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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농부의 아내로 사는 게 최고로 행복혀”

2018년 12월호(제110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12. 3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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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농부 아내의 고백]


“난 농부의 아내로 사는 게 최고로 행복혀”


 “난 농부의 아내로 사는 게 최고로 행복혀”라고 확신있게 얘기하는 오늘의 주인공, 고여사를 만나기 위해 충남서산농장으로 부랴부랴 달렸습니다. 양파모종 작업도 도울 겸, 또 어린 싹 모종이 행복하게 심기우길 바라는 마음으로 양파 밭과 모종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스피커를 차에 싣고요. 막 도착하니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일하는 분들과 식사를 맛있게 한 후, 예전에 심어본 경험도 있겠다 싶어 팔을 걷어 부치고 열심히 심기 시작했습니다. 고여사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하다 보니 어느새 날이 어둑어둑 해졌지요. 고여사 왈 “나는 이 밭에 찬송가를 크게 불러주고 싶었어...! 근디 오늘 좋은 음악을 많이 들려주네...” “아 그러셨어요? 지금 저 음악이 그런 음악이에요. 바흐라는 사람이 작곡한 찬송가와 같은 그런 곡들이랍니다.” “그려? 그럼 내 소원이 오늘 이뤄진겨?”(웃음) 어슴푸레한 어둠속에서 바흐의 음악은 양파들에게 차가운 겨울을 잘 이겨내라고 용기를 주는 것 같았습니다.


양파 밭을 내려와 우리 일행은 고여사가 차려주는 저녁상을 받았지요. ‘삼합’ 들어는 봤지만 먹어보기는 처음! 소화가 잘 될 것이라고 하셨죠. 하지만, 아~ 그 톡 쏘는 맛이란...

농촌의 풍요로움과 밤의 넉넉함을 즐기면서 본격적인 우리들의 대화는 이어졌습니다.

 “이 많은 농사일을 하면서 농부의 아내로서 평생을 사셨는데 힘이 정말 많이 드셨겠어요.” 

그동안의 힘든 스토리들이 곳감을 연결해 놓은 것처럼 주렁주렁 나올 줄 기대하며 던진 질문에 웬 걸 한마디로 “안유~ 하나도 안 힘들었는디~이~, 왜냐믄 남편이 알아서 일을 척척하니께 신경 쓸 일이 별로 없어, 몸은 좀 피곤하기도 허지, 하지만 잔 신경을 안 쓰니께 맘이 편혀~ 실상 밖에서 넘 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힘들지는 않어! 농사 규모가 워낙 크니까 사람들은 많이 힘들 거라 생각하는 거지, 우리 남편으로 말 할 것 같으면 부지런하고, 자상하고, 나무랄 데가 없으니 아내인 나는 시키는 거 하면 되고, 남편이 하는 일을 믿고 따라주면 되니께 몸도 맘도 별로 안 힘든 것이지~잉”


보통 시골 분들은 술 마시고 주사 부리며 힘들게 하는데 남편은 애시 당초 그런 일이 일체 없답니다. 그래서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남편과 농사하며 살고 싶다고 한치의 기다림도 없이 쏟아내셨죠. 요즘은 노년에 황혼 이혼하는 부부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데 서산 농가부부의 사는 이야기에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고여사는 남편을 믿는 맘이 각별한 것 같고, 아내가 알아주는 일등농부 남편은 아내의 말을 잘 듣고, 챙기는 모습에서 이분들은 말하지 않아도 한 마음이 되어 농사를 짓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이곳 서산농장의 농산물들은 유난히 달고 맛이 있기로 소문이 났습니다.


힘든 일이 없다는 고여사에게 계속 물었죠. 진짜 없냐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굳이 힘든 일이라면 관행농업에서 유기농으로 전환 할 때 밤 낮을 모르고 뛰어다니는 남편을 보면서 안스러웠다고 합니다. 그때는 일손이 딸려 고등학생인 딸까지 농사를 도왔고, 양파를 캐지도 못해서 썩힌 적도 있었다면서... “그러고보니 그 때가 젤 힘들었었네 그랴”

지금은 농사철에 풀이 많이 자라고 일이 쌓이면 인부들과 함께 한 번에 다 해치운답니다. 그래서 질 질 끌면서 일을 하지 않으니 몸이 지치지 않는 거라고 하시네요.


농부의 아내로서 그래도 가장 기쁜 일은 다름 아닌, 고객들이 농사지은 것을 먹어본 후, 맛있다고 얘기 할 때, 특히 요즘 같은 가을엔 햅쌀 중에서 ‘고시히카리’,‘ EM밀키 퀸’을 드시고 밥맛이 최고라고 할 때 그리고 무엇보다 농산물의 값이 어떻다, 저떻다 계산하지 않고, 도리어 농부의 마음을 알고 감사해 할 때마다 신명이 나고, 농사지은 보람이 확 가슴으로 느껴진다고 합니다. 가끔 도리어 고객들이 고맙다고 선물도 보내오는데 이심전심 정겹게 관계가 이어져서 고객이 가족과 같다고 연신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는 저도 행복해 지는 것 같았습니다. 고객들의 반응을 이야기하며 신나하는 고여사에게 조심스럽게 농사 외에 다른 것을 하고 싶은 것이 있었느냐고 하니 단 한마디로 “NO!! 다시 해도 농사 할 겨! 100% 만족허니께! 이런 남편 만나서 100% 유기농 농사하는 게 최고로 행복허니께!”


고여사는 “우리 서산의 유기농 농산물, 긍께 유기농 쌀, 양파, 고구마, 감자, 생강, 고추 등등을 드시는 분들은 진짜 복 있는 분들이십니다요. 우리 남편이 짓는 유기농사는 진짜배기니께, 이렇게 믿고 드실 수 있다는 게 참 복된 거쥬~”라며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농사는 해마다 변화가 많다고 해요. 잘 될 때도 있고, 어떤 해엔 가뭄으로 흉년이 될 때도 있고, 하지만 낙심 할 것이 없는 것은 열심을 다하고 하늘의 뜻에 맡기면 속상 할 것도 없다고 하시네요. 원래 농사는 내 맘대로 내 뜻대로 안 되는 법이니 순리에 맡기고, 남편이 하는 것을 믿고 따르면 되는 거라며 담담히 자신 있게 이야기합니다. 



현선효즙 조현선

hyunseon.hyo@gmail.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0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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