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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달리와 행복한 개고생!!

2018년 10월호(제108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10. 1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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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의 삶]


강아지 달리와 행복한 개고생!!


어렸을 때 감동적으로 보았던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큰 개와 작은 강아지를 끌고 어머니를 찾으러 떠났던 만화영화를 보고 언젠가 저도 꼭 강아지와 여행을 떠나겠다고 마음먹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군대와 취업준비,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시간은 흘러흘러 어느덧 제 나이 중년이 되어버렸네요. 그래도 이제라도 우리 강아지 달리와 함께 떠나보자 마음먹었습니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이라고 명칭이 바뀐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같이 사는 동물을 반려인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그런 동물들에게 많은 정성을 쏟고 같이 만드는 추억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저 또한 가족처럼 생각하는 강아지 달리와 어떤 추억을 쌓을까 고민하다가 함께 배낭여행을 가서 추억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냥 단둘이 가는 배낭여행이 아닌, 발길 닿는 곳에서 유기견이 발생한다면, 제가 운영하는 유기견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주인도 찾아줄 수 있는, 그런 의미있는 여행을 준비해보았습니다. 


보통 도보여행으로 가장 좋은 날씨는 4월 혹은 9월이지만 노숙을 할 경우 어쩔 수 없이 7~8월을 선택해야 합니다. 아침저녁의 기온차가 커지면 겨울장비까지 챙겨야하기에 짐이 너무 많아지고, 또 찬물로 샤워해야하는데 씻기도 너무 불편하기 때문이지요. 물론 캠핑을 안할 경우는 관계가 없겠지만요. 여행 웹사이트를 참고하여 짐을 싸고 달리의 몫까지 챙겼더니 배낭의 무게는 30kg를 훌쩍 넘었습니다. 나의 비상식량은 포기하더라도 달리 사료는 기본으로 챙겨야하니 짐 싸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심장사상충약도 구매하고 달리의 예방접종과 건강체크를 마친 후 드디어 출발만을 앞에 두었습니다.


보통 하루에 40km 정도 걸었는데 여름철이다보니 뜨거운 낮 시간에 걸어다니면 강아지 발바닥에 화상을 입을 수도 있고, 무거운 배낭 때문에 저도 체력이 부족하여 시간안배를 잘 해야했습니다. 그래서 보통 새벽 4시에서 아침 10시까지 걷고, 오후 6시에서 8시까지 걸었답니다. 여행하다가 정자가 나오면 무조건 쉬어가야 합니다. 이글거리는 태양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바람까지 선선하게 부는 정자는 달리와 함께 꿀맛 같은 낮잠을 청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하루는 밤에 잘 곳을 찾아 반송마을에 들러 탐석하던 중 호텔 급 정자를 발견했습니다. 정자 안에는 냉장고, 선풍기 등이 설치되어 있어 쾌적한 공간은 물론 샷시로 사방을 에워싸고 있어 5성급 정자였습니다. 마을 분들의 양해를 구하고 모기장을 치고나니 천국이 따로 없었습니다. 이렇게 정자들을 모두 들르다보니 전국에 있는 모든 정자는 다 앉아볼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인적이 드문 시골길을 걷다 보면 마을과 마을 사이에 음식점이나 상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곳도 있습니다. 밥도 못 먹고 배고픔 속에 길을 걸어야하는 느낌은 정말 말로 설명이 안되는 고통입니다. 갈 길은 멀고, 다리는 찢어지는 것 같고, 그런 날은 달리마저도 너무 힘들어 보여 미안함에 눈물도 납니다. 몇 시간을 걸어 이미 온 몸은 땀범벅이 되었고 도로는 인도가 따로 없을 정도로 좁았습니다. 가진 물도 다 떨어졌는데 굽어진 산길을 만났습니다. 주변은 쉴 곳도 없고, 날까지 어두워져 걷기가 힘들었습니다. 지친 육신을 미지근한 아스팔트에 기대었지만 숨쉬기조차 힘들었고, 달리도 웅크린 채 헐떡거리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일단 차를 얻어 타야 한다는 생각에 손전등을 들고 길가에서 수신호를 했지만 깜깜한 밤에 강아지와 있는 남성을 누가 태워주리... 한 시간 동안 손을 흔들었습니다.“태워주세요!”그런데 갑자기 검은색 그랜저가 유턴을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수신호를 보고 바로 서지 못한 채 우리를 지나가서 유턴을 하여 돌아왔다는 겁니다. 구세주! 감사하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시골인심이 사납다고도 하지만 아직은 정이 많이 남아있음을 느낍니다. 전라도 광주를 진입할 때 쯤 자전거 투어를 하시는 50대 아주머니께서 저와 달리의 사정을 듣고는 점심을 사주셨습니다. 이처럼 달리와 전국도보여행중이라는 것을 아시고 처음 본 제게 밥을 흔쾌히 사주시는 분, 잠잘 곳까지 태워다 주는 분, 여행하면서 먹으라고 음식도 챙겨주시고 굶지 말라며 용돈을 쥐어주는 분도 있습니다. 그렇게 받은 정으로 저도 유기동물에게 사료도 나눠주고 간혹 도보 여행하는 학생들에게 밥도 사주며 덕을 베풀었습니다. 이런 나눔 덕분인지 더 뿌듯하고 여행의 즐거움도 더해져갔습니다. 

