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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나를 만나는, 선 하나로 그리는 그림

2020년 10월호(13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2. 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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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에 담긴 당신의 마음 이야기 3]

 

온전한 나를 만나는, 선 하나로 그리는 그림

 

 

 “같이 그림 그릴 사람?” 
 6살 아이들이 신이 나 스케치북 앞으로 모여듭니다. 뭘 그릴까 물으니 “엄마요, 공주요, 자동차요, 펭귄이요~”참 그리고 싶은 것이 많더라구요. 주저함 없이 마음에 드는 채색도구를 들어 쓱쓱 그림을 그려갑니다. 
정작 같이 그림을 그리자고 부른 저의 스케치북은 계속 빈 종이였습니다. 무언가 그리려다가 다시 지우기를 몇 번 반복하고는 아이들의 그림을 구경만 했습니다. 어렸을 땐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었고, 그것을 그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어른이 되고 나니 그림을 시작하는 것도 참 어렵습니다. 펜을 들어 그리는 것도 어렵지만 무엇을 그릴지 떠올리기도 쉽지 않고요. 사실적으로 그려야하고, 의미 있는 것을 그려야한다는 생각이 연필을 들기 전부터 자신감을 잃게 만듭니다. 막상 큰맘 먹고 그린 그림은 잘 그려진 그림과 비교되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죠. 
 
 그런데 혹시 전화를 하다 영수증 뒷면에 무심코 끄적인 그림이 의외로 괜찮았던 경험이 있지 않으세요? 그림을 잘 그리려는 부담 없이 편안하게 그린 그림은 열심히 그린 그림보다 더 자연스러운 매력이 있습니다. 
 예술적 감성은 우뇌가 담당한다고 하죠. 하지만 그림을 잘 그리려고 애쓰다보면 이성적 사고를 하는 좌뇌가 활성화됩니다. 크기, 비율, 질감, 명암 등을 살려‘본 것을 실제와 똑같이 옮겨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나이가 들수록, 그림 그리는 방법에 대한 지식이 늘어날수록 선뜻 그림을 그리기 힘든 이유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난 그림을 잘 못 그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자신감을 갖고 그릴 수 있는 컨투어 드로잉(Contour drawing)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Contour’는 윤곽이라는 뜻으로, 대상의 명암, 질감 등은 무시하고 연속된 윤곽선만으로 완성하는 드로잉 기법이에요. 규칙은 단 하나, 하나의 선으로만  그림을 그린다는 것입니다.
 
 컨투어 드로잉은 20세기 초 Art Students League의 교수였던 키몬 니콜레이즈(Kimon Nicolaides)가《그림 자연스럽게 그리기, The Natural Way to Draw》에 소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서양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된 기법이에요. 대표적으로 파블로 피카소는 인물의 특징을 간결한 윤곽선으로 표현 할 때, 에곤 쉴레는 인물의 포즈와 특징을 강조 할 때 사용하였습니다. 키몬 니콜레이즈는 컨투어 드로잉이 촉각과 시각을 함께 쓰도록 유도하여 사람들의 그림 실력을 향상 시켜준다고 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시선은 사물의 윤곽선을 따라 움직이고, 손은 그 형태를 보고 그리면서 감각적으로 느껴가도록 유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 하나로 그림을 어떻게 그려?’라는 생각이 들죠? 바로 그 생각이 이 그림의 핵심입니다. 선 하나로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죠. 당연히 우리가 생각하는‘잘 그리는 그림’을 절대 그릴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전문가처럼 그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우리에게 자신감을 갖게 해줄꺼에요. 

 

교육생들의 그림 

 그림을 배우지 않은 일반인들의 컨투어 드로잉 작품입니다. 삐뚤빼뚤하고 여기저기 자유롭게 움직인 선이 매력적이죠. 오히려 정확하게 그리려고 시도한 그림보다 잘 그린 느낌마저 들기도 해요. 그림의 결과보다는‘관찰’에 더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럼 우리도 한 번 컨투어 드로잉을 해볼까요? 잠시 시선을 옮겨 주변을 관찰해 보고 그동안 관심 있었던 사물이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한 장을 스마트 폰에서 검색해 보세요. (다른 사람이 그린 그림보다는 실제 사물이나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1 | 종이와 펜을 준비해주세요. 
2 | 펜을 들어 그림을 시작해주세요. 
     하나의 선으로 끊지 않고 그립니다. 
3 | 그리는 동안 펜을 종이에서 떼지 않아야 합니다. 

    외곽선뿐만 아니라 내부 선까지 그립니다. 
    중복된 선이 생겨도 좋습니다. 선을 자유롭게 사용해 보세요.
*지우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어떠세요? 생각보다 멋진 그림이죠? 선을 이어나가는 동안 ‘이게 맞아? 이상해지는 거 아냐? 저기로 어떻게 가지? 여기를 어떻게 그리지?’ 두려운 마음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그저 끝까지 자신의 선을 이어나가는 것입니다. 결국 누군가의 그림과 비교할 필요 없는, 오롯이 나만의 개성이 듬뿍 담긴 작품이 완성될테니까요.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불안함이 불쑥불쑥 찾아와 마음을 힘들게 합니다. 나만 이대로 멈춰버리는 것은 아닐지 걱정돼 애를 쓰지만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느낌이죠. 이럴 때일수록 애쓰기를 잠시 멈추고 남과 비교되지 않는 온전한 나를 바라봐줘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리네아스토리 조세화/김민정

lineastory.com
*LINEA STORY(리네아스토리)는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
할 수 있도록 돕는 컨텐츠 디자인회사입니다.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2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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