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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재택근무, 다시한번 생각해봅시다!

2020년 8월호(130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0. 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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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시대, 뉴-노멀 엿보기#2] 

 

영구재택근무, 
다시한번 생각해봅시다!

 

지난 호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후 뉴-노멀이 될 영구재택근무(permanent remote work)가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또 그 다양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루어보았습니다. 이번호에는 재택근무를 할 때 개인과 기업이 고민해야할 내용은 무엇인지 얘기해 보겠습니다.

재택근무의 실효성에 대한 개인과 기업의 의견이 다양합니다. 분명한 사실은 남들처럼 협업시스템과 재택근무 규정만 갖추어놓으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간주하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겁니다. IBM같은 대기업조차도 재택근무를 선도적으로 도입했다가 생산성을 이유로 다시 사무실중심 문화로 돌아간 사례가 있고, 또 정반대로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영구재택근무 문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누구는 실패하고 또 누구는 성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재택근무의 현실적 어려움들
재택근무의 성공과 실패를 얘기하기 전에, 재택근무의 현실적 어려움을 잘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첫째 어려움은 기업이 만들어준 공간이 아니라, ‘내가 설정해야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생기는 환경적 어려움입니다. 재택근무를 도입할 때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도 주로 이 이유 때문입니다. 싱글들에게 재택근무는 ‘자유’라는 개념과 가깝지만, 육아를 책임져야하는 가정에서는 정반대로 ‘대략 난감’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후자의 경우 현실적으로 가정에서 업무에 집중할 환경을 마련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택근무를 시행하면 그동안 부족했던 육아와 가사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다른 가족과 분담할 것을 기대하거나 요구하게 됩니다. 아이들 또한 자신들에게 소홀했던 아빠와 엄마가 출근하지 않는다면, 놀아달라고 떼를 쓰면서 그냥 일하도록 내버려둘(?)리 만무하겠지요. 이들에게는 육아와 가사를 접어두고 조용하게 자기 업무에 집중하기란 사실 동화속의 스토리에 가깝고, 회사와의 중요한 화상회의를 아이들의 방해(?)없이 집중하기란 착각에 가깝습니다. 불안하게 눈치보며 회사 일을 해야 하는 심리는 경험해본 사람이 아니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지요. 그래서, 국내 S대기업은 영구재택근무 도입을 고려하기 이전부터, 여러 개의 거점 오피스들을 두어서 그 중 집에서 가까운 사무실에 출근하도록 하여 왔습니다. 물론, 본사로 출퇴근하는 시간을 절약하고 또 회사시스템 접근의 보안성 강화라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둘째 어려움은 회사의 공간을 벗어나면 경험하는 ‘물리적 자유’, 그리고 그와 함께 스멀스멀 찾아오는 ‘공허함’이나 ‘고독’과 같은 심리적 어려움입니다. 인간은 무리를 짓고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입니다. 하지만 탈오피스 환경이 되면, 그동안 사회적 존재로서 지지기반이었던 오프라인 사무실 중심의 유대감과 소속감은 극도로 축소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적으로) 소속되어있지만 (심리적으로) 소속되지 않는 듯한 홀로됨’을 날마다 경험합니다. 이런 사회적 고독의 문제를 부분적으로나마 해소해보려고 어떤 기업은 온라인 협업채널을 이원화하였습니다. 한 채널은 업무를 위한 용도로 사용하고, 나머지 채널은 티타임과 사적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한 거지요. 
셋째 어려움은 ‘기준과 경계를 내가 결정하고 책임져야’하는 정신적 어려움입니다. 회사를 벗어난 환경 속에서 본인이 출퇴근 개념을 결정하고 의식화해야 합니다. 몇 시에 출퇴근할지, 또 근무는 어떤 형태로 할지도 본인 몫입니다. 공사의 구분이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공이고 어디까지가 사인지 선명하게 가를 기준이나 그 경계의 설정도 본인의 책임입니다. 자신에게 허용된 자유시간동안 발생하는 수많은 업무들의 전과정들은 철저하게 배재되며, 오직 결과로만 평가받아야 하는 정신적 부담감이 물밀듯이 밀려오게 됩니다. 이런 부담감에 노예되면, 자칫 퇴근 개념마저 흐려져 워라밸(work life balance)은 무너지고 ‘월화수목금금금’, 즉 일주일 내내 일만 하는 끔찍한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들마다 자신들만의‘재택근무 매뉴얼’을 만들어서 제공하기도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는 못하는 편입니다.