하루는 아침에 출발하자마자 로드킬(찻길교통사고)을 발견했습니다. 한 시간쯤 걸었을 때 달리가 낑낑대는 소리를 내어 도로를 보니 암컷 강아지가 죽어있었습니다. 로드킬을 목격하고 나서는 자리에서 걸음을 떼지 못하며 한동안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사고장소 주변에 마땅히 묻어줄 곳이 없어 사체를 길 밖으로 옮긴 후 발걸음을 떼었지만 그 날 오전 내내 평소와 달랐던 달리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여행이 깊어질수록 달리도 적응을 잘해서 어느 정도 걸으면 시원한 그늘에서 쉬어가자는 눈빛도 보내고, 휴식 꿀잠을 자고 있으면 이동하자고 깨워주기도 합니다. 달리의 체력도 이렇게 좋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저는 힘들어서 쉬엄쉬엄 몸을 아끼는데 달리는 목줄을 풀어주니 흙 샤워도 하고, 말처럼 무한질주를 하기도 합니다. 이러다가 강철체력이 되는건 아닐까요? 강아지와 여행을 하는 건 고생이지만 어릴적부터 꿈이었던 것을 이루고 있는 지금, 강아지 달리도 행복해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페이스북에도 여행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올리면 많은 분들이 응원의 댓글을 달아주셔서 행복하고, 춥고 배고픈 나날이었지만 달리와 많은 추억이 생겨서 다시 또 떠나고 싶은 여행입니다.

애견동반 도보여행은 정말로 힘이 듭니다. 버스나 택시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으며 히치하이킹도 쉽지 않습니다. 숙박은 물론이고 관광명소나 캠핑장 출입도 힘들고, 음식점에서 밥먹는 것도 여의치 않습니다. 그래서 걷고, 텐트에서 자고, 편의점 도시락을 이용하며 여행을 해야하죠. 한마디로 개고생입니다. 하지만 달리의 신나고 행복한 모습과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나 자신이 이 고통을 넘어서는 도전을 쟁취한다는 것은 직접 해보지 않으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었습니다. 



드디어 67일 동안 1800km, 대 장정의 막을 내렸습니다. 장마와 폭염을 뚫고 포기란 단어가 커져갈 때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행 중 수많은 유기동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었던 가슴 아픈 현실은 변함없었고, 아직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느꼈지만 유기동물을 보살피고 도움을 주는 다수의 분들이 계셨기에 저도 더욱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유기동물은 꼭 주인이 일부러 버리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목줄을 풀고 산책하는 도중 주변의 큰 소리에 놀라 도망가버려 유기되는 일도 많이 생깁니다. 특히 휴가철 피서지에서 주인이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다른 동물들에게 호기심을 보이거나 혹은 놀라서 유기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합니다. 반려동물을 처음 키우고자 한다면 유기동물 센터에서 자원봉사를 경험한 후에 반려동물 입양여부를 결정하는 방법도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이런 유기동물들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페이스북 유기견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자신의 강아지를 잃어버리거나, 주변에서 유기견을 발견했을 경우 사진과 장소, 종류, 성별 등의 정보를 페이스북 메시지로 보내주시면 저희 페이지를 구독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정보가 공유 되어 강아지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제보를 주시는 분들 중에는 발견된 유기견이 국가에서 운영하는 유기견 센터에 보내질 경우, 10일 동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를 시키기 때문에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직접 임시보호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바쁜 시간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데리고 가서 건강체크까지 해주는 분들도 있어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렇게 유기견 정보가 들어오면 실종신고의 경우 평균 3일 안에 약 40% 정도 되찾는 경우가 많은데 3일 이후로는 찾을 수 있는 희망이 많이 적어집니다. 그리고 제보의 경우에는 10% 정도만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어 저희 페이스북 페이지가 더 널리 알려져서 제보되는 유기견들이 다시 주인을 찾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대구에서 달리 아빠 김상준

facebook.com/qpapp119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08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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