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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왕과 영화 ‘안시성’

2018년 12월호(제110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12. 30.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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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철의 역사칼럼 10]


마지막 왕과 영화 ‘안시성’



신라의 마지막 왕은 경순왕입니다. 고려의 마지막 왕은 공양왕입니다. 조선의 마지막 왕은 순종입니다. 세 왕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모두 ‘마지막 왕’이라는 겁니다. 또한 모두 나라를 넘긴 왕입니다. 경순왕은 태조 왕건에게, 공양왕은 태조 이성계에게, 순종은 일본에게 나라를 넘겼지요.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신라의 경순왕은 공경하며 순종한다는 뜻이고, 고려의 공양왕은 공손히 양보했다는 뜻이고, 조선의 순종은 말 그대로 순종입니다. 물론 순종의 순은 순종할 순(順)이 아니고 순수할 순(純)이지만요.

신라가 그랬고, 고려가 그랬고, 조선이 그랬다면 대한민국의 마지막 대통령은 어떻게 할까요? 여러분이 만약 마지막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경순왕, 공양왕, 순종처럼 하실 겁니까? 아니면 다르게 할 것인가요? 아마도 그들처럼 우리도 다른 나라에 나라를 넘기지는 않을까요? 왜냐하면 우리는 과거 역사에서 그렇게 배웠으니까요.


다시 묻습니다. 그럼 고조선의 마지막 왕은 누구일까요? 고조선을 세운 인물은 단군인데, 고조선의 마지막 왕은 언뜻 떠오르지 않습니다. 한국사 최초의 국가가 고조선인데 그 고조선의 마지막 왕은 잘 모르는데 바로 ‘우거왕’이지요.

그렇다면 우거왕은 어떻게 했을까요? 우거왕은 중국 한나라와 1년간 싸우다 죽었습니다. 나라의 멸망과 함께 목숨을 바쳤지요. 우리나라 5천년 역사상 나라와 함께 목숨을 바친 최초의 왕입니다. 그 이후에도 나라와 함께 목숨을 바친 왕은 후고려(=후고구려)의 궁예뿐이었지요.

그런데 우리는 고조선의 우거왕을 모릅니다. 나라를 다른 나라에 넘긴 경순왕, 공양왕, 순종은 알지만, 나라와 함께 목숨을 바친 우거왕은 잘 모르는 거지요.

우거왕이 잘한 것일까요? 경순왕이 잘한 것일까요? 우거왕은 나라도 지키지 못했고 전쟁 통에 많은 백성을 죽게 만들었습니다. 경순왕은 나라를 넘겼지만 전쟁으로 백성을 죽게 하지는 않았지요.


이제 다시 묻겠습니다. 여러분이 대한민국의 마지막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우거왕인가요? 경순왕인가요? 고조선의 우거왕처럼 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물론 그렇다고 경순왕처럼 하자는 말도 아닙니다. 이젠 경순왕, 공양왕, 순종뿐만 아니라 우거왕도 알고 있으므로 나라와 백성을 위한 선택이 어떤 것인지 깊이 고민해 보자는 말입니다.

다만 우리는 이제까지 경순왕, 공양왕, 순종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물러서는 법만 배운 것은 아닐까, 그냥 망하면 찾을 수 없지만 지키려다 망하면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반성해 보자는 의미입니다.

영화 ‘안시성’에서 양만춘이 당태종을 앞에 두고 한 말이 있지요. ‘우리는 물러서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아마도 물러서지 않는 법을 고조선의 역사와 우거왕에게서 배운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요? 물러서는 법을 배울 것인가요? 물러서지 않는 법을 배울 것인가요? 어느 걸 택하든 고조선의 마지막 왕 우거왕만은 꼭 기억하길 바랍니다.


명협 조경철,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나라이름역사연구소 소장 

naraname2014@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0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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