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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의연한 농사는 가라! ‘위기를 기회로’

2020년 5월호(127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6. 2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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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팜 네 번째 이야기]

구태의연한 농사는 가라! ‘위기를 기회로’ 

 

요즘 지인들과 통화를 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들이 있습니다. “공기 좋고 물 좋은 산골짜기에서 코로나는 걱정도 없이 지내니까 너무 좋겠다~”라고 말이지요. 그럼 저는 “도시보다는 사람들을 접촉하지 않아서 한편으로는 맞아!”라고 하면서 “근데 더 큰 어려움도 있어”라고 말해주곤 합니다. 왜냐고요? 소비가 일어나는 전통시장, 마트 등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짐으로 인해 농가들이 땀 흘려 재배한 버섯들이 판매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정상적인 시기의 유통가격보다 더 낮아진 가격으로 출하되어 농가들의 수익이 급격하게 떨어졌지요. 이런 외적 현상들을 보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빠른 시간 안에 이 상황들이 풀리지 않으면 수많은 농가들은 어떻게 버틸까 하는 현실적인 위기감을 피부로 체감하기에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일을 겪으며 계속해서 떠올린 말이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그냥 어렵다고 앉아 있으면 위기이지만, 벗어나려 몸부림치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이지요. 그렇다면 기회로 삼기 위해 내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니 답은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바로 우리 농가들의 모습 속에 있는 부정적인 것을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농가들에게 익숙해져 있는 것은 ‘수동적 사고’더군요. 예를 들면‘내가 농사만 잘해 놓으면 누군가 가져가겠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천 원이라도 더 비싼 가격에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예요. 천 원을 더 받기 위해서 별달리 하는 행동은 없습니다. “농부가 뭘 알아. 농사나 잘 지으면 되지” 등의 핑계를 대면서 손 놓고 있는 것이지요. 결국 지금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무언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뛰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앉아 유통들이 헐값이라도 가져가 주는 것에“감사합니다”라고 할 뿐입니다. 간혹 “이건 아닌데”라고 말하지만, 그 이상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없습니다. 


또 하나는 ‘나만 잘되기 근성’입니다. 함께 위기를 극복해도 시원찮을 판에 단합이 안 된다는 것이지요. 마치 벌보다 못한 존재라고나 할까요. 누군가 공격을 하면, 따로 움직이던 벌들도 함께 모여서 위기를 극복해 나가거든요. 벌떼처럼 달려든다는 말이 있듯이요. 사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공유하면 훨씬 덜 힘들고, 무엇보다 단순히 물건 잘 파는 즐거움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소중함’을 맛보게 될 것인데, 제가 있는 농가들 속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들 속에서 모범적으로 달려가는 영농조합들을 보면서 “왜 우리는 저렇게 안 되지?”라고 말은 하지만 실상은 말만 그렇게 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거지요.

농부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버려야 할 것으로 하나 더 든다면 ‘우물 안 개구리 시각’이라 할까요. 이 문제는 농촌 현실에서 정말 심각한 것 같습니다. 코로나 문제가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인 것이 선명하게 드러남에도, 여전히 지역적 문제 또는 대한민국만 잘 해결되면 될 거라는 정말 좁고 근시안적인 시각이 너무나 팽배해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판로들이 막혀지고, 점점 더 심각하게 다가오는 현실을 직면하면서도 말입니다. 이것이 5천 년 동안 한반도에서 갇혀 살아오면서 형성된 심각한 시각 때문인지, 아니면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싫은 것인지, 아니면 예전처럼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이번 코로나로 인해 야기된 경제적 위기 상황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함께 농사짓는 다른 농가들이나 타 지역에서 다양한 작물을 생산하는 농가들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람의 자세’에 달려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번에 ‘누군가 내 물건을 가져가겠지!’라는 ‘수동적 자세’보다 ‘적극적인 홍보’를 해 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수동적인 사람보다 훨씬 더 나은 결과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나만 잘 되기 근성’을 극복해 보기 위해 다른 농가들에게 저의 경험들을 공유했습니다. 기존 고객들에게 홍보 문자 보내는 방법, 가격 설정 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이지요. 고개는 끄덕이나 실상은 움직이지 않았지만요. 더 나아가 ‘우물 안 개구리 시각’에 사로잡힌 우리의 시각을 버리지 않게 될 때 맞이하게 될 위기들에 대해서도 계속 나누고 있습니다. 지구 이쪽에서 한 재채기가 지구 저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상들에 대해서 말이지요. 쉽게 바뀌지 않겠지만 그래도 작은 변화는 일어나겠지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이제 저는 코로나에 시각을 고정시키지 않고, 코로나로 인해 더 선명하게 드러난 세계적 시각을 가지고 더 큰 꿈을 꾸어 보려 합니다. 이곳에 있는 농가들을 일깨울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우주 농업도 꿈꾸는 기회로 말입니다.  

 

상상농부 한상기/010-4592-3488

01sangsang@hanmail.net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7>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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