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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직, 샘물호스피스병원 요양보호사

2021년 2월호(136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2. 2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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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직, 
     샘물호스피스병원 요양보호사

 

안녕하세요. 
샘물호스피스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도성호입니다. 

 

자영업을 하면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때였어요. 지인의 권면으로 인생의 마지막을 편안히 갈 수 있도록 돕는 요양보호사 일을 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15년 전에 들었던 이 말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고, 앞으로 이 길이 내가 가야 할 길이라 생각되어 일을 하면서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인천 집에서 ‘샘물호스피스병원’이 있는 용인까지 버스로 2시간이나 소요되는 거리지만 힘들다는 생각보다 기쁜 마음으로 다니고 있습니다. 
이곳에 오기 전, 일반 요양원에서 2년 동안 일하며 주로 치매 어르신들을 돌보는 단순한 일을 해서 그다지 힘든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샘물호스피스병원에서는 단 하루에도 한 두분씩 임종 하시니 처음에는 내 가족, 내 부모님이 임종하신 것처럼 슬퍼 한쪽 구석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함께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한 분 한 분을 세심하게 돌보다 보면 내 가족을 대하는 마음이 될 수밖에 없거든요. 무엇보다 샘물호스피스병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들은 본인이 담당한 병실이 아니어도 도움을 요청하면 한 분도 거절하지 않고 기꺼이 도와드립니다. 희생과 헌신으로 일하는 요양보호사님들이 그만큼 많이 계신 것이죠. 의사, 간호사, 요양보호사 모두가 환자를 내 가족처럼 돌본다는 게 다른 요양병원과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일 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안타까운 일로 기억되는 분이 있습니다. 입원한 지 2박 3일 만에 임종하신 분이었어요. 젊은 시절에 방황하는 삶을 살다가 최근 마음을 새롭게 먹고 잘 살아보려는 가운데 암으로 힘들어 샘물호스피스요양병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들어온 지 3일 만에 임종하셨어요.


누구나 한 번은 죽음을 맞이합니다. 죽음 앞에서 사람들은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좋으냐는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 옛날 헬라제국을 거의 통일하다시피 한 시저가 죽으면서 “내 관에서 빈손을 밖으로 꺼내어 모든 사람이 보게 하라”고 유언을 하였다고 합니다. 이곳에 오신 분들은 거의 자신의 임종을 예견한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는 인생임을 깨닫고 겸손한 마음을 갖는 것이 죽음의 마지막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작년 말, 한 분의 임종을 접하면서 50세 중반인 저는 이 일을 힘닿는 데까지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이곳에는 75세인 남자 요양보호사가 성실히 일하고 계신데요, 무거운 식판 캐리어를 먼저 끌어온다든지, 환우 목욕을 땀을 뻘뻘 흘리면서 25분씩 정성껏 씻겨주는 모습은 요양보호사 막내인 저로서는 정말 본받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이 일이 마음만으로 롱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몸 관리를 특별히 하고 있습니다. 쉬는 날이면 청량산 뒷산을 오르기도 하고, 스쿼트와 바벨(8kg)을 매일 50~100회씩 하며 체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일을 20년 더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샘물호스피스병원 요양보호사 도성호

0400onm@naver.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6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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