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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를 짓다. 삶을 짓다. EUS+ architects 의 서민우, 지정우 건축가를 만나다

2018년 12월호(제110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1. 1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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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生生)기업 스토리] 


놀이를 짓다. 삶을 짓다.

EUS+ architects  의 

서민우, 지정우 건축가를 만나다 



 ‘놀이를 짓다’, ‘삶을 짓다’라는 회사의 표어가 인상적인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 지정우 소장 

 건축가마다의 결이 다양한 것 같습니다. 건축가에게 한 가지 역할만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큰 사무실에서 대형 빌딩들을 작업하는 분들도 있는가 하면, 작은 주택 위주로 작업하는 분들도 있잖아요. 예전에는 돈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유명한 건축가들, 작가로서의 건축가들이 많았지요. 국가적으로 국회의사당을 짓거나, 세종문화화관을 짓는다든지 하면 맡아서 하던 분들이죠. 하지만 시대가 점점 바뀌어서 지금은 유명한 작가로서의 건축가의 시대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럴 수 있는 프로젝트도 점점 줄어들고 있고요. 대신 이제는 일상 속에 파고들어 주택이나 상가 등을 짓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작가로서 자신의 작품을 도시에 남기는 것이 아니라, 작은 마을이라도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건축물을 짓는 것이죠. 이런 움직임 속에서 저희들도 나름대로 다른 결을 가지고 작업하는 그런 차원인 것 같아요. 실제적 삶에 들어간 건축으로 소통하기를 바라는 거죠.

 저희 회사이름에는 eu(좋은) s(스토리)에 플러스가 붙어져서 ‘좋은 이야기를 더한다’라는 개념이 담겨져 있어요. 주택이든, 놀이터든, 교회건물이든 그게 사람 생활과 동떨어져서 그냥 대상으로 있는 게 아니라, 다 이야기들을 담고 있잖아요. 그런 좋은 이야기를 찾아내 담아내고 싶은 것입니다.


 ▷ 서민우 소장 

 우리가 ‘밥을 짓는다’, ‘옷을 짓는다’라는 표현을 하잖아요. 비슷한 의미로 ‘집을 짓는다’라는 표현을 하는데, ‘놀이를 짓고, 삶을 짓는 것’은 의미가 달라요. 밥이나 옷, 집은 고정된 물체이지만, 놀이와 삶은 물건이 아니잖아요. 그러기에 ‘짓는다’라는 말에는 저희가 하는 모든 행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클라이언트들 뿐만 아니라, 놀이터를 지으면서 아이들과 주고받는 이야기, 내부에서 나누는 모든 대화들 그리고 이것들을 실제적으로 구현하는 시공사들과의 관계까지 포함한 모든 과정을 담고 있는 거죠.



어린이 박물관, 어린이 놀이공간을 만드는 특별한 동기가 있나요?

 

▶ 지정우 소장 

 어떤 특별한 동기가 있어서라기보다 자연스럽게 된 것 같아요. 서민우소장님도 저도 아이가 한 명씩 있습니다. 아이와 놀아주고 소통했던 것이 생활 속에 자리 잡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의 많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된 거죠. 이전에도 어린이 놀이 건축 학교, 건축 워크샵 등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었고요. 한편 어린이 놀이 공간도 건축인데 지금까지는 비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져 온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건축가가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면 좀 더 멋지고, 아이들에게 맞는 좋은 놀이 공간이 만들어 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서민우 소장  

 지정우 소장님의 이야기에 조금 더 덧붙이면, 우리는 각자 아이들과 아주 재밌게 시간을 보내고 여행도 많이 했어요. 그러던 와중, 최근에 사회 전체적으로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하자는 분위기가 높아졌어요. 이런 사회적 흐름 속에서 아빠로서의 경험과 건축가로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일할 기회가 많이 생기게 된 거죠.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서 제일 중요한 게 어떤 건가요?

 

▶ 지정우 소장  

 아이들의 놀이공간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장소와 아이들에게 최적화된 솔루션을 만드는 것입니다. 같은 솔루션을 여기저기에 반복하지 않는 거죠. 일반 주택을 짓거나 교회나 상가를 지을 때 멋으로만 짓는 것이 아니잖아요. 건물의 목적과 주변의 환경,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맞아야 가치가 있는 것처럼,  놀이터도 건축이기에 동네의 분위기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특수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서민우 소장  

