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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딴 지 3일 된 왕초보 277km 여정기

2021년 9월호(14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9. 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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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딴 지 3일 된 왕초보
277km 여정기

 

작년 겨울, 드디어 운전면허를 딸 수 있는 나이가 되어 호기심과 열정으로 첫 번째 관문인 필기시험을 신청했습니다. 며칠 동안 꾸준히 공부해 시험은 통과했지만, 두 번째 장내기능, 세 번째 도로주행 관문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해 그대로 내버려둔 채 3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났죠. 그러다 문득 더 이상 늦으면 작게나마 마음속에 남아있던 열정의 불씨마저 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여름이 가기 전에 면허를 따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독학으로 나머지 시험까지 해보려 했지만, 시간 소비 면에서 학원을 다니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비용과 학원 위치를 고려해 일반 자동차 학원이 아닌 운전 시뮬레이션 학원을 선택해 두 번째 관문인 장내기능 시험까지 통과하게 되었죠. 그래도 엑셀을 밟으면 앞으로 가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멈춘다는 것 외에 차에 대해 전혀 모르던 제가 한 번에 시험을 합격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 자신감으로 연달아 마지막 시험을 준비했죠.

하지만 속도 유지와 차간 간격 유지를 제대로 하지 못해 결국 세 번째 관문인 도로주행시험에서 불합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실제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느낄 수 있는 차에 대한 감각 즉, 엑셀과 브레이크를 어떻게 밟아야 급출발, 급정지를 하지 않을 수 있고, 속도유지가 되는지, 차간 간격은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등이 부족했던 것이죠. 그래서 불합격 후 이모와 삼촌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연습 전날 일일보험을 미리 들어놓은 후 이모, 삼촌의 출근 준비 때문에 주로 새벽 5시에 나가 2시간 정도 실제 시험코스를 돌았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차량신호가 제대로 켜져 있지 않고 노란불만 깜빡깜빡 거리는 신호가 몇 있어서 더 꼼꼼히 교통상황을 살피며 운전해야 했고, 갓길에 차가 빽빽이 세워져있어 2차선 도로도 1차선 밖에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리고 낮 연습 때에는 많은 차들과 함께 속도를 맞추어가면서 내가 가는 속도 뿐 아니라, 주변 상황도 같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확실히 느끼게 되었죠.

도로주행 운전면허 시험당일, 이미 응시표에 찍혀있는 빨간 불합격 도장을 보면서 마음을 다시 다잡으며 시험장으로 출발했습니다. 매일 저녁 자기 전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연습한 것처럼 시험을 보기 전까지 계속 생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다보니 금방 제 차례가 왔죠. 결과는 100점으로 합격! 지금까지 목숨을 걸고 저를 도와주셨던 이모, 삼촌의 노하우와 항상 실전처럼 집중하며 도착지점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열심히 연습한 대가였습니다. 합격도장을 받고 운전면허시험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험관님이“운전연습 많이 했죠? 많이 연습한 티가 나요.”라는 말을 해주니 저도 모르게 약간 울컥해서“네! 많이 열심히 했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얼마나 심장이 뛰던지 마음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면허증을 발급받으러 폴짝폴짝 뛰어갔습니다. 하지만 최신 사진이 필요해 바로 발급받지 못하고 다음날 아침, 사진관에서 새로 사진을 찍고 오후에 운전면허를 발급받아 드디어 운전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운전면허를 받은 그 주 주말, 아빠의 일을 도우러 강원도 평창에 가게 되었습니다. 면허를 따고 바로 운전을 해야 감을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말에 기회는 이때다 생각이 들어 고속도로 운전을 제가 하기로 했죠. 그렇게 고속도로의 첫 용인휴게소에서 운전대를 넘겨받기로 하고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인 감정을 한껏 느끼면서 휴게소에 도착하기를 기다렸습니다. 휴게소 5km앞! 조금 있으니 드디어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운전석에 앉아 의자의 위치, 사이드미러, 백미러를 제 몸에 맞게 조절한 후, 시동을 거는 순간 내가 과연 속도를 낼 수 있을까? 두려움이 확 몰려왔습니다. 지금까지 최고 속도를 내본 것이 60km이었고 이 속도도 내가 조절할 수 없을 것 같이 빠르게 느껴졌는데 과연 내가 100km이상의 속도로 달릴 수 있을까 말이죠. 하지만 두렵다고 어떤 다른 방법이 있나요?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고 속도를 내기 위해 엑셀을 밟기 시작했습니다. 우우우우우웅~~ 그렇게 밟으며 뒤에서 달려오는 차의 속도에 맞춰 고속도로 진입에 성공했을 때의 기쁨과 톨게이트 하이패스 구간을 처음 통과했을 때의 짜릿함은 계속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속도유지를 하면서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운전하는 것 그리고 차선이 자꾸 치우쳐져 차선을 잘 맞추어서 달리는 것을 신경 쓰며 열심히 달렸더니, 긴장은 하고 있지만 두려움이 차 속도와 함께 쌩하니 날아가 버렸죠. 속도도 120km까지 충분히 내보아서 돌아오는 길에 잠깐씩 정체되는 구간에 속도가 줄어들다보니 확실히 60km가 느리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갈 때 113km, 돌아올 때 164km, 총 277km의 운전을 했습니다. 운전면허를 딴 지 3일 만에 이렇게 운전을 했다는 것이 아직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운전할 땐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몰랐는데, 뒤늦게 몸살이 난 것 마냥 온 몸 특히 어깨와 종아리가 쑤시고, 종아리를 주무르면서 저는 이 여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또 어딜 가볼까 설레는 마음으로 말이죠.

 

경기도 군포시 한수정
hansujeong0112@gmail.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3>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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