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33년, 오롯이 한 메뉴에만 올인한 전주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 ‘유대성’ 대표

2021년 9월호(14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9. 2. 05:40

본문

[편집장 김미경이 만난 사람]

 

33년, 오롯이 한 메뉴에만 올인한
전주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 ‘유대성’ 대표

 

남다른 어린 시절
저는 어렸을 때 별명이 장군이었어요. 남자아이들보다 이마가 시원하게 나왔고, 목소리가 지금도 활기차지만, 워낙 남자처럼 컸죠. 게다가 이름까지 큰 대(大)자에 이룰 성(成)으로 ‘유대성’이니 남자로 가끔 오해받기도 했습니다. 저희 어머님은 이런 저를 보고 여자 목회자가 되기를 바라셨지요. 이름 때문인지, 아담한 체구에도 힘이 좋았던 저는 중학교 때부터 공부보다는 운동을 좋아해 검도를 배웠습니다. 검력이 남달라서 남자들도 저에게 함부로 하지 못했죠. 최근까지도 손님이 없는 오후 4시면 검도복으로 갈아입고 검도장을 걸어 다녔어요. 그때마다 사람들이 저를 신기하고 재밌게 바라보곤 하지요. 이렇게 꾸준히 운동하면서 저도 모르게 정신력과 의지가 단련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 힘으로 ‘전주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이하 왱이집)을 33년째 운영해온 것 같습니다.

 

 

보증금 200만원, 월세 12만원으로 시작
33년 전, 이곳에 터를 잡고 문을 열 때 매번 아침에 일어나 ‘오늘을 잘할 수 있을까?’,‘과연 버텨 낼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메뉴를 뭐로 할까 하다, 태생적으로 복잡한 걸 싫어하는 저는 가장 단순하게 콩나물국밥을 메뉴로 정했습니다. 특별한 손재주가 없으니, 콩나물국밥에 깍두기로 승부를 내면 되겠다 싶었죠. 그리고 결정한 건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성격이라, 보증금 200만원, 월세 12만원에 가게 문을 열었습니다. 중요한 건 맛인데, 왱이집 콩나물국밥 한 그릇엔 전주 만경강 상류의 맑은 물이 담겨 있어요. 이 깨끗한 물로 33년 동안 한결같이 키워낸 콩나물을 사용하니, 맛이 좋을 수밖에 없지요. 세월이 흘러 지금은 왱이집 규모가 커졌어요. 본점, 신점, 주차장까지 합쳐 1400여 평이나 됩니다. 

 


‘왱이’의 의미
손님들은 ‘왱이’가 무슨 뜻인가 무척 궁금해합니다. 벌이 한꺼번에 많이 모여들 때 ‘왱~’하고 소리가 나지 않습니까? 단순합니다. 한 마디로 손님들이 벌떼처럼 많이 모여들라는 의미에서 이 단어를 넣은 것이죠. 그리고 ‘왱이’하니 이 단어에 둥글둥글 동그라미가 많아 읽는 재미도 있잖아요.(웃음) 지금이야 코로나로 손님들이 많이 줄었지만, 33년 동안 끓여낸 콩나물국밥만 해도 엄청날 겁니다. 그만큼 손님도 많았고요. 그래서 상호를 잘 지었다는 칭찬을 많이 듣습니다. 현재 왱이를 비롯해 엥이, 욍이, 웽이, 앵이, 왕이까지 다양한 이름이 특허청에 고유 상표로 등록되어 있답니다.

