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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이 자유로운  그러나  자유롭지 못한 중국

2018년 11월호(제109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11. 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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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람들의 표현문화]


표현이 자유로운 

그러나 자유롭지 못한 중국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표현에 자유분방한 중국인

 여행을 가기 전 중국은 공산국가라는 선입견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의 속내를 잘 표현하지 못 하고 경직되어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이런 예상은 도착 첫 날부터 완전히 깨졌습니다. 만원 전철 안에서 주변 사람들은 아랑곳 않고 귀청이 떨어져나갈 듯 큰소리로 통화하는 아저씨들, 그런 아저씨의 소리가 묻힐 정도로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안내 방송, 왁자지껄 옆 사람과 대화하는 소리에 귀마개를 가져 오지 않은 것이 그렇게 후회가 될 수 없었습니다. ‘다음에는 여행할 때 반드시 귀마개를 챙겨 가리라’ 다짐을 하며 창밖 풍경에 집중하려 하는데, 바로 옆에 서 있는 젊은 커플이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쪽쪽 뽀뽀를 보내는 게 아니겠습니까? 창밖을 보려고 고개를 살짝 돌리면 이 커플의 닭살 애정행각을 봐야하고, 눈을 감으면 소음에 머리가 아프고, 시선을 어디로 둬야할지 눈을 감았다 떴다 귀를 막았다 뗐다 혼자 갖은 애를 쓰며 중국에 하루 빨리 적응되기를 바랐지요.

 

 쑤저우의 한 공원에서 자유롭게 모여 연주하고 노래하는 중국인들


 여행을 하는 동안 굉장히 자주 본 광경은 혼잡한 대로에서도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군무를 추거나 휴대용 노래방 기기를 가지고 다니며 어디든 원하는 곳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노래를 부르는 것만큼은 국가에서도 간섭할 수 없는 절대적인 국민의 권리인 것처럼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쩌렁쩌렁 노래를 불렀습니다. 심지어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상가아파트 단지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는 오히려 제 가슴이 조마조마했습니다. 수트케이스처럼 생긴 노래방 기기의 작은 모니터를 보며 세분의 아주머니들이 각각 하나씩 마이크를 잡고 같이 노래를 부르던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잠을 자야하니 조용히 하라고 창문을 열어 항의하는 사람 한 명 없고, 오히려 지나가던 행인이 걸음을 멈추고 가까이 다가가 한참을 서서 노래를 듣는 모습도 신기했습니다. 공원이나 거리에서 스탠딩 마이크를 세워놓고 스마트폰으로 가사를 보며 흥에겨워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덕분에(?) 밤에는 조용히 사색하며 산책을 하려던 꿈은 일찍이 포기해야 했죠.  


 표현에 자유롭도록 길러진 아이들

 중국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현지 학생들은 어떤 제도 안에서 공부를 하는지, 그들의 교육 환경도 궁금하고, 학생들을 만나고 싶어 방문할 수 있는 학교를 이곳저곳 알아보았습니다. 다행히 쑤저우에 위치한 Suzhou Industrial Park Foreign Language School로부터 방문을 해도 좋다는 연락을 받아 비록 외국인 학교이기는 하지만, 현지 학교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외국인 자녀와 중국인 자녀가 혼합되어 있는 곳으로 학교에 도착하니, 학교행정교사와 함께 한국 여중생 2명이 나와 학교 안내를 도와주었습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이 있는 통합 학교였는데 거리가 먼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머물고, 그 외 학생들은 학교 버스를 타고 통학을 한다고 했습니다. 하루 일과는 다른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수업을 하는데, 특이한 점은 매일 첫 시간은 각 반별로 중국어나 영어로 된 한권의 책을 정해 다 같이 크게 소리 내어 읽는다는 것이었습니다. 100% 영어로 진행하는 고등학교 수업 외에는 중국어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니 두 언어를 모두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제도 같았습니다.  


Suzhou Industrial Park Foreign Language School 심리수업 참관


 중학교 2학년 과정 중 독일어와 심리 수업을 참관하였는데 심리시간에는 자신이 가상으로 살고 싶은 나라를 정해 소그룹으로 토론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너무나도 적극적으로 고함치는듯한 큰소리와 몸짓으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에서 발표수업을 하면 겨우 마지못해 하거나, 경직 되어 있고, 작은 목소리로 조그맣게 말하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었습니다. 물론 이곳 학생들 중에도 조용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학생들은 있었지만 부끄러워하며 빼거나 우물쭈물 하는 학생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발표하는 아이들이나 듣는 아이들이 모두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 속에 아이들도 진심으로 수업을 즐긴다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발표를 훌륭히 잘한 중국인 학생에게 물어보니 집에서도 그렇고 유치원,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에 격려를 많이 받고 발표하는 훈련도 많이 하기 때문에 이런식으로 발표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고 했습니다. 


 표현에 있어 억눌린 것들

 여행하는 곳곳마다 5,000여년의 중국역사와 수많은 왕조를 거치며 남겨진 유적과 유물들을 보니, 중국인들이 자부심을 가지는 것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런 수많은 역사의 흔적을 보면서 중국인들은 자신들을 어떻게 정의 내리는지, 또 한족 중심의 사회 속에서 다른 왕조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어느 종족이냐 물으면 거의 대부분이 한족이라고 자랑스럽게 대답을 하거나, 소수 민족일 경우 본인의 종족을 밝히기는 하지만 더 깊은 대화는 꺼려했습니다. 아마도 그 모습 속에서 그동안 소수민족으로서 받아온 차별과 제도적 억압들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지금의 중국은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루었고, 사람들의 자유분방한 표현하는 겉모습만 보면 마치 자유민주주의 기초의 자본주의 국가인듯 착각에 빠져들게합니다.  

 때로는 무례하다 싶을 정도로 자기중심적으로 행동을 하고, 우렁찬 말투와 몸짓으로 개인의 감정이나 생각들은 자유분방하게 표현하지만, 공산주의체제에 대해서는 말을 조심해야 하고, 정해진 규칙만을 최소한으로 지키며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표현을 제한한재 살아가고 있는 중국의 두 얼굴을 보았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억압된 감정을 그나마 노래와 춤으로 나름 해소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니 마음 한 편이 무거워지기도 했습니다.


디센스 편집디자이너

고은정 (joyfuloil@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09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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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happytownculturestory.tistory.com/371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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