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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에 빠진 아이들

2021년 2월호(136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3. 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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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뇌과학/심리학 이야기 4]

 

도박에 빠진
아/이/들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을 늘 분신처럼 지니고 다니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폰삼매경에 빠져듭니다. 날렵하게 아래위로 움직이는 손가락에 눈 깜짝할 사이 수십 페이지가 휙휙 지나가며 그 짧은 시간동안 내용들을 머릿속에 정리해 넣습니다. 그러다 좀 전에 친구들과 대화하던 채팅창을 띄워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독수리 신공을 펼치며, 옆에서 곁눈질을 해도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막 쏟아내기 시작하지요. 답장이 오기도 전에 좋아하는 연예인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새롭게 올라온 사진이 없나 이리저리 구경하다 하트를 누르고 댓글도 짬짬이 달아줍니다. 그리곤 최근에 보지 못했던 드라마를 정주행하기로 마음먹고 어떤 것을 볼까 순위를 살펴봅니다.’
SNS가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 청년들(청소년들)을 탓할 문제가 아닙니다. 소셜서비스(유튜브,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등)에 이들이 왜 이렇게 중독이 될까를 먼저 질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만 사니까 청춘이다?
SNS를 사용하는 청년들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소셜서비스 자체가 중독을 유발하기 위한 서비스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중독을 야기하는 기능들이 곳곳에 숨어있고 우리의 심리와 뇌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어 우리는 쉽게 자각하지 못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나 페이스북 혹은 뉴스를 볼 때 탭의 상단을 끌어당겼다 놓으면, 아이콘이 빙글빙글 돌아간 뒤, 잠시 후 다른 내용의 컨텐츠가 새롭게 나오는 기능을 아시지요? 굉장히 직관적이고 친근한 기능이라 저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기능이 사용자로 하여금 중독을 유발시킨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런 행동은 사실 카지노의 슬롯머신을 모방한 기능입니다.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슬롯머신 속 화면의 다양한 모양들이 무작위로 돌아가다 새로운 조합이 나타나는데, 꽝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기대에는 못 미치더라도 종종 같은 모양들이 나오면 일정 금액의 보상을 받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보상을 한 번 경험하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소위 ‘잭팟’이 터질 거라는 환상을 가지게 되고 연신 코인을 넣고 손잡이를 당기는 중독적 행위를 하게 됩니다. 코인이 바닥날 때까지 말입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손가락 갱신기능’을 사용할 때 우리는 내가 원하는 새로운 내용이 뿅! 하고 나와주기를 기대합니다. 슬롯머신은 ‘꽝’이라도 있지만, 소셜미디어는 ‘꽝’이 없는 그래도 평소 내가 관심을 보였던 내용과 유사한 컨텐츠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마치 작은 보상을 받은 듯 느끼게 해, 제공되는 정보를 주는 대로 덥썩덥썩 삼키게 되지요. 더 큰 보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응하는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에서는‘가확실적 효과’라고 합니다. 즉, ‘100% 당첨’이라는 광고문구도 이 효과와 관련이 있는 말이지요.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실행할 때마다 우리에게 보여주는 내용이 매번 바뀌는데, 오랫동안 실행하고 있으면 그 주기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용자가 직접 갱신기능을 이용해서 내용을 갱신하도록 유도하는데, 이것을 심리학적 용어로 ‘간헐적 보상효과’라고 합니다. 한 실험에서 쥐에게 버튼을 누르면 규칙적으로 보상이 주어지도록 훈련한 다음, 그 규칙을 없애고 간헐적으로 보상이 주어지게 되었을 때, 쥐는 연신 버튼만 눌러내는 행동을 합니다. 쥐만 그런 게 아니라 거의 모든 동물은 이런 불확실한 보상효과에 아주 크게 반응하는 것이 실험으로 증명된 바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업체들은 최고의 인공지능 인재들을 모아다가 그동안 SNS를 사용하며 내가 보여왔던 행동들(좋아요, 댓글, 채팅, 선호하는 물건/컨텐츠, 친한 사람, 취미, 기호, 구매 등)의 일거수일투족의 데이터를 있는대로 긁어모아서는 머신러닝으로 학습을 시킵니다. 그리고는 사용자가 소셜미디어에서 어떤 행동을 할 때에 그 맥락에 가장 적합한 컨텐츠가 자동적으로 제공되도록 인공지능 추천 알고리즘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업그레이드합니다. 여기에다 우리 뇌가 너무도 좋아하는 ‘보상’이란 매커니즘을 게임의 요소를 가미한(게임화, Gamification) 기능들을 서비스 곳곳에 넣어두어 사용자들이 보상을 쫓아다니며 시간을 잊어버리도록 유도합니다. 우리의 청년들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SNS라는 결과물을 아주 친근함을 가지고 무비판적으로 사용하며 맘껏 즐기는 것이지요. 
이런 서비스를 비판적 사고 없이 사용만하는 청년들이 소셜미디어에 중독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특히 청년들은 이게 중독인줄도 모르고, 인생에 있어서 황금같은 시기를 여기에 퐁 빠져 정신없이 시간을 써버립니다. 
청년 여러분, 오늘만 사는 자처럼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는 게 청춘의 특권일가요?