왱이집의 특별함
저는 왱이집만이 전주 최고의 콩나물국밥집이라고 자부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굳이 이야기한다면, 저희 콩나물국밥은 전주 남부시장 토렴식(뜨거운 국물에 여러 번 헹구어 내는 방식)이라 펄펄 끓여서 나오지 않아요. 그래서 적당히 뜨거워 콩나물의 아삭한 식감이 제일 먼저 느껴지죠. 그리고 밑에 깔린 통통한 밥알과 고명으로 얹은 오징어는 씹는 맛이 좋습니다. 간이 세지 않고 대파와 고춧가루가 어우러진 국물은 얼큰하게 속풀이로 그만이죠. 무엇보다 전주식 콩나물국밥의 특징 중 하나는 애피타이저 격인 수란과 김이라 할 수 있죠. 수란을 국밥에 바로 넣어 먹으면 국물이 탁해지니, 먼저 수란에 국물을 서너 숟갈 넣고 김을 잘게 부수어 먹으면 좋습니다. 어떤 외국 손님은 콩나물만 들었는데 왜 이리 맛있느냐고 묻기도 하는데, 별다른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아도 감칠맛이 나는 것은 양질의 멸치와 다시마, 미역 등으로 24시간 끓여내는 가마솥 육수 맛에 있습니다. (본점 입구에 ‘손님이 주무시는 시간에도 육수는 끓고 있습니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왱이집 콩나물국밥 한 상에는 계절의 맛이 담겨 있어요. 햇무와 묵은 무가 다르고, 가을배추와 묵은 배추가 다르거든요. 그날 재료를 그날 다 소진하다 보니, 매일 우리 땅에서 키운 신선한 재료들로 새로 음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원재료가 모두 신선하니 그게 고스란히 음식의 맛으로 연결되는 거죠. 저의 지론 중의 하나는 ‘음식을 주인이 직접 관리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입니다. 그래서 프랜차이즈도 하지 않고 있지요. 

 


고향에 못 간, 단 한 명의 손님을 위해 불을 밝히다  
다른 잘되는 식당들처럼 저희 가게에도 단골손님이 많습니다. 대부분 가족 단위로, 지역 손님과 외부손님의 비율은 반반인 것 같아요. 명절 때 의외로 손님이 많은데 고향을 못 간, 단 한 명의 손님이라도 멀리서 불빛을 보고 찾아오라고 불을 밝혀둡니다. 33년 동안 다녀간 손님들을 다 헤아릴 수 없지만, 기억나는 손님이 있어요. 해마다 명절 때면 아들과 며느리, 손자까지 삼대가 같이 저희 가게를 찾으시는 여든이 넘으신 할머니가 계셨어요. 거동이 불편하실 때까지 찾아오시기에 콩나물과 저희가 직접 만든 모주를 챙겨드리곤 했는데, 댁에 가실 때마다. “올해가 마지막일지 몰라. 사장! 잘 있어”라고 말씀하시곤 하셨죠. 그러다 어느 날은 손자와 일행만 왔더라고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거였어요. 왱이집에 있으면서 참 많은 가족 손님을 만나게 됩니다. 아이를 업고 오는 젊은 엄마, 연로하신 어머니를 업고 오는 아들… 이걸 지켜보는 게 제 보람이자 사람 사는 낙이구나 싶어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피로회복제 
“잘 먹고 갑니다!” 왱이집에 있는 저와 직원들은 손님들의 이 한마디에 피로가 싹 풀립니다. 하지만 외식업이 늘 훈훈하기만 한 건 아닙니다. 모름지기 음식 맛이란 그날 손님들의 기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거든요. 언젠가 단골손님이 식사하고 가시면서 “주차장이 넓어지더니 콩나물국밥 맛이 달라졌네”하시더군요. 무척 속상했지만, 한편으론 이럴 때 더욱 마음을 다잡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직원들과 함께한 왱이의 역사
직원 때문에 속상한 적도 많지 않느냐며 종종 묻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단언컨대 직원들 때문에 속상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정말요?) 33년 근무하고 있는 저희 주방장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죠. 다른 직원들도 거의 28~30년 이상 되었고, 33년 동안 4명이 이직했는데, 다 잘 되어 본인의 길을 찾아갔습니다. 현재는 평일에 10명, 주말에는 20명 근무하고 있어요. 왱이의 역사는 직원들과 함께한 역사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직원들 한 명 한 명을 생각하면 눈물이 먼저 납니다.(인터뷰 중 눈가가 촉촉해짐) 그동안 측은지심으로 서로를 아껴주다 보니 이제는 서로를 떠날 수 없는 사이가 된 것 같습니다.

