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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K방역, 한층 더 빛나게!

2021년 2월호(136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2. 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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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자가격리 체험기]

 

자랑스러운 K방역, 한층 더 빛나게!

 

코로나가 창궐하는 시기에 한국을 방문하였습니다. 재작년 여름, 한국을 방문한 이후로 코로나가 터져 한국에 들어갈 엄두를 못 내었지요. 그런데 작년 말, 사장님과 연봉협상을 하다가 갑자기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이 뭐냐?”라는 질문에 저도 모르게 “한국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을 했습니다. 물론 이런 시기에 국가를 이동한다는 일이 위험할 수 있었지만, 일본에서도 재택근무가 잦아지고 있어 한국에 가더라도 업무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사장님께서도 방역이라면 한국이 일본보다 낫다며 흔쾌히 한 달의 시간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한국으로의 귀국을 통해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K방역을 체험하게 되었지요. 

 

출처 : 중앙일보


먼저,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비행기는 하루에 한 대씩 다양한 항공사들이 요일별로 맡아 운영하고 있어 쉽게 티켓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출발 전날은 오랜만에 만날 가족들과 친구들을 볼 생각에 너무 설레어서 밤잠을 설쳤습니다. 그런데 사람들로 늘 활기차고 북적거렸던 공항은 개미 한 마리 없을 정도로 썰렁했습니다. 문을 닫은지 오래된 면세점과 식당, 불빛이 꺼져있는 통로 등은 우울함 그 자체였습니다. 여기에 비행기 안은 저를 포함해 8명이 전부였습니다. 자유롭게 나라 사이를 이동할 수 있었던 때가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알게 되었지요. 

도착한 인천공항 역시 운행하지 않는 비행기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습니다. 조용한 가운데 진행된 입국절차는 약 1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았습니다. 지정된 동선을 따라 움직여야 하며 기본 건강상태 체크는 물론, 자가격리기간 동안 사용할 건강체크앱 설치를 1대1로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지요. 본인 핸드폰 확인과 동시에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어 입국한 사실을 아는지도 확인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자가격리는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3촌까지의 집에서만 가능하고(1촌이 아닐 경우 가족증명서도 필요했지요) 호텔 이용 시에는 지정된 곳에서만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정보공유에 대한 동의서 작성이 이뤄지자 바로 자가격리 지역의 보건소 공무원과 통화를 했습니다. 보건소 직원은 집까지 어떻게 이동할지를 확인한 뒤, PCR검사 일정을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가족들이 픽업하러 나오기보다 비록 시간이 걸려도 안전하게 이동하기 위해 방역 리무진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리무진을 기다리는 동안은 어디로도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렇게 철저하지 않았는데, 왜 다들 K방역이라고 칭찬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방역 리무진은 특정 도시의 중심 장소까지만 태워주고 거기서부터는 보건소에서 준비한 차(방역 택시)가 집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리고 PCR검사를 위해 보건소에 가야 하는 다음날에도 방역 택시가 집 앞으로 와, 누구와도 접촉할 수 없도록 하였지요. 검사 후 보건소에서는 매일 체크해야 할 온도계와 소독제는 물론 의료폐기용 쓰레기봉투까지 주며 쓰레기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쓰레기는 한 곳에 담도록 말이지요. 그렇게 지시를 받고 집에 돌아온 후 자가 격리 1일차 되는 날, 14일간의 식량박스가 도착해 있었습니다.(일본이었으면 한 달이 걸렸을텐데…)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속도감! 거기엔 밥과 반찬들, 물, 라면, 찌개 종류 등 다양한 음식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자가격리의 필수 활동은 하루에 3번(9시, 15시, 20시) 체온을 재고 앱에 기록한 후 담당 공무원에게 전송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체온 체크를 깜박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담당 공무원이 쏜살같이 전화를 걸어 “지금 체온 체크하세요”라고 하더군요. 5분밖에 안 지났는데 말이죠. 저를 담당하는 것 말고 다른 일도 많을텐데 확인 전화까지 해 주시니 죄송하기도 하고 놀랄 따름이었습니다. 거기다 밤늦게 이런 전화도 받았습니다. “혹시 밖에 나가셨어요? 위치가 벗어났다고 해서요.” 은근슬쩍 떠보는 전화였지요. “저 집인데요.”라고 말하는데 긴장이 되더라고요. 거짓말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 외에도 담당 공무원이 아닌 정신보건센터에서도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우울하지 않은지, 갇혀 있어 심리적으로 불편하지 않은지 물어보고는 언제든지 전화 상담이 가능하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까지 챙겨주다니… 정말 대단했죠. ‘이래서 K방역, K방역 하는구나’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많은 공무원이 정말 피곤하지 않겠나 싶더군요. 자가격리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말이죠. 이렇게 생생하게 체험한 한국의 방역시스템은 섬세하고 철저함 그 자체였습니다. 저도 모르게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 형편없는 일본의 방역시스템과 비교해 한국의 방역시스템은 국민의 생명과 편리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어 감사했습니다. 

 

출처 : 국민일보


하지만 K방역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모든 시스템이 무료라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낸 세금이기 때문이지요. 무조건 무료로 하기보다 좀 더 세심하게 맞춤형으로 했으면 어땠을까요? 예를 들어 방역 택시나 식량 박스 같은 것은 경제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비로 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그 안에서 스스로 책임 있게 방역에 동참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높은 수준의 방역시스템과 함께 국가에서 도와주기를 바라기보다 스스로 책임지는 시민의식을 함께 연습해간다면, 일석이조의 정말 제대로 된 K방역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funlead

데이터 분석가 김지혜

kim.jihye@funlead.co.jp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6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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