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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흑백 소득 격차, 조지 플로이드 사태, 그리고 미국의 미래에 대한 놀라운 예측

2021년 2월호(136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3. 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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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좀 더 알아봅시다 3]

 

미국 흑백 소득 격차, 조지 플로이드 사태, 
그리고 미국의 미래에 대한 놀라운 예측

 

지난해 Black Lives Matter(BLM) 라는 시위가 미국에서 일어나 유럽으로까지 번져 나간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시애틀에서는 BLM 시위대가 거리를 점령해 해방구를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시위대는 이 해방구 CHAZ(Capitol Hill Autonomous Zone)에서 CHOP(Capitol Hill Organized Protests)라고 부르다가, 아예 차즈인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CHAZ)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시위에 불을 붙인 것은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이지만, 미국 사회의 경제적 격차에 대한 분노가 연료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BLM 시위는 2013년에 이미 시작되었는데, 시위대의 요구 사항들이 책자로 만들어졌습니다. ‘경찰이 흑인을 차별하지 말라’가 가장 앞에 나오지만, 그 뒤로는 대부분 경제적 요구입니다. 백인의 차별과 착취 때문에 흑인들이 가난하니, 이에 대해 보상하라, 모든 흑인에게 소득과 주거, 의료, 교육을 보장하라는 등의 내용이 있습니다. 여기에 더 나아가 재산의 공유화, 자유무역협정의 폐기와 같은 요구 사항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흑백갈등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미국 내 흑백 경제적 격차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더불어 아시아, 히스패닉을 비롯한 여러 인종 별 소득 격차도 곁들여서 살펴보겠습니다. 


흑백 간의 1인당 소득 격차부터 살펴보자면 아래의 그래프와 같습니다. 2018년 기준으로 미국 백인의 1인당 소득은 42,700달러이고, 흑인의 평균소득은 24,700달러입니다. 흑인 소득이 백인 소득의 58%에 불과하니 상당한 격차가 존재합니다. (다음 도표의 K는 kilo, 즉 1,000을 뜻합니다.)


그런데 재산 격차에 비하면 이 소득 격차는 오히려 양호한 편입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자료에 따르면 백인 가구의 평균 재산은 10만 2천 달러인데 반해, 흑인 가구의 평균 재산은 6천 달러, 즉 백인의 6%에 불과합니다. 미국 흑인은 재산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수치인데, 이는 저축이 거의 없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런 격차는 미국 내 모든 소수민족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까요? 아니면 흑인에게만 국한될까요? 미국의 통계청인 센서스 뷰로가 2015년 인종별 소득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백인 소득이 3.2만 달러이고 미국 흑인이 2.0만 달러였습니다. 중남미계 즉 히스패닉은 1.7만 달러로 흑인보다도 낮았습니다. 그런데요, 놀랍게도 아시아계 미국인은 3.4만 달러로 백인보다 오히려 소득이 더 높습니다.


아시안 중에서는 인도계가 5.5만 달러로 가장 높고, 한국계는 3.1만 달러로 백인과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계도 눈에 띄는 게, 이들은 같은 흑인이라도 소득은 4.3만 달러로 백인보다도 훨씬 더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흑인이 차별을 받아서 소득이 낮은 거라 단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피부색에 대한 차별이 있다면 에티오피아계도 똑같이 당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에티오피아 사람은 영어도 잘하지 못해 더 불리했을 텐데 말이죠.


