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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내리기 효과

2019년 4월호 (11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5. 1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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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심리 한번 들여다볼까요? 1]

닻 내리기 효과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에서 새로운 컬럼,
[나의 심리 한번 들여다 볼까요?]을 소개합니다.

이 컬럼이 왜 필요할까요?
21세기에 우리는 많이들 모여 삽니다. 교통과 네트워크의 급속한 발전으로 80억의 인구가 사실상 한 가족처럼 모여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많이 모여 살수록 인간에 대해 잘 그리고 깊이 알아야 행복한 지구촌을 만들 수 있지만, 정반대로 인간 자신에 대해서 무지하다면 이전보다 훨씬 더 불행한 세상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최근 모든 인간의 지식을 통합하는 AI가 인간 개인의 노력으로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 것을 누구나 피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AI란 사실 인간이 만들어놓은 지식들을 집적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결국 인간이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세상의 미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말 올바르게 그리고 잘 사용하면 좋겠지만, 지금까지의 인간의 역사로 보아서 그렇게 될 보장이 거의 없고 사실상 부정적인 쪽으로 역사가 전개될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특히 AI는 인간의심리에 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사용해서 개인(소비와 행동) 뿐 아니라 국가와 지구촌 전체를 우리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좋은 혹은 부정적 방향으로 몰고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AI 뒤에서그것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조작하는 권위(정부)나 전문적 지식(전문인)이나 단체(기업)들이 있을 수 있지만, 더 나아가 AI 자체가 이런 인간들이나 조직까지 넘어서 전혀 독자적으로 행동할 것을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한 AI를 이용해 14억의 인구를 철저히 통제할 계획을 수립하는 공산당이 바로 우리 옆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불행한 사태를 극복하는 지름길은 각 개인들이 이전에 하던(AI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방식대로가 아니라, 창조적으로(AI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이상은 너무 높기 때문에 가장 낮은 단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행동하기 전에, 각자의 속에서 움직이는 우리 심리의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민낯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겁니다. 지난 20세기 내내 심리학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고 이제는 많은 책들로 그 결과들이 잘 알려져 일반화되었습니다.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심리기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화하며 나누고, AI나 그것을 조작하는 정부, 기관, 기업, 사람에 대처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 아닐까요? 이것이 바로 이 칼럼의 목적입니다. 물론 이 칼럼을 통해 인간의 이런 약점을 알고 다른 사람을 속이려고 해서는 안 되겠지요? ‘속이는 자가 속는다’는 진리가 실현될 것이니까요. 먼저 그 중에서 우리가 기업, 판매자, 앞으로 AI에게 가장 많이 속게 될 소비심리들에 대해서 다루어봅시다.

 Dan Ariely라는 행동경제학자는 재미있지만, 그결과로 우리가 얼마나 합리적이지 못하고 어리석은지를 알게 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보통 품질의 와인 1병을 경매에 내어놓고 실험대상자들에게 그것에 가격을 각자 붙이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하기 전에 실험대상자들의 사회보장번호(우리의 주민등록번호)의 마지막 두 자리를 쪽지에 써 보도록 했지요. 그랬더니 놀랍게도 전체적으로는 끝자리 중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숫자를 택해서 경매지에 써넣었고, 평균적으로 8.64달러를 지불했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큰 숫자의 사회보장번호를 쓴 사람들은 심지어 평균 27.91달러를 지불했습니다. 유사하지만 더 실감나는 사례는 Clayton과 Thomas Gilovich가 조사했습니다. '스튜디오 97’이라는 레스토랑을 방문한 사람은 ‘스튜디오 17’이라는 레스토랑보다 평균 8달러를 더 지불한 겁니다. 그 이유를 심리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우리의 뇌는 물건의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 비교가치를 찾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비교할 대상을 발견할 수 없는 상황이면 뇌는 어쩔 수 없이 허구로 만든 수치를 기준점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약아빠진판매자는 마치 우연인 것처럼 가장하여 소비자에게 파고드는 겁니다. 서구에서 이 방법을 가장 많이 써먹는 업체가 부동산이랍니다. 처음 소개해주는 곳은 너무나 환상적으로 꾸며져 있어 보기만 해도 꿈같은, 우리가 도무지 살 수 없는 집입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우리의 심리 속에 일단 높은 부동산 가격의 닻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작전에서 나온 겁니다. 그리고 이어서 이전 것보다 저렴하지만 여전히 비싼 집을 마치 우연인 것처럼 보여주는데, 이미 심리 속에 이전 가격의 닻이 내려져 있기 때문에 그것이 비싼지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고 무리하게 집을 사게 만드는 겁니다. 가격이나 연봉을 협상할 때에 우연인것처럼 원래 염두에 두었던 것보다 최대한 높은 금액을 먼저 부르는 쪽이 이익을 볼 확률이 높은 이유입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이런 심리적 수법을알고 상대에 대해서 사용하기로 작정한다면 점점 서로가 불신하고 매번의 만남에서 정상적 인간관계가 아닌 거래관계로 끝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제안할 때에는 상대의 심리학에 대한 정보유무를 눈치껏 따지지 말고 정상적 가격이 되도록 정직하게 제시한다면 우리는 그만큼 더 신뢰사회를 만들 수 있겠지요?

 

경기도 군포시 윤기석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4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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