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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필란트로피스트’가 되어보자!

2019년 4월호 (11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6. 10.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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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rospective & prospective 20]

나도 ‘필란트로피스트’가 
되어보자!

2018 APA 시상식

 

제가 회사 이외에 가장 애착을 가지고 참여하는 모임은 APA(Asia Philanthropy Award)라는 모임입니다. ‘필란트로피’라는 말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사랑하다’는 뜻의 ‘필로(Philo)’ 와 ‘사람’을 의미하는 ‘엔트로피(Enthropy)’가 합쳐진 단어로 ‘인류에 대한 사랑’입니다.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시간과 재능, 그리고 재원을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것이 ‘필란트로피’인 것입니다.


이 모임은 주로 사회복지 분야 종사자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모임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필란트로피 정신을 실천하며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묵묵히 헌신과 협력을 이끌어 내고 있는 숨겨진 지도자, 숨은 영웅들을 찾아내 격려하고 있습니다. 조직위원에 소속된 회원들의 회비를 모아 1년에 한번 필란트로피스트, 펀드레이저(기금모금활동 전문가), 비영리법인이나 단체 담당자 등을 선발하여 시상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과 연관을 맺게 된 것은 22년 전입니다. 첫 아이를 출산한 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그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해외아동 결연을 결심하고 국제기아대책기구에 후원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로부터 21년... 그 때 태어난 우리 첫 아이는 20대 청년이 되었고 제가 후원한 아이들 중 어떤 아이는 빈민가를 나와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 다음 후원한 아이의 마을은 더 이상 기부를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자립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 저와 인연을 맺고 결연을 맺은 아이는 르완다의 ‘아탕가’라는 9살 소년입니다. 아탕가는 새해, 어린이날,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이렇게 네 번 저와 편지를 주고받습니다. 때때로 사진을 보내오기도 하는데 더욱 초롱초롱해진 눈빛과 부쩍 커가는 모습을 볼 때면 보람을 느낍니다. 아동결연을 하면서 제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북한 돕기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잘 아시는 분이 대북지원관련 회사의 대표로 계시는데 정치와 상관없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 주민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15년 전부터 시작된 북한 돕기 기부는 평양에 있는 탁아소에 분유와 기저귀를 공급해 줄 자금과 평양 내에 있는 적십자병원의 수술실 개보수 비용에 쓰일 기금을 기부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인연으로 2008년에 평양에도 직접 다녀왔습니다. 


해외 아동결연과 북한 돕기에 이어 제가 관심을 기울인 것은 ‘장애인 봉사’였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약 3년 정도 매주 일요일 3시간씩 시각장애인들에게 낭독 봉사를 해 주었습니다. 낭독 봉사를 하면서 수많은 장애인들을 만났고 저의 시간을 조금 나누어 그들에게 작은 도움을 줌으로써 그들이 원하는 바를 조금씩 이루어 가는 것을 보는 것이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이민호’씨는 작가를 지망하는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판타지소설로 작가에 등단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교정도 거치지 않은 1천 페이지 분량의 원고를 4~5번 읽어가며 교정을 해주고 문맥을 바로 잡아주었습니다. 몇 달 뒤 그는 장애인문학상 판타지소설부분에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들려주었습니다.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문동환’ 학생은 23살 늦은 나이에 대학입시를 준비 중인 돌아온 탕자였습니다. 사춘기시절 자신의 장애와 환경에 힘들어하고 방황하다 공부에 집중하면서 본인의 길을 찾고자하는 청년이었습니다. 한 달 정도 입학사정관처럼 면접 준비를 도와주었더니 덜컥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장애인전형에 합격했습니다. 
처음엔 제가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20년 넘게 기부와 봉사를 경험해 보니 제가 받은 것이 훨씬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부라는 것은 처음엔 제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저 자신이 더 큰 통찰력을 받는 행위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기쁨을 알기에 저의 기부 인생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겠지요.

주변을 둘러보면 자신의 작은 도움이 누군가에겐 큰 힘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발견할 것입니다. 지금 주변을 둘러보세요. 
올해 4월에도 아시아 필란트로피 시상식을 위해 저는 개인 연차휴가를 내고 시상식장에 가서 의자를 나르고 테이블을 세팅하며 시상식 준비를 도울 것입니다. 저의 관심사 안에서 제 시간과 작은 관심을 나누는 일, 그것이 필란트로피의 시작이니까요.

예술의 전당 교육사업부장 손미정
mirha2000@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4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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