SNS는 도박보다 심각한 도박
도박은 물질적인 돈(자산) 뿐 아니라 시간, 그리고 가족에게 부정적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는 위험과 마약과 같은 중독증상 때문에 패가망신한 사례를 종종 보아 와서 대부분 나쁘다라는 인식은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년들이 SNS를 하며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인식이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청년이 가진 자산은 자신의 몸뚱아리와 시간이 거의 전부인데, 특히나 청춘이란 시간은 인생에서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것이고, 무엇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것을 아무런 조건이나 대가없이 받았지만 그것을 귀하게 생각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이 도박으로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을 상실하는 것과 비교한다면 뭐가 다를까요. 아니 오히려 도박보다 더 심각한 도박이라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있다고요? 꿈 깨시죠!
지금의 Z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문명을 피부로 직접 경험하면서 자랐습니다. 그래서 다른 세대보다 디지털 문화와 더욱 친숙하지요. 하지만 이들에게는 SNS와 같은 디지털 서비스가 중독수준의 일상생활이 되어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만나서 대화하기보다 톡을 주고받으며 소통하는 것이 더 편하고, 수많은 컨텐츠를 빠르게 스캔하고, 이곳저곳에서 쉽게 정보를 찾아다니는데 익숙하기 때문에, 그만큼 쉽게 유혹에 빠지기도 하지요.
우리는 스스로 이런 중독적 행동을 통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독이 얼마나 심각한지도 모른 체 말입니다. 소위‘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지요. 이런 것을 심리학에서는 ‘절제편향 효과’라고 합니다. 자신의 절제력을 과대평가하고 충동적 욕구를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어처구니없이 상황에 굴복하게 되는 경향입니다. 물론 일회성의 행동은 이성적인 판단이나 의지로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만들어진 나쁜 습관적 행위는 뇌에서 무의식중에 일어나기 때문에 의지나 합리적인 판단으로는 극복하기 대단히 어렵습니다.


SNS 앱을 지우는 게 최선일까요?
나를 중독시키는 SNS에서 벗어나는 첫 번째 방법은 일명 ‘36계 줄행랑’입니다. 말 그대로 상황을 피하는 것이지요. 무의식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핸드폰에 설치되어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삭제하거나 앱의 알림을 끄는 것이 방법일 수 있습니다. 알람을 꺼두기만 해도 알람이 울릴 때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유혹에 빠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겠지요. 그리고 시간을 정해놓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목적을 정해놓고 사용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충동구매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장을 보러 가기 전에 장보기 목록을 적어서 가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궁극적인 대안이 되지 못합니다. 사회심리학에서 부정적인 행동은 긍정적인 행동보다 4배나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나쁜 습관을 없애기 위해서는 4배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장 궁극적인 대안은 새로운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습관을 하지 않기 위한 노력보다 훨씬 쉽고 성공적인 방법입니다. 그럼 그런 좋은 습관을 어떻게 만드냐구요? 제가 비법을 알려드리지요! 
심리학자 웬디 우드가 쓴 《HABIT》이라는 책에서 소개하는 좋은 습관을 만드는 5단계는 이렇습니다.


저의 예를 한 번 들어볼게요. 저는 SNS에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탁월한 체력을 길러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그런 몸과 정신력을 기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먼저, 올해 8월말에 혼자서 자전거로 전국국토종주여행의 목표를 세우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 나 자신에 대한 동기를 부여합니다.(상황 재배열하기) 그리고, 날씨가 핑계가 되어 훈련하지 않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실내에 스마트롤러 장비를 구비해 언제든 실내자전거 훈련을 할 수 있는 만발의 준비를 했습니다.(마찰력 줄이기) 아침 6시에 기상하자마자 따뜻한 차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부드럽게 한 다음, 1시간 동안 실내 자전거 훈련을 진행합니다. 훈련을 완료하면 오늘도 목표를 완수했다는 의미의 동그라미를 달력에 표시합니다.(나만의 신호 만들기) 훈련을 마치고, 따듯한 샤워와 맛있는 음식으로 오늘도 해냈다는 뿌듯함과 몸이 건강해짐에 대한 감사함을 가집니다.(즉각적인 보상하기) 마지막으로 8월이 되기 전에 주위로부터‘괴물체력’이란 칭찬을 들을 날을 고대하며 매일매일 이 과정을 반복하는 겁니다.(반복하기)
소는 잃으면 돈을 빌려서라도 다시 사면되고, 외양간은 고치면 되지만, 여러분의 청춘은 빌릴 수도 돈으로 살 수도 없습니다. 누구나 차별없이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고요. 그 청춘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각자의 몫이고 각자의 책임입니다. 그렇게 보낸 청춘의 시간이 우리 각자의 인생을 결정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실 건가요?

 

청소년 뇌과학연구소 연구원 한수정

hansujeong0112@gmail.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6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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