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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세상의 통로가 되어주는 철사공예

2019년 4월호 (11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6. 7.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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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장애 극복기]

나와 세상의 통로가 되어주는 철사공예

3년 전 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쳐 왼쪽 무릎 아래는 의족을 끼워야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전동휠체어는 저의 발이 되었지요. 젊었을 때부터 요식업계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왔지만, 40대 후반에 장애인이 되다보니 다른 일을 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만난 철사공예! 지인을 통해 대만의 철사공예 하는 분을 소개받아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제게 기술을 알려주신 스승님은 예술을 하는 분인데, 자신의 작업에 몰두하는 타입이라 이분께 기술을 배우기란 쉽지 않은 것이었지요. 하지만 저의 사정과 철사공예를 배우고자 하는 제 열정을 받아주어서 이렇게 철사공예로 장사를 하며 또 다른 인생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공예작품이어서 제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철사공예는 일일이 손으로 꼼꼼하게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라 손가락이 많이 아픕니다. 그래서 배우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저도 물론 손 힘이 많이 필요한 이 공예를 계속 하기 위해 아령과 완력기로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답니다. 특히 손아귀의 힘이 중요해서 손 완력기로 하루에 1,500개 정도씩 매일 운동을 하지요. 장사하면서 시간 날 때마다, 그리고 평택에서 안양까지 왕복 4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저는 틈틈이 운동을 합니다.


저는 안양토박이인데 사고 후 귀농하신 부모님과 평택에서 같이 살고 있습니다. 팔순이신 부모님께서는 제가 장애인이 되다보니 눈앞에 안보이면 걱정을 많이 하십니다. 재활 후 새롭게 일을 배운다고 할 때에도 그냥 집에나 있으라고 하셨지만, 저는 집에서 쉬면 너무 답답하고 우울증에 걸릴 것만 같았습니다. 집에만 가만히 있다 보니 몸도 더 안 좋아지고요. 제가 만든 작품들을 가지고 나와 장사를 하며 사람들도 만나고, 재능을 인정받기도 하니 꿩 먹고 알 먹기입니다.(웃음) 한번 저의 작품을 구입한 손님들은 집의 장식장에 놓으니 그 견고함이 더 돋보인다며 꼭 재구매를 하러 다시 오십니다. 더 나아가 주문제작을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사진을 보내주면 그것을 참고해서 작품을 만듭니다. 그리고 용도에 맞게 유리케이스까지 맞춰서 보내드리기도 하지요. 
평택역, 안양역, 범계역, 산본역. 이 네 곳이 제가 주로 판매를 하는 곳입니다. 일주일에 3일은 집에서 작품을 만들고, 3~4일은 판매를 하러 거리로 나옵니다. 처음엔 노점 단속반에게 걸려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습니다. 그냥 구걸하는 사람은 단속대상이 아니라면서 단속을 안 하고, 어떻게든 노력하는 저는 노점이라 단속을 한다는 게 아닙니까? 그래서 직접 시장님들께 전화를 드려 제 사정을 호소했습니다.
“일하기 싫어 구걸하는 사람들은 그냥 놔두고, 평택에서부터 휠체어 타고 올라와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을 단속하면 어떻게 합니까? 나이가 30~40대만 되었어도 다른 일을 찾아볼 텐데 나이 50이 넘어서 그럴 형편이 아니니 장애인인 저의 노점은 허락해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하는 이 철사공예가 다른 상권과 겹치는 것도 아니고, 손님들도 흔히 볼 수 없는 작품이라며 다들 좋아하는데, 저의 사정을 꼭 헤아려주십시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였나요? 다행히 지금은 단속반 분들과도 거리에서 만나면 안부 인사를 하며 장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손재주가 있는 편이었습니다. 성당의 크리스마스 장식도 다 제가 하고 기타도 20년 넘게 쳤었지요. 학교 졸업할 무렵에는 친구들과 밴드도 결정해보려고까지 했으니 그래도 제법 연주를 했겠죠?(웃음) 날이 풀리면 휠체어 뒤에 기타도 싣고 다니며, 유럽 거리의 악사처럼 기타 치면서 판매를 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기타를 치면 사람들이 더 집중하게 되고, 장애인이 아니라 ‘나’라는 한 존재로서 여러 가지 재능을 보여줄 수도 있으니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렇게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고요.

철사공예 예술가 정홍식
010-8302-3538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4>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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