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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연 아빠의 좌충우돌 직장 탈환기

2020년 10월호(13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2. 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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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연 아빠의 좌충우돌 직장 탈환기

 

안녕하세요,
희연이 아빠 정현철입니다. 
평소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의 글을 읽으면서 다양한 분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이번에 부족한 저에게도 행복한 일이 찾아왔고, 저도 다른 분들에게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저는 중소기업에서 해외영업과 무역실무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와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수출입 업무 자체가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국내 영업을 해야 했습니다. 건축 부자재를 국내 업체에 판매해야 하는데, 좁은 시장에서 경쟁업체보다 훨씬 저렴한 견적을 제시하지 않고는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수 판매량도 줄어든 상황 가운데, 올해 봄에 영업부와 관리부의 근무지를 경기도 외곽의 사무실로 옮긴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마치 무언의 권고사직을 받는 것 같았습니다. 아내의 둘째 아이 출산이 코앞에 다가오는데, 이전보다 출퇴근 시간이 3배로 늘어난다고 생각하니 가뜩이나 적성에 맞지 않는 국내 영업에 힘들었던 저는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새벽에 잠을 설치기 일쑤였고, 스트레스로 인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에도 과민 반응하여 임신 중인 아내에게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직을 생각하게 되었고, 되도록 안정적인 곳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해외영업 경력직 채용은 거의 없었고, 간신히 찾은 회사에서는 스펙과 나이에서 밀렸습니다. 그나마 중소기업에서 해외 주재 직원을 뽑는다고 하여 지원했으나, 주재 수당이 터무니없이 낮았고 가족동반이 불가했습니다. 이직을 단념하고 경기도 외곽의 원룸을 알아보고 주말부부를 할 생각을 하고 있을 찰나, 외국계 비영리단체 공공기관의 행정 및 운전직 채용공고를 접했습니다. 젊은 시절 미군 부대에서 행정 및 운전병, 그리고 첫 직장에서 행정 및 운전을 한 경험이 떠올랐고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공관이라 그런지 서류 전형과 면접 절차가 까다로웠습니다. 1차 면접 일정을 위해 반차를 사용했는데, 면접 2시간 전에 다음날 올 수 있냐는 연락이 왔습니다. 시간 약속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불편한 마음도 있었지만, 괜찮다고 답변하고 사무실로 복귀했습니다. 다음 날 외근 일정을 면접 장소 근처로 잡고 1차 면접을 치렀습니다.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나 기다리던 연락이 왔습니다. 
합격 소식인 줄 알고 기뻐했으나 2차 면접 일정 통보였습니다. ‘역시 공공기관이라 경쟁이 치열하구나’하는 생각과 동시에 어떻게 해서든 합격하고 싶었습니다. 2차 면접을 위해 산부인과 동행을 사유로 연차를 사용하여 면접을 봤습니다. 합격 소식은 추후에 연락을 준다고 하며, 5분 만에 면접이 끝났습니다. 허무하기도 하고 약간은 불안했습니다. 다시 1주일이 지나 전화를 받았는데, 결과는 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출근 날짜가 빠듯했습니다. 이전 직장에서는 이렇게 갑자기 일을 그만두면 어떻게 하냐며, 새로운 직원을 채용할 때까지 다니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사직서와 인수인계서를 3일 만에 작성하고 원천징수영수증을 챙겨서 퇴사했습니다. 새로운 직장 출근 바로 전날까지 일하느라 몸은 조금 피곤했지만, 마음은 편안했습니다.
속전속결로 이직을 한 탓에 지금도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립니다. 새로운 직장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만, 제 딸과 아들이 대학교 입학할 때까지 다니고 싶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분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모두 힘내시고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경기도 군포시 정현철

willkimjeong@gmail.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2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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