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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휴전선 걷기 동행 8

2019년 9월호(119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10. 2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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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명 여행기 나라다운 나라, 나다운 나 8]

아들과 휴전선 걷기 동행 8

 

아들의 차를 타고 조수석에 앉아 아들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휴전선 아래를 혼자 걷던 길과 다를 게 없다.
따로 있으면서도 늘 함께 한 자식.
함께 있으면서도 늘 따로인 듯한 자식.
 
운전 중인 아들의 옆모습을 보며 하는 말은 기껏,
“돈 버느라 오늘도 애썼네. 집에 가서 바로 쉬지 나를 데리러 일부러... 고맙다 아들!”
아들은 대답 없이 운전에만 몰두한다. 다시 나는 앞을 바라본다.
 
‘프랭클린이 돈만 많이번게 아니거든. 번 돈 거의 다 지금의 필라델피아 간선도로 건설에 썼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교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필라델피아 공공도서관을 세웠단다.’아무리 좋은 의도로 말하더라도 잔소리로 들으면 결국 헛소리를 해댄 것에 불과하다. 혼자 머릿속에서만 우물거리고 말아야 했다. 아파트 입구다.
 
“여기서 좀 내려줄래? 저쪽으로 공원이 있지? 좀 걷다가 들어가려고.”
“종일 걷고 또?”차를 세운다.
“너무 늦지마. 전화해. 내려올게.”
 
걸어보려 했던 공원의 벤치에서 휴전선을 걷다 남긴 캔 맥주 하나를 딴다. 미지근하다. 아들 나이 29살, 나는 그 때 어땠지? 나를 돌아보며 시간으로 이해를 구한다. 나도 그랬듯이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겠지.
 
“걷는다더니 앉아 있었던 거야? 왜 이렇게 청승을 떨고 그러고 있어.”
꽤 시간이 지났나 보다.
“벤치에 누워서 하늘 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네. 걷느라고 피곤했나봐.”둘러댄다.
“그러니까 나이 생각도 하면서 욕심을 부려야지.”
31층을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가볼까? 란 말을 꺼냈다가 아들에게 또 한 번 혼난다.
 
“아빠는 내가 아빠 말을 새겨듣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아빠도 내가 한 말을 거의 허투루 들어. 난 내일 또 일 나가야 해. 정 하고 싶으면 아빠 혼자 31층을 걸어 올라가봐.”
엘리베이터를 함께 탔다.
 
“들어주는 척 좀 해서 10층만이라도 걸어볼 수 있지 않냐?”
엘리베이터가 10층 쯤 오르고 있을 즈음 말없던 아들이 10층을 기다렸다는 듯이 때 맞춰 입을 연다.
“들어주는 척해서 휴전선을 같이 걷잖아. 완주는 함께 못하지만. 이 나이에 들어주는 척, 이런 아들 하나라도 있을까나?”

 

또바기학당, 문지기(文知己) 오동명
momsal2000@hanmail.net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9>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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