 전쟁기념관에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작업한 적이 있었어요. 표를 사고 대기하는 공간이었는데, 아이들이 기다리는 동안 휴식, 작업,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죠. 처음에는 거창하게 전쟁과 평화, 탱크 등 큰 개념들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너무 어려울 것 같아 고민하다가 이 공간을 가변적으로 쓸 수 있게 만들자고 했죠. 모이면 큰 덩어리가 되고 나누면 세 등분이 되어 필요하면 돌려 세울 수도 있고, 원하면 그 공간 안에서 빼낼 수도 있게 말이죠. 바로, 야전 캠프의 텐트에서 모티브를 따온 겁니다. 전쟁터의 병사들이 지내는 텐트는 숲속에서 잠시 은닉을 할 때는 혼자서 칠 수도 있지만, 야영장은 수백 개의 텐트가 모여 있을 수 있잖아요. 이런 개념으로 간단하게 설치, 조립하는 방식을 전쟁기념관 로비 구역에 설치했어요. 이런 컨셉은 다른 곳에서는 쓸 수 없는 거죠. 왜냐하면 다른 곳은 야전 텐트랑은 전혀 상관이 없으니까요! 


 서민우 소장님은 미술관, 박물관, 조각공원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관련분야의 저술도 하셨는데요. ‘예술문화공간’의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서민우 소장  

 개인적으로는 저희 아버님도 건축 교육을 하셨어요. 젊으셨을 때는 실무를 하시다가 학교로 가셔서 교수로 은퇴를 하셨죠. 그러니 아버지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겠죠. 아버지가 교수로 계시면서 미술관, 박물관에 대한 책을 많이 쓰셨는데 저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미술관, 박물관이 명확하게 구분이 되어 있는데, 서양은 뮤지엄 하나로 통일 되어 있죠. 그래서 우리나라도 ‘뮤지엄’이란 말로 통합 하자는 운동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미술관과 박물관은 사실 똑같은 건데, 제가 알기에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 완전 분리가 되었다고 들었거든요. 저는 뮤지엄을 짓는 건축가는 ‘행운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뮤지엄이라는 자체가 특별한 컨텐츠, 예술 작품들과 고고학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 사람들이 생각하는 소중한 것들, 귀중한 것들을 담아두는 공간이잖아요. 물론 제가 다른 건축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고요. 그런 공간을 만드는 것은 참 매력적이죠. 



 반면 지정우 소장님은 학교건축, 주거건축, 마스터플랜, 도시설계, 복합건축과 같은 ‘공공 공간’에 관심을 두셨는데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 지정우 소장 

 서민우 소장님과 마찬가지로 저도 처음부터 뮤지엄 건축에 관심을 갖고 프로젝트를 해왔어요. 그러다 조금 더 나아가 뮤지엄과 더불어 그 주변에 있는 공공 광장 같은 것에 관심을 갖게 된 거죠. 지금은 건축학전공과정이 5년제이지만, 저희 때는 대학교 4학년 즈음 마지막 졸업설계를 하는데, 지금의 ‘예술의전당’ 근처에 ‘디자인 뮤지엄 파크’를 계획했어요. 디자인을 하는 뮤지엄인데, 단일 건물이 아니라 흩어지게 배치한 일종의 공원을 만드는 거였죠. 그때도 뮤지엄과 동시에 외부공간을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후 미국에서 공부할 당시, 2002년 월드컵 이후 이슈가 된 시청 앞 광장을 주제로 대학원에서 논문을 쓰기도 했고요. 그리고 제가 들어간 미국의 설계 사무실이 학교건축을 주로 했지만, 공공 건축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공공 광장이라든지, 상업 시장과 주상 복합 안의 광장을 설계하는 일을 접할 수 있었죠. 평소에 광장이나 공공 공간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이죠. 지금의 놀이터를 짓는 것은 사이즈는 작지만 공공에 대한 생각들을 좀 더 밀도 있게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요.



 한국에도 건축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일본의 지배를 받으면서 영향 받은 일본식 건축개념도 어느 정도 있는 것 같고, 그 후엔 미국 건축의 영향도 받았죠. 이렇게 건축에 있어서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이 혼재되어 있는데 이런 정체성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 서민우 소장

 저희는 대학원을 같이 나왔어요. 거기서 정말 힘든 영어로 건축과 관련된 철학 수업과 포스트모던에 대한 수업을 들으면서 간신히 하나 건진 게 있다면 ‘역사에 대한 흐름’이라고 할까요. 한국 건축이 역사의 여러 시점에서 동서양의 영향을 받아왔기에 쉽게 답을 드릴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저희들이 쓰는 표현이 ‘더 이상의 거장의 시대는 없다’는 거예요. 개항이후 유럽의 문물을 받아들여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일본이나, 2차 세계대전을 피해 유럽 사람들이 미국으로 들어와 발전시킨 건축을 우리가 그대로 답습할 수는 없다고 봐요. 거장의 시대가 없다는 것은 ‘나를 따르라’고 해서 진행되는 세상이 더 이상 아니라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놀이터를 설계하는 것에 더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도대체 아이하고 놀 때 어떤 생각을 가지는지, 요즘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런 쪽으로 접근하다보면 거창한 철학을 담은 건축이 아니어도,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나만의 건축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지정우 소장  

 이런 작은 움직임들이 나중에는 큰 담론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하나하나의 프로젝트를 최선을 다해 만들 뿐이죠. 한국건축은 이래야한다 하는 어떤 큰 철학적 담론에서 작업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공부한 것을 내세우지도 않아요. 왜냐하면 저희가 프로젝트를 하며 짓는 모든 공간은 이 땅에 있는 거잖아요. 이 땅의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고, 우리 자체의 삶과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경험하고 공부한 모든 것이 총합이 되어 그 결과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에 다른 문화권에 대한 경험을 이식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는 것이죠. 