아시아계의 높은 소득은 높은 학력 때문이라는 설명이 유력한데 실제 그러합니다.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자 비율에서 아시아계는 56.4%로 모든 인종 중 가장 높은데, 인도계는 특히 학력이 높습니다. 흑인은 25.2%, 백인은 35.2%인 것을 보면, 결국 학력이 소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흑인의 경우 학력과 소득의 관계는 다른 인종에 비해 상당히 차이가 납니다. 학사 이상 학력자의 인종 별 임금 액수를 비교하는 위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같은 대졸자라도 아시아계와 흑인의 임금 차이는 엄청납니다. 백인 남자가 시간당 32달러인데, 아시아계 남자는 35달러이고, 흑인은 25달러, 히스패닉은 26달러입니다. 여성의 경우도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저는 이것이 각 인종의 생산성, 또 일을 대하는 태도를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월급 주는 사람은 외형적 학력이 아니라, 결국 얼마나 좋은 성과를 내는가에 따라 임금을 지불할 테니 말입니다.
학력과 재산의 관계도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데모스와 브랜다이스 대학의 IASP 이라는 연구소의 공동연구 자료에 흥미로운 자료가 나오는데요. 2013년 현재 대학 재학 이상 백인의 재산은 79,600달러인데, 같은 학력의 흑인 재산은 11,100달러에 불과합니다. 고졸 이하 백인의 재산보다 대학 이상 흑인의 재산이 더 적습니다. 참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지요. 


저는 이것을 보면서 아프리카의 현상이 떠올랐습니다. 사람들은 ‘아프리카 사람들은 왜 가난한가? 교육을 못 받아서 그렇다. 그러니까 학교를 지어주고 교육을 하자’라고 하면서, 아프리카 나라들에 많은 교육 지원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월드뱅크 이코노미스트인 윌리엄 이스털리라는 사람이《성장, 그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책에서 밝힌 내용인데요. 1960년에서 1985년 사이 아프리카 나라들의 교육자본 성장률은 4% 이상이었는데, 경제성장률은 0.5%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동아시아국가들의 교육자본 성장률은 3%에도 못 미치는데, 경제는 4%를 넘는 성장률을 기록합니다. 교육에 투자한다고 무조건 소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중요한 것은 생산성입니다. 아프리카 사람들도, 미국 흑인들도, 교육이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BLM 시위대가 요구하는 대로, 재산의 분배나 교육, 의료에 대한 지원 등이 늘어난다고 해도, 흑인의 소득과 재산 격차가 크게 줄어들 거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 10년 전인 2010년, 코네티컷 대학의 ‘피터 터친’ 교수가 유명과학잡지 Nature에 놀라운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20년간 미국의 소요사태와 위기에 관해 연구한 분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100명 이상이 참가한 미국 내 시위사태를 분석해서 정치 스트레스 지수라는 것을 개발했습니다. 이 그래프에서 빨간색이 정치 스트레스 지수를 보여줍니다. 1840년부터 이 지수가 폭발적으로 높아졌는데 결국 1861년에 남북전쟁이 터졌습니다. 이 지수는 2000년부터 또다시 급격히 높아져 왔습니다. 터친 교수는 이 논문에서 2020년경 커다란 소유사태가 일어난다고 예측했습니다. 터친 교수는 이 정치 스트레스가 내전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도 예측을 했습니다.


지난해 BLM 시위와 올해 초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는 트럼프 추종 세력들의 저항이 그 도화선이 될지 알 수 없지만, 미국에서 흑백갈등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미국 사태는 미국 내 한인교포뿐만 아니라, 한국과 세계 경제,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참 신경 쓸 것이 많은 시대입니다. 

 

<참고자료>
1) BLM 운동 요구 사항 모음 

neweconomy.net/resources/vision-black-lives-policy-demands-black-power-freedom-and-justice

2) BLM 운동에 대한 미국인 대상 여론 조사 
Amid Protests, Majorities Across Racial and Ethnic Groups Express Support for the Black Lives Matter Movement - Pew Research Center, BY KIM PARKER, JULIANA MENASCE HOROWITZ AND MONICA ANDERSON
3) 미국내 인종 별 1인당 소득
List of ethnic groups in the United States by per capita income - From Wikipedia
4) The Asset Value of Whiteness: Understanding the Racial Wealth Gap
5) Turchin 교수의 Nature 지 논문. 
Political instability may be a contributor in the coming decade

 

 

김정호 (서강대 겸임교수,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6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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