 

고마운 직원들과 함께

 

주인에게 사랑받지 못한 직원,  손님에게도 사랑 못 준다
지금까지 직원들 임금은 밀린 적이 없어요. 어떠한 경우라도 직원 월급이 첫 번째라고 생각하거든요. 아침 7시 조회시간이면 저는 직원들이 각자의 집에서 어떤 감정으로 왔는지 먼저 눈빛을 살핍니다. ‘가정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을까?’,‘가족 중에 누군가 아팠을까?’하면서, “오늘 다들 별일 없는 거죠?”라고 인사를 하죠. 그리고 퇴근할 때는 “내일도 별일이 없기 바래요~” 이렇게 인사를 건네곤 합니다. “손님에게 잘해라”,“어떻게 해라” 단 한마디도 말해 본 적이 없어요. 직원들 간식은 아침마다 항상 가득가득 챙겨 놓는데, 여름이면 수박, 아이스크림, 사이다, 생수, 비타민C에 나이 드신 분들이 많으니 소화제도 꼭 챙겨 놓죠. 또 직원들이 사용하는 고무장갑, 수세미 같은 소비 물품은 눈치 보지 않고 얼마든지 사용해도 표시가 나지 않게 산더미처럼 쌓아둡니다. 직원들도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며 일하는 훌륭한 분인 만큼, ‘저런 직원들을 어디서 만날까’라고 생각하며 하나라도 더 챙기려 합니다.

직원들을 위해 우리 가족이 지켜야 할 것
저는 자녀들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가게 냉장고의 음식은 절대 손대지 마라”,“직원들에게 식사 챙겨 달라 하지 마라”고 가르쳤습니다. 또 중요한 직원들의 애경사는 온 식구가 가야 한다는 걸 초등학교 때부터 이야기했죠. 무엇보다 친인척은 단 한 명도 직원으로 고용하지 않았어요. 직원들이 친인척의 눈치를 보지 않도록 말이죠. 그리고 저는 직원들과 식사를 같이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직원들에게 주인 흉을 볼 시간을 줘야 하니까요.(웃음) 그리고 식사를 같이하면 직원들이 제 밥을 챙기려 할 텐데, 식사 전까지 얼마나 손님을 챙겼는데… 저까지 부담을 주면 안 되죠. 오후 4시에 퇴근한 후, 가게를 다 마감한 저녁즈음 저 혼자 가게를 둘러봅니다. 

엔도르핀이 돌 때만 가게에 있어야
화나는 일이 있거나, 속상한 일이 있으면 며칠 정도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이 감정을 손님이나 직원들에게 전달하지 않기 위해서죠. 제 자신은 엔도르핀이 돌 때만 가게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프다거나 힘이 없거나 해서 마음에 좋지 않은 감정이 있을 때는 같은 말도 억양이 다르게 나오거든요. 저는 평소에 시간을 내어 서예, 꽃꽂이, 시나 글쓰기를 하기도 합니다. 마음을 집중하고 안정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왱이집의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
5년 전부터 두 아들이 가게에서 일손을 돕고 있어요. 각각 식품영양학과, 외식경영학과를 졸업했죠. 그래서 요즘엔 자식들에게 배우는 게 더 많습니다. 모든 것이 계량화되어야 한다는 게 그중 하나죠.‘비법은 며느리도 몰라’라고 이야기하지만, 며느리가 모르는 이유는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거나 옛날 방식대로 구전으로만 내려왔기 때문이겠죠. 앞으로 왱이집은 모든 것을 계량화하려고 합니다. 이것이 잘 정착되면 프랜차이즈도 진행할 수도 있겠죠. 제가 조금이라도 건강하고, 장사가 잘될 때 아들에게 주방 일을 비롯한 전체적인 가게 운영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노쇠하고 아픈 가운데 뒤를 잇게 한다면 아들에게도 부담이 되겠죠. 또 아들이 젊었을 때 많은 것을 경험해야, 설사 실패한다 해도 다시 일어설 수가 있으니까요. 60세 마지막 시점, 저는 일선에서 물러나 주방으로 들어가려 합니다. 1주일에 4일만 일하고, 나머지 3일은 저의 시간을 가지려 하는데, 아들이 제 임금을 줘야겠죠. (웃음)


향토음식전시관 건립의 꿈
가까운 장래에는 왱이집 터에‘향토음식전시관’을 건립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남겨주신 4대