두 분이 서로 의견 차이가 있을 때는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지정우 소장  

 저희는 비슷한 부분이 참 많아요. 라이프 스타일도 비슷하고, 아이들이 하나씩 있는 것도 비슷하고, 육아나 집안 일에 있어서도 ‘도와준다’라는 개념이 아니라, 거의 동등하게 하는 것도 비슷하죠. 그렇지만 분명 자라온 환경이나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도 있는데, 도리어 이런 다름이 프로젝트를 하는데 훨씬 논의를 풍성하고 다양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 서민우 소장  

 저희는 늘 스케치북에 뭔가를 끄적거리며 다니는데, 프로젝트를 위한 스케치죠. 사실 스케치는 저희가 쓰는 언어라고 할까요. 저희는 함께 스케치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의견을 좁혀간답니다.



건축공부를 하면서 영향을 받았던 스승이나, 사람이 있다면?

 

▷ 서민우 소장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딱 세 분을 이야기 하는데, 첫 번째는 저희 아버지이고, 두 번째는 대학교 때 전공 교수님, 마지막은 대학을 졸업하고 3년 동안 실무를 하며 만난 사장님이세요. 전공 교수님은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정말 10년에 한번 B+를 주시는 그런 분이셨어요. 나머지는 C나 F를 주셨죠. 며칠 밤을 꼬박 새워 만들어 간 작품을 “건축은 함부로 그림을 그리는 학문이 아니다. 너희가 색깔을 예쁘게 쓰고, 멋지게 그린 것들은 내가 보기에는 쓰레기다.”라고 하실 때는 정말 많이 화가 나기도 했죠. 하지만 나중에 실무를 15년 정도 하고 나니까 선생님의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반면 졸업 후, 일하면서 만난 사장님은 건축의 실무를 바늘 끝처럼 콕콕 찌르듯이 가르쳐주셨습니다. 겉모습이 아니라, 어떤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지, 어떤 재료와 어떤 사이즈로 만들어야 하는지 정말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셨어요. 단계별로 이렇게 세 분을 만난 게 저에겐 행운인 것 같아요. 


 ▶ 지정우 소장  

 저는 조금 방향이 다른데, 물론 지금까지 주변의 많은 분들로부터 크고 작은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무엇보다도 서울이라는 도시자체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저는 서울에 있는 명동 성모병원에서 태어나 학교 다니고, 주산 학원 다니고, 남대문시장을 가고,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가 나의 삶과 뗄 수 없는 공간이었죠. 어떤 선생님이‘도시란 이런 것이다’라고 알려주시는 것보다 훨씬 더 잠재의식 속에 도시에 대한 이해가 남아있게 된 거죠. 대학교를 다닐 때도 집이 과천이어서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건너고, 아침에 한 두 시간씩 서울을 관통하며 다녔어요. 그러면서 스케치도 하고, 글도 써보고 했던 시간들이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어요.  



이유에스 플러스 아키텍츠(EUS+ architects)의 바람이라면?

 

▷ 서민우 소장  

 좋은 스토리를 계속 발굴하고 더하는 거죠. 집장수 집과 건축가 집의 차이는 이야깃거리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거든요. 방이 있는 것과 전망 좋은 방이 있는 것은 다르잖아요. 전망 좋은 방을 계속 만들어가는 것이 저희 사무실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지정우 소장  

 보다 현실적인 바람을 갖는다면 조금 더 건축 전문가로서 존중을 받는 그런 작업 환경 속에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에겐 창의적으로 놀 수 있는 놀이터가 필요하고 그것을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건축가죠.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이런 의식이 부족하다고 할까요. “애들은 텅 빈 운동장에서 공하나 던져 주면 더 잘 노는 것 아니에요?”라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EUS+ARTCHITECTS 서민우, 지정우 건축가

서울시 중구 퇴계로20길 37 열매나눔재단빌딩 303호 

02-6952-0000 / 010-8969-2798  

EUS@EUSARCHITECTS.COM

 WWW.EUSARCHITECTS.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0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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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happytownculturestory.tistory.com/400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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