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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가지로 세상을 견뎌 온 ‘버드나무’

2019년 1월호(제111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3. 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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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사 이야기 26]


부드러운 가지로 세상을 견뎌 온

 ‘버드나무’



성경 속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야곱’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야곱은 쌍둥이 형 ‘에서’에게 팥죽 한 그릇으로 장자권을 사고 아버지로부터 축복을 가로챕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축복을 빼앗긴 형의 보복이 두려워 외갓집으로 도피를 합니다. 외갓집으로 갈 때 야곱은 빈 몸이었습니다. 그러나 20년 후에는 부자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어떻게 가난했던 야곱이 부자가 될 수 있었을까요?

야곱은 식물의 특징을 이용하여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외삼촌에게 일을 해주는 품삯으로 얼룩무늬가 있는 양들을 달라고 합니다. 그 당시 외삼촌에게는 얼룩무늬 양들이 없었던 터라 외삼촌은 흔쾌히 야곱의 요구를 들어 줍니다. 


팥죽 한 그릇으로 형의 장자권을 산 이력이 있었던 지혜가 많았던 야곱은 식물의 특징을 이용하여 얼룩진 양들이 태어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때 사용했던 나무 중 하나가 ‘버드나무’입니다. 그 뿐만 아닙니다. 버드나무에서 추출한 ‘살리실산’이라는 성분은 1899년 독일의 ‘바이엘사’에서 ‘펠릭스 호프만’이라는 한 연구원에 의해 아스피린으로 약제화 된 후, 오늘날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이 되었습니다. 살리실산은 아스피린의 원료입니다.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도 통증을 호소하는 임산부에게 버드나무 줄기를 씹어 먹으라는 처방을 내렸다고 하니 이미 예로부터 약재로 쓰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유대인과 독일의 제약회사를 부자로 만든 버드나무가 우리나라에서는 두 명의 왕비를 탄생시킵니다. 고려 태조 왕건의 다섯째 왕비인 오황후와 조선의 태조 이성계의 두 번째 왕비인 신덕황후는 버드나무 잎으로 왕비의 반열에 오르는 영광을 얻게 됩니다. 주변의 식물을 상황에 맞게 지혜롭게 이용한 행동이 왕건과 이성계를 감동시킨 결과이긴 합니다만, 식물의 특징을 이용할 줄 알았던 놀라운 지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전 우리 조상들도 버드나무를 약으로 사용하고 주술로 이용을 하기도 했습니다. 집안에 학질(말라리아)이 걸린 환자가 있을 때 나이 수대로 버드나무 잎을 따 봉투에 넣고 ‘유생원 입납(柳生員 入納)’이라고 쓴 후 큰길에 버리면 학질이 떠나간다는 기록이 있다고「궁궐의 우리나무」의 저자 박상진 교수는 이야기 하였는데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버드나무가 다양한 약재로 쓰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때로는 버드나무가 여인에 비유되기도 했습니다. 낭창낭창하고 날씬한 여인의 허리를 ‘유요(柳腰)’, 버들잎처럼 유연하고 예쁜 눈썹을 ‘유미(柳眉)’, 고운 자태와 맵시를 ‘유태(柳態)’라고 합니다. 양치질 또한 버드나무에서 유래했는데 식사 후 버드나무 가지로 이쑤시개를 만들어 사용하면서 양치질이 되었습니다. 아마 다른 나뭇가지보다 약성이 뛰어났기 때문에 사용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다양한 곳에 사용되는 버드나무인 만큼 그 종류도 많습니다. 천~안 삼거리~~로 시작 되는 천안 삼거리의 수양버들을 비롯하여 왕 버들, 곱슬버들, 갯버들, 키버들 등 우리나라에는 30여종이나 서식하고 있습니다만‘키버들’은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입니다.

가지가 부들부들하여 버드나무로 명명되었다고 하는 이 나무는 봄이 오는 냇가에 가면 흔하게 만날 수 있지요. 물을 좋아하는 까닭에 주로 물 가까이에서 관찰되는 버드나무의 꽃은 암꽃과 수꽃이 각각 다른 나무에서 피는 암수 딴 그루입니다. 꽃이 화려하지 않고 곤충의 활동도 활발하지 않는 까닭에 꽃가루받이에 종족번식을 의지하지 않고 줄기에서 뿌리를 내려 후손을 만들어 냅니다. 추운 계절에 꽃을 피워야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버드나무는 최선을 다해 환경에 적응하며 수천 년을 살아왔습니다. 이름처럼 부드러운 성품을 지닌 채 말입니다.



시인, 숲해설사 장병연

bomnae59@hanmail.net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1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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