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의 경험을 최대치로 넓히세요.

2019년 9월호(119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10. 23. 21:46

본문

[1인 기업가 이야기]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의 경험을 최대치로 넓히세요.

 

저는 관공서에 홍보용 인쇄물과 판촉품을 납품하고 거래하면서 필요한 홍보용 디자인과 각종 인쇄물 디자인 일을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1인 기업 대표입니다.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저의 회사를 시작하면서‘사업은 전쟁터’라는 말을 피부로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1인 기업으로 혼자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영업 외 디자인 업무와 제작 관리에 이어 세무업무 및 납품까지 모두 세심함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작 관련된 인쇄 쪽은 여성이다 보니 무시당하거나, 인쇄 순서가 밀려 납기일을 못 맞추는 일들이 생기기도 하고, 때론 지인들을 통해 디자인 일을 해주어도 비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일을 시작하고 4~5년 지나고서야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낮에는 영업을 다니고 업체들과의 계약 미팅을 하는데 시간을 할애하고, 디자인 작업은 주로 밤과 주말, 휴일에 몰아 하면서 쉼 없이 노력하고 달려온 결과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을 갖고 유지하는 여성 1인 기업이 되었습니다. 너무나 쉼 없이 밤낮으로 달려오다 이제 좀 견딜만한 한 시기가 왔는데, 반갑지 않은 질병이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병원 신세를 지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 건강이 먼저라는 것을 말이죠. 조금은 천천히 삶을 돌아보고 쉬면서 즐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친구들도 만나고 개인적으로 휴식을 가지다 보니, 훨씬 제 삶이 여유로워졌습니다. 요즘은 산책의 즐거움을 알게 되어 퇴근 후 회사 근처를 산책하거나, 집까지 걸어서 오기도 하는데 그냥 거리를 여유 있게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즐겁습니다. 그동안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들도 많았지만, 거친 인쇄업계에서 지금까지 근 삼십 년 가까이 버텨왔다는 사실에 스스로 기특하기도 하고요.


지금은 디자인할 때 컴퓨터로 작업을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지만, 제가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모든 디자인은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때였습니다. 브로슈어 하나를 만들어도 사진의 위치, 배열, 글자의 줄 간격 등을 일일이 손으로 맞추어 붙이고 인쇄를 했지요. 그러다 갑자기 매킨토시 컴퓨터의 등장은 디자인 업계에서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그동안 했던 수작업 방식을 전부 포기해야 했고, 컴퓨터 디자인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시대가 변하여 컴퓨터 사용법과 툴을 익히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죠. 당시(25년 전) 컴퓨터는 한 대당 600~700만 원을 호가하고, 디자인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1천만 원은 주어야 하는 시대였던 터라, 가격도 가격이지만 지금까지 일해오던 방식을 다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제일 컸던 것 같습니다. 저도 잠시 디자인 일을 떠났다가, 이 두려움 때문에 디자인 일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컴퓨터를 배우고, 컴퓨터의 프로그램을 사용해 디자인하는 법을 새로 배웠습니다. 현재와 미래에 디자인이라는 일은 항상 공존하고 미래지향적인 일이라 변화에 순응을 잘해야 오래 남는 디자이너가 될 것 같아서였죠.


제가 오랫동안 사업을 하면서 주변에 디자인을 하는 후배들이나 업계의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런데 가장 안타까운 점은 자신이 해왔거나 할 수 있는 분야의 디자인만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 때문에 자신을 성장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물론, 실패할 수 있지요. 그렇지만 디자인은 어떤 실패의 경험도 결국에는 자신의 자산이 됩니다. 그만큼 나의 틀이 깨지고, 내 디자인 영역이 확장되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손해가 아닙니다. 한 가지만 잘하는 디자이너는 시간이 많이 흘러도 지금까지 해오던 디자인 외에 다른 디자인은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여러 종류의 실패를 경험한 디자이너는 어떤 디자인을 맡아도 다 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추어지는 것이죠. 여러 번의 실패를 통해, 경험치가 쌓이고 그만큼 내가 할 수 있는 디자인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디자인 일을 하는 분들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여러 작업을 시도해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누군가 내 디자인을 보고 혹평을 한다고 해도 위축되지 말고, 내 안의 틀이 또 한 번 깨졌구나 생각하고, 다시 부딪치고, 다시 시작하라고 말해 드리고 싶습니다. 대신 그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저도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 지금도 자신의 꿈을 위해 용기를 잃지 않고, 열심히 도전하는 분들을 응원하며, 저도 열심히 뛰겠습니다.

 

 

‘디자인 앤’대표 김선영
sunyoung7113@hanmail.net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9>에 실려 있습니다.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