같은데 너무 많은 일을 하다보니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거든요.


 늘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해요. 제가 많은 진행을 하니 어떤 분들은 “중소기업 될 거냐? 무슨 일을 그렇게 많이 하냐? 돈을 얼마나 버냐?”핀잔을 주거나 묻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말들이 아주 가끔 서운해요. 15년 동안 적은 월급으로도 행복하게 일해 왔고, 그렇게 어렵게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누구보다 풍성한 무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영어MC가 되기 전 3년 동안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저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거든요. 


 아나운서에게 실수는 치명적일 것 같은데요. 구체적인 사례가 있나요?


 한 번 실수는 병가지 상사라는데, 특히 국제행사 아나운서에게 한 번의 실수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치명적인 일입니다. 2013년 각국의 장관들이 모여 회의를 하던 날, 여러 가지 사정으로 준비되어 있지 않은 장관들의 존함을 제가 적고 확인해야했어요. 그러다보니 행사 시작 시간에 쫓겨 들어갔고, 들어가면서 바로 모든 장관들이 남자인지 빠르게 행사 담당에게 문의했습니다. 그렇다는 대답을 듣고 모 장관님을 Mr로 소개했는데 여자 장관님이 일어나는 겁니다. 외교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정말 어마아마한 실수예요. 워낙 고위급 회의라 사과를 할 수 있는 분위기도 못돼요. 정말 땀을 엄청 흘렸어요. 국제 행사 아나운서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어요. 물론 사후에 당사자에게 예의 갖춰 사과는 했지만 이후 비슷한 행사를 한동안 맡기가 어려웠어요. 더 무서운 건 누구도 아나운서에게 직접 잘잘못을 말하지 않고 다시는 부르지 않아요. 조용히 사라지게 하죠. 큰 두려움입니다. 공모전 진행을 했을 때도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저에게 리스트를 제대로 적힌 것과 잘못 적힌 것 2개를 주셨는데 제가 잘못 적혀진 것을 읽은 거죠. 4년을 진행했지만 아직도 저에게 연락이 오지 않아요. 5년 동안 행사들을 진행하면서 실수는 이렇게 딱 두 번 있었어요. 양호하죠? (하하) 반면에 기획자나 주관하시는 분들의 실수를 무대 위에게 제가 커버해 준 경우는 훨씬 더 많아요. 참 감사한 것은 어쨌든 저는 거의 실수를 하지 않는 편이에요. 철썩 같이 저를 믿고 계시는 어떤 분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문소리가 실수하는 것은 준비하는 사람의 실수일꺼야!”라고요. 그 믿음이 깨지지 않도록 지금도 마이크를 잡는 순간만큼은 트리플 A형이 됩니다. 꼼꼼하게 챙기고 완벽을 기합니다. 


 많은 행사를 진행하다보면 정해져 있는 순서와 아나운서 멘트가 있지만, 행사의 분위기 등에 따라 중간 중간 멘트도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것에 대해 본인만의 노하우가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 행사만 진행하면 굉장히 건조하잖아요. 일반인 진행과 전문 아나운서 진행은 매우 다를테니까요.


 저는 8년 동안 매일 소통하기 위해 인터뷰를 다녔습니다. 서울 시내 웬만한 분들, 여러 서민들을 만나며 노숙자, 노숙자에서 재기한 사람, 하다못해 수색에 유일하게 남은 대장장이도 만났죠. 한 예로 행사 현장에서 진행 중에 꾸벅꾸벅 조는 분이 있을 때, 대부분 아나운서는 ‘어떻게 하지? 잘 이끌어 가야하는데...’하면서 졸음을 깨우고자 목소리를 높이는 등의 간접적인 방식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저는 “어제 못 주무셨어요?”라고 직접적으로 물어보지요. 이러면 다 공감하거든요. 또 한 번은 시장님이 단상으로 올라오면서 마이크 줄에 걸려 넘어진 겁니다. 굉장히 창피한 상황이라 모두 다 속으로 ‘이크’하는데 전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아~ 감사합니다.”이렇게 멘트 하는 것도 이상하지요. “시장님의 열정이 대단하셔서 확실히 더 많은 박수를 받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하니 다 웃으며 박수가 더 크게 나왔습니다. 에드립이 그냥 웃긴 말이 아니라 하나의 소통이랄까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을 모르는 척하며 정리하는 게 아니라, 함께 공감하는 상황에 같이 울고, 같이 웃는 겁니다.


