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문화(명)의 황혼에서 새로운 문화(명)의 여명으로 19]
융(복)합, 통섭이라고요? 꿈 깨시지요! 3편
< 융(복)합, 통섭이라고요? 꿈 깨시지요! 2편 >을 이은 글입니다.
서양문화(명)의 본격적 시작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문제는 기독교가(그 중에 로마교가 특히) 서양에서 지배적이었을 때에 신플라톤주의의 영향으로 초월적인 것을 세속적인 것과 나란히, 어떤 경우는 위선적으로 추구하는 경향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서구에서 잊혀진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 아랍세계를 통해서 다시 서구로 역수입해 들어오면서 본격적인 근대적 서구문화(명)의 기초를 이루었는데, 그것이 바로 르네상스입니다. 즉 그리스 철학 전통을 따라서 말하자면 파르메니데스가 통렬하게 비판하였던 어리석은 ‘여론의 길’, 즉 감각과 경험과 실험이 진리 판별의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는 현대문화(명)의 기초를 이루고만 것입니다. 그 때 이후로 계속해서 학문의 역할은 어떤 것을 ‘분리’, ‘분석’하는 쪽으로 뻗어나갔으며, 학문들도 지난 5백 년 동안 하나씩 세분화해서 분리해가며 서로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몰라도 되는 전통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학문 방법론에 있어서도 모조리 ‘분리’, ‘분석’ 이후 종합을 위주로 하는 ‘귀납법’induction이 지배하게 되었으며, 정반대의 전체를 보는 방법론인 ‘연역법’deduction은 거의 포기될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현대문화(명)의 기초인 현대학문은 모조리 나누어져서, 대학은 이런 모든 지식들을 백과전서적으로 끌어 모으는 기관에 불과하게 되었습니다. 이전 3월호에 말씀 드린 대로 앞에 있는 코끼리를 우선 조각조각 ‘분리’, ‘분석’한 후에 종합한다고 하는 것이 바로 지금의 ‘융(복)합’의 철학이니 얼마나 어리석은 짓입니까?
다시 말하면 소크라테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였던, ‘인간아, 너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아예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조각난 학문과 문화(명)의 결과 전지구의 총체적 파멸의 위험에 대해서 그 누구도, 또 그 어떤 문화(명)도 책임지지 않는 사태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 더 심각한 불행한 사태가 예상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21세기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인공지능과 그 인공지능이 인간의 모든 지능을 능가해 버려서 인간을 자신의 도구로 삼을 것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소위 ‘특이점’ 시대가 온다는 겁니다.
‘분리,분석 후 종합이라는 허상의 대가인 인공지능,
특이점 시대에 너 인간 두려워 떨지 않니?’
특이점 시대의 도래에 대한 불안
2016년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완패하면서 -일설에 의하면 이세돌이 겨우 1승한 것도 알파고가 일부러 져주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본격적인 두려움이 서구문화(명)에 닥쳐오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두려움은 대부분 인공지능으로 벌어진 제4차 산업혁명의 결과, 인간들의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것에 대한 불안이라는 대단히 현실적인 것에 관한 것입니다(리처드 & 다니엘 서스킨드, [전문직의 미래, 4차 산업혁명 시대] 2016). 그러나 이것보다 더 늦게 다가오지만 더 시급한 문제는 학자들이 대략 2035년, 지금부터 18년 후에 다가올 ‘특이점’Singularity 시대에 일어날 것입니다. 그동안 쌓아놓았던 인간 지식의 모든 것이 갑자기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면서 그 발전을 인간이 도무지 따라잡을 수가 없게 되고 오직 인공지능만이 그 일을 하는 시대를 말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인공지능이 더 이상 인간을 위해 봉사하지 않고 인간이 도무지 알지 못하는 교묘한 방식으로 인간을 철저히 지배할 것이라는 엄청나게 불길한 예상입니다. 전기차의 엘론 머스크,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스 같은 사람들이 하는 예상인데, 영화에서나 많이 나오는 스토리가 정말 현실화된다는 거지요.
특이점 시대에 인간이 ‘영적 존재’라는 것을 오히려 확실하게 드러날 것을 소망하다!
여기서 더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인간, 너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과감하게 답했다고 자신만만해 하는 (자연)과학이 하나 있는데 바로 ‘뇌과학’입니다([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2016). 인간의 뇌를 분리, 분석하여 실험 이후 모든 것을 끌어 모으는 종합을 이어가서 인간의 의식이나 모든 생각이 바로 뇌에서 나오며, ‘인간은 뇌’라고 주장하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극단적으로 이어가는, 현재의 경향으로서는 매우 교만한 학문입니다. 현대 뇌과학은 인간의 생각을 생각하고, 의식을 의식해서 인간을 근본적으로 파헤치고 다 파악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뇌가 전부’이며 ‘뇌가 인간’이라는 사고를 실험과 감각과 경험을 쌓아서 만든, 마치 코끼리를 잘라서 분석하고 다시 결합한 허상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런 뇌과학적 결론에 따르면 인간은 2035년의 특이점 시대를 더욱 더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데 그 이유는 인공지능의 노예가 되는데서 벗어날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즉 모든 경험적, 실험적, 감각적 지식들을 총집결하고 그것을 소위 ‘기계학습’machine-learning을 통하여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는 인공지능이 백과전서적 지식을 아무리 많이 가지고 통찰한 인간 천재라도 지배할 수밖에 없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인간, 너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종교가 하는 것입니다. 이 질문은 분리, 분석, 경험, 관찰, 실험(귀납법)으로가 아니라, 전체를 한꺼번에 보는 계시, 직관, 신과의 만남으로 대답되어지는 것입니다. 적어도 학문영역에서는 전체를 한꺼번에 보는 연역법을 우선적인 방법으로 회복해야 합니다. 그런 질문을 정당하게 하고 제대로 답을 얻으려고 했던 과거의 아주 많은 사람들은 매우 겸손하고 위대한 인물이 되어 문화와 역사를 회복했습니다. 또 지금도 전 세계의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절대종교, 심지어 상대종교라고 할지라도 신의 존재를 인정하며, 인간이 그런 초월적 신을 닮은 요소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진실은 뇌의 영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험으로 파악될 수 없으며 아리스토텔레스적 학문으로는 도무지 파악될 수 없는 인간 속의 신비하고 존귀한 (영적) 영역에 있다는 것을 이들 모두는 직관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실험으로 파악되지 않아서 (자연)과학자들이 도무지 인정하지 않으려는, 천사나 귀신의 존재나 활동을 통해서라도 이런 영적 존재의 실체성을 인정하는 소극적 방법도 있습니다.
이런 현대문화(명)를 이룬 서구문화(명)는 그 기초에 있어서 철저히 그리스 철학의 타락을 그대로 이은 것에 불과하다면, 다가올 특이점의 시대는 오히려 우리에게 소망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제야말로 아리스토텔레스가 포기한 ‘인간, 너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파르메니데스까지도 넘어서, 누구나 가진 종교성을 따라 전 세계의 수많은 종교인들이 하듯이 절대적인 분 앞에서 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에 그 분을 닮은 인간이 단순히 경험, 감각이 축적된 뇌가 아니라 초월적이고 영적인 존재라는 사실이 특이점의 시대에 오히려 더 분명하게 드러나며 서구문화(명)의 허구성을 더 자세하게 나타낼 것이라고 소망해 볼 수 있습니다.
행복한 동네문화 만들기 운동장(長) 송축복
segensong@gmail.com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1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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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9호 융(복)합, 통섭이라고요? 꿈 깨시지요!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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