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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칠레는...

2020년 5월호(127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6. 2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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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호의 칠레통신]

지금 칠레는...

 

칠레는 지금 현재(4월 24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2,306명에 도달했습니다. 마스크는 모자라지만 거리에서 가내수공업 형태로 천으로 만든 마스크를 살 수는 있습니다. 제가 사는 변두리구의 주민들은 아직 계몽이 덜 된 탓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사람이 지난 주 수요일까지는 겨우 10% 정도였습니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4월 8일부터 모든 대중교통 이용 시나 공공장소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시켰습니다. 지금 현재는 약국, 슈퍼 등 모든 상점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손님은 들여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보건소는 65세 이상과 어린 아기들에게만 1차적으로 감기백신(임시방편이겠지만)을 무상으로 주사해 주었습니다. 보건소 입구 철문 앞에는 말도 못하게 긴 줄이 연일 섰으며 어떻게 해서든지 주사를 맞기 위해 안간힘들을 쏟았습니다.
또한 대개 모든 상점들의 출입문에서는 손님들을 길다랗게 줄을 세워 몇 명씩 끊어서 입장시키는 진풍경을 보게 되는데 이 줄이 길게는 300m씩이나 되기도 합니다. 칠레인들은 줄 서는데 이골이 났는지 어느 한 사람 불평 없이 줄을 서는 희한한 국민성이 있습니다. 저는 긴긴 줄을 보고 그만 질려서 다음 날 문 닫기 바로 직전에 가 줄을 서는 기지를 내었습니다. 그러면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더군요.

무상감기백신이라도 맞기 위해 보건소 앞에 줄 서있는 노인과 아이들


자가 격리
3월 16일 산티아고 시 52개 구 중 하나인 플로리다구의 구청장은 관할구역 전체의 유치원·초·중·고·대학교에 휴교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니 문방구를 운영하는 저희 가게는 3월장이 반토막입니다. 곧이어 ‘피녜라’ 대통령은 전국으로 확대하며 학교에 2주간 휴교령을 내렸습니다. 현재는 4월 한 달간을 더 연장한 상태입니다. 또한 3월 27일 부터 산티아고 시의 7개구를 선정하여 1주간 자가 격리를 지정했으나 지금까지 계속 연장상태이며, 지역을 확대하여 변두리 우리 동네를 포함한 대부분의 구가 현재 자가 격리 상황입니다.

데모 폭동으로 습격 당한 후 영업을 포기한 수퍼마켓

코로나19 사태 바로 이전
지난해 10월, 수도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이 촉발한 거센 시위로 몇 십 년 만의 칠레는 최대 혼란을 겪었습니다. 교육, 의료, 연금, 임금 등 불평등을 야기하는 사회제도 전반에 대한 반발로 인해 확대된 시위 사태로 30명 이상이 숨지고 수 천 명이 다쳤습니다. 정치권이 시위대의 요구대로 새 헌법 제정 국민투표 실시에 합의하고, 여름휴가(칠레는 12월~2월이 여름)를 맞으면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곧 다시 불붙어 더욱 강력한 시위가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라 명명된 바이러스가 상륙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지긋지긋했던 데모가 일단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눈에 안 보이는 바이러스가 데모보다 무서울 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관련된 세계 모든 석학들이 알아내가고 있으니 곧 진정국면이 오길 바랄 뿐입니다. 그러니 칠레는 데모로 경제 전반에 큰 위협이 있었는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상륙하면서 더욱 심각한 경제대란이 예상됩니다. 물론 나라에서는 중소기업(소상인들 포함)들에게 무이자에 가까운 대출을 약속하였지만 참으로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이 참에 칠레 정치이야기
간략히 얘기해 보자면, 남북 길이가 4,329km로 지구상에서 제일 긴 나라 칠레는 일반 국민들의 선거에 의해 공산화되었던 특이한 나라입니다. ‘아옌데’(존경하는 사람들이 많음)라는 공산주의자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기업 국유화, 무상몰수 방식의 토지개혁 등으로 자유 민주주의 국가를 공산국가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공산국가가 되면 맞게 되는 수순을 밟아가며 ‘아옌데’는 미주기구협약(자유민주국가들은 쿠바와 외교관계를 맺어서는 안 된다는 협약)을 걷어차고, 1971년 쿠바와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맙니다. 이에 국제사회는 경제제재로 보복을 가하게 되고 또한 칠레의 수출 주력상품이던 구리 가격이 폭락하면서 칠레는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리게 됩니다. 
모든 제도권을 장악한 공산주의자들이 선전선동으로 국민들을 세뇌시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다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이 때 ‘피노체트’ 장군이 1973년 9월 11일 쿠데타를 일으켰고 성공했습니다. ‘시카고 보이즈’라는 이름을 얻은 시카고대학 출신들을 경제 일선에 포진시켜 단숨에 빛나는 경제성장의 대열에 합류하여 중남미에서 가장 건실한 발전을 이룬 나라가 되었습니다. 또한 한국과 가장 먼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가 칠레라고 합니다.

 

칠레에서 노익호 

melquisedec.puentealto@gmail.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7>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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