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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외모에도 관심을 가져볼까?

2021년 2월호(136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2. 28.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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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외모에도 관심을 
가져볼까?

 

“친구의 얼굴에 생긴 주름이 귀여워!” 
어느 때부터인지 친구들과 만나면 얼굴에 생긴 주름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됩니다. 모두들 자신의 얼굴에 생긴 주름을 어찌할 수 없어 거부하고 있는데, 어릴 적 시골 친구는 주름을 귀엽다는 단어로 표현을 했습니다. 친구의 얼굴에 생겨난 주름이 단지 주름으로만 보이지 않는 것은, 살아오느라 고생한 흔적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겠지요. 얼굴의 주름은 삶의 훈장이라고 말하는 것이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합니다. 웬만하면 자연스러운 것, 촌스러운 것을 좋아해서 자칭, 타칭 자연주의자이지요. 외모를 가꾸는 일에도 인색할 정도로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늙어가는 것을 가장 먼저 나타내 주는 것이 얼굴이지만 얼굴을 가꾸는 일에도 무관심 했고요. 얼굴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조금씩 변할 것은 예상했지만, 젊었을 때의 모습을 어느 정도는 그대로 유지해 준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학창시절 친구들은 내 이마가 예쁘다고 하면서 이마를 다 드러내는게 좋겠다고 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두발 자율화로 머리카락을 자유롭게 기를 수 있었기에 머리 가운데에 가르마를 타서 양쪽으로 나누고 머리카락을 조금만 살짝 찝어 올려 핀을 꽂았지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인 비비안리의 머리카락 스타일과 비슷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때 제 별명은 비비안리였답니다.(웃음) 그런데 비비안리를 닮았던 그 때의 그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마에 주름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가로로 긴 주름이 몇 개나 움푹 패여 앞의 머리카락으로 이마에 생긴 주름을 숨겨야할 지경입니다. 이마에 생긴 주름뿐만이 아닙니다. 입가에도 팔자 주름이 있고, 입술 주변에도 세로로 가는 주름이 패여 있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 일이 어느 순간부터 두려워졌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는 잔잔한 미소를 짓는 것이 좋은데 이렇게 미소를 지어도, 저렇게 미소를 지어도 눈가의 주름은 물론 입가의 주름까지 생겨서 웃는 것도 망설여지고요. 그러다보니 때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화가 난 듯한 표정이 되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아무리 얼굴에 신경을 좀 쓰라는 이야기를 해도 무슨 배짱인지 이렇게 얼굴의 늙어감을 방치하고 살아왔네요.


사람을 처음 만나게 되면 외모부터 보게 됩니다. 아무리 내면에 깊은 것이 숨어 있더라도 그것을 알아주는 것은 시간도 걸리고 쉽사리 그 깊이를 알 수가 없는 일이지요. 요즘처럼 바쁜 시대에는 깊은 사귐을 할 수 없기에 더욱 그러한 것 같습니다. 서로의 겉모습을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하기가 쉽기 때문에 외모가 더 우선시 되는지도 모르겠고요. 우리나라 사람은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일에도 가장 열심이고, 다른 사람의 얼굴에 유난히 관심이 많습니다. 다행히 주변에 외모의 늙어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살아가겠노라는 부류의 사람들이 많아 저도 외모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지내왔습니다. 주름진 얼굴에 은발 머리를 휘날리면서 그 나름의 멋으로 잘 살아가는 사람도 더러 있는 것을 봅니다. 나도 머리카락이 희어지면 멋진 은발 그대로 살거라고 생각해 왔고요. 아직까지 흰 머리카락이 많지는 않지만, 얼굴에 생긴 주름과 검은 잡티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늙어가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려는 용기를 좋게 보아 주는 너그러움이 전혀 없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조금씩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늙어가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뭘 그리 늙음을 거부하려고 해?”라고 큰 소리를 쳐 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말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외모를 예쁘게 꾸미고 겉모습이 단정해야 나 자신부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두렵지 않고,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신감이 생기는 듯 합니다. 주름을 귀엽다고 하면서 늙어감에 대해 무관심할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가고요. 


“외모가 실력”이라는 말이 있었다고요? 그 말을 나는 왜 여태 몰랐을까요? 하지만 결코 외모지상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면의 인격과 외모를 적절히 균형을 이루면서 살아가는 지혜로운 삶을 살아야 함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혜화동 유진하우스 김영연 대표

yykim65@daum.net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6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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