이런 재택근무의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도 탈오피스 문화를 우여곡절 끝에 성공적으로 이뤄낸 기업들이 이구동성으로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물리적으로 떨어진 환경에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협업시스템과 이를 보조하는 재택근무 매뉴얼이 당연히 중요하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틀렸습니다. 이 기업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상호신뢰입니다. 협업시스템을 사용하다보면 그 속에서 제공되는 채팅, 화상회의, 캘린더, 스케쥴러 등에 이르기까지 유용하고도 다양한 기능들을 활용해보지만, 뭔가 늘 부족함을 경험합니다. 이 부족감을 채우기 위해 이런 저런 시스템으로 갈아타 보면서 각자의 회사에 딱 맞는 시스템을 찾아보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결국 시스템이 제공하는 기능에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기업과 구성원, 구성원과 구성원간 어떤 정도의 신뢰를 주고받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거지요. 그러면 이런 기업들은 신뢰를 어떻게 쌓았을까요? 

| 기업이 신뢰를 쌓으려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도입하면서 ‘시스템을 통한 관리’부터 하려듭니다.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업무 생산성을 좌우하는 것은 사내근무/재택근무의 업무형태보다도 자발적 동기라고 합니다. 그러면 재택근무의 생산성을 위해서 어떻게 자발적 동기를 높일 수 있을까요?
첫째, 공감하고 이해하기입니다. ‘재택근무를 제대로 하고 있을까’라는 의심의 눈초리로 구성원을 보거나, ‘알아서 잘 하겠지’라며 무작정 믿어주거나, 결과로만 판단하려는 삭막한 기업문화를 버려야 합니다. 회사가 모르는 정말 다양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회사를 위해 노력할 구성원들을 부모같은 마음으로 염려하며 챙긴다면 자발적 동기를 높일 수 있습니다.
둘째, 구성원들의 워라밸을 배려한 예측가능한 소통을 시도하기입니다. 기업의 편의를 위해 상시 온라인 대기상태를 유지하게 하거나,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해서 공적업무를 하달하거나, 직원을 종 부리듯하는 몰상식한 태도는 지양해야 합니다. 미리 약속하고 계획한 시간에 연락하고 소통하며, 소통에 대한 스트레스와 긴장을 줄여주어 구성원들이 일에 자유한 가운데 창의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좋을 것입니다.
셋째, 정기적 오프라인 만남 가지기입니다. 온라인 상에서 맺은 관계로는 구성원들의 유대감과 소속감을 발전시키거나,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는, 가족같은 동질감을 만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월별, 분기별로 정기적 오프라인 만남을 가져서, 소중한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면, 조직간의 신뢰는 차곡차곡 쌓이게 될 것입니다. 


| 신뢰를 주는 재택근무자가 되려면
정반대의 입장에서 실제로 재택근무하는 직원은 어떻게 기업과 신뢰를 쌓을 수 있을까요?
첫째, 적극적으로 소통하기입니다. 모든 문의나 요청에 대해서는 반드시 아주 적극적으로 회신하고 표현해야 합니다. 온라인상에서의 표현은 모두 화면상에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극히 제한적 기능을 가진 점을 인식하고, 평소의 대화에 능동적,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선명하게 표현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 의사가 제대로 상대에게 전달되었는지, 서로 이해한 바가 일치하는지를 반복 확인하면 나중에 야기될 수 있는 문제까지 예방할 수 있습니다.
둘째, 회색지대 없애기입니다. 같이 모여서 업무를 수행해도 ‘책임의 공백지대’ (일명 회색지대)가 생기기 마련인데, 하물며 재택근무의 상황은 더 할 겁니다. 이런 회색지대를 알고서도 간과하거나 모른 척 지나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이슈화하여 해결을 시도한다면, 회사 뿐 아니라 동료들에 사이에서도 책임감있는 사람으로서 여겨질 것입니다.
셋째, 진행상황의 규칙적 공유입니다. 의심많은 상대에게 가장 신뢰를 줄 수 있는 방법은 의심할 여지를 주지 않는 것입니다. 즉, 자신이 맡은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문제는 없는지를 상대가 알아보기 전에 투명하게 공유하면 자동적으로 신뢰도는 올라갈 겁니다.

이 글을 쓰는 저는 재택근무를 해보았냐구요? 당연하죠. 이미 20여 년 전 아직 협업시스템조차 존재하지 않을 때부터 스타트업을 만들어 실리콘밸리에서 원격근무를 해보았지요. 최근에는 앞으로 다가올 포스트코로나시대를 대비해서 주 1~2회 재택근무를 도입해 다양한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신뢰란 남의 방식을 무작정 베끼거나 무턱대고 따라한다고 해서 형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함께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구체적 문제를 발견하고, 그 회사만의 독특한 방식을 개발해서, 하나씩 하나씩 적용해 나간다면 구성원들 사이의 신뢰를 쌓아나갈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어떤가요?

 

생체신호분석 전문 스타트업 (주)바딧
CSO/Vice President 추광재

caleb@bodit.co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0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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