 토크쇼를 진행하고 싶다고 했는데 방송인으로서 닮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진행방식에서 오프라 윈프리, 김제동씨를 닮고 싶습니다. 이분들은 어려운 시간들을 겪었잖아요. 이 시간들을 통해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고 풍족한 사람부터 어려운 사람까지 다 아우르를 수 있는 힘이 있어요. 존경스럽고, 부럽습니다. ‘어떻게 처음인데 편안하게 사람을 울릴 수 있게 만드나?’그냥 MC가 아니라 상대방 마음을 받아주고 열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분들의 힘이죠. 인터뷰의 능력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경험을 녹여 상대방에게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게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AI 시대에 아나운서 직업은 없어질 것 같나요?


 반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나운서들이 받은 원고대로만 낭낭한 목소리로 읽어 내려간다면 로봇을 더 예쁜 아나운서로 만들어서 진행하겠죠. 이미 아마존에서 컨퍼런스를 할 때 로봇이 진행했습니다. 로봇인줄 아무도 몰랐고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고 해요. 하지만 저는 ‘그동안 얼마나 아나운서들이 입력된 원고대로만 했으면 로봇이 하는 것에 박수를 쳤을까? 그냥 입력된대로 한 것 뿐일텐데...’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지만 토크쇼나 컨퍼런스라도 내용을 정리하고 상황에 맞게 웃겨주고 울려주는 그런 아나운서의 역할은 로봇이 못할 것 같습니다. 아픔과 슬픔, 기쁨을 알기까지 로봇은 좀 더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요? 수백, 수천만 사람들의 아프고 기쁜 각각의 경험들을 모두 입력한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닐거에요. 


 제2의 인생 계획


 국제행사 영어 MC로 평창 올림픽 진행은 했지만, 아직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아요. 한국어로 진행할 때는 제 모토인 ‘웃기거나 울리거나’가 한번쯤은 가능한데, 영어로 자연스럽게 웃기거나 울리거나 하는 일은 아직 제게 불가능 영역이에요. 영어로 데이트 할 사람을 찾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하하) 그래서 지금 갖고 있는 목표는 영어로 웃기거나 울리거나죠. 그리고 지금 ‘아나몽’이라는 개인 방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6명이 모여 함께 진행중인데요. 아나몽은 일본어로는 ‘들어가는 문’이라는 뜻으로 ‘어떤 일을 하든 우리를 거쳐 가세요.’라는 뜻이고, ‘아나운서들의 꿈’이라는 의미도 됩니다. 이 방송으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으려고 합니다. 울고 웃으며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특히 우리 부모님의 연애이야기, 우리 부모님의 부모이야기 등을 담아서 휴식할 수 있는 곳이 되어주고 싶어요. 세 번째는 우리나라 마이스(MICE) 산업이 많이 커졌고 제가 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계획입니다. 국제회의, 특히 초청연수 오시는 분들과 행사를 진행하다보니 우리문화를 배우고 싶어해도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그래서 이것은 조금 먼 계획이지만 열심히 저축해서 한옥을 조그맣게 지어 우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거기에서 마이크 잡고! 마당에 서서 한국식으로 스탠딩파티를 하며 제가 죽을 때까지 사회보려고요.(하하) 


 “아나운서 하면‘우아’를 생각하지만 전 우아하지 않습니다. 즐겁거나 신이나면 막 뛰어요. 다른 아나운서와 다르답니다. 그런데 도리어 그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2시간동안 대화를 하며 진솔한 아나운서의 희노애락을 보는 듯 했고, 인터뷰 내내 뼛속까지 아나운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제행사 영어MC 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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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08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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