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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의 ‘텐쯔팡’(田子坊)이 나는 좋더라

2018년 11월호(제109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11. 1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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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쯔팡을 만나다]


민낯의‘텐쯔팡’(田子坊)이 나는 좋더라





 중국여행 중에 제가 방문했던 텐쯔팡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전통문화와 예술이 함께 공존하는 전통문화예술의 거리로서 한국의 인사동으로 비유되곤 합니다. 개인적 선호도를 차치하고, 만약 외국인으로서 인사동과 텐쯔팡의 전통문화예술의 거리를 찾았을 때 그 나라를 제대로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질문해 보았는데, 저는 중국의 ‘텐쯔팡’(田子坊)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나절의 짧은 경험이었지만, 제가 이런 결론을 내린 데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중국의 전통문화 뿐 아니라, 중국인들의 삶의 실제를 엿볼 수 있는 곳이 텐쯔팡이기 때문입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상점들과 인산인해를 이루는 사람들로 가득한 텐쯔팡의 골목은, 세련됨 보다는 낡아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 콘크리트 건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가 되기 위해서는 세련되고 깔끔한 그 무엇인가가 갖추어져야 할 것 같은데 이곳은 독특하게도 민낯의 모습이었죠. 그 민낯은 어떠한 부끄러움이나 추함이 아닌 오래 되었지만 삶의 정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전통과 현대가 묘하게 조화된 곳이었습니다. 텐쯔팡이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아닙니다. 1930년대에 지어진 낡고 위험한 스쿠먼(石庫門, 상하이 서민 생활터전으로 유럽식과 중국식의 결합된 건축양식) 주거 건축을 개조하여, 기존의 주거기능에서 문화 및 상업기능으로 전환하겠다는 상해시와 지역주민들의 의지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은 옛것과 새로움, 개발과 보존이 조화롭게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고, 이로 인해 아직도 텐쯔팡에 가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모습, 골목에 빨래들이 뒤엉켜있는 전기줄을 만나는 정겨움이 있지요. 
 이에 비해 인사동은 다양한 물품들과 체험장은 있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경험하기에 부족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한옥과 작은 가게들이 점점 사라지고 세련된 현대식 건물들이 늘어나는 모습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둘째는 예술가들의 전시된 작품 뿐 아니라, 생생한 창작현장의 열정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세기 후반, 중국 ‘천이페이’를 필두로 ‘얼둥창’, ‘왕자쥔’ 의 현대 미술거장들이 모여 들기 시작하면서 많은 예술인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작업실을 열었습니다. 이러한 영향인지 좁은 골목골목을 누비며 만난 몇몇의 갤러리들은 한국 인사동에서 만나는 갤러리와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작품을 전시만 하는 것이 아닌 화가들이 캔버스에다 직접 그림을 그리는 손놀림과 열정을 현장에서 함께 만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갤러리에 관람 온 사람들과 작가가 대화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반면에 인사동은 1920년대 고(古)미술품상들이 땅값이 저렴했던 인사동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화랑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1980년대에 대중문화예술의 거리로 자리 잡아 전통문화예술 활동의 중심지가 되어 지금의 인사동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인사동이 고(古)미술품상, 화랑이라는 상권으로 형성되다 보니, 퍼포먼스로 진행하는 행사 아니면, 벽에 걸려 있는 잘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민낯의 텐쯔팡, 화장한 인사동! ’비록 텐쯔팡 역시 천편일률적인 전통공예품, 카페, 기념품 숍 등의 상업적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미로 같은 골목골목, 오래되고 낡아 보이는 민낯의 벽돌과 건물 사이로 묘하게 조화를 이룬 주민들의 삶의 실제를 경험하는 텐쯔팡이 친근하고 아름답게까지 기억에 남는 것은 아마 저만의 경험은 아닐 것입니다. 거기에는 살아있는 중국이 있으니까요!

아트피플 디자이너 신동숙

sds1024@hanmail.net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09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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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happytownculturestory.tistory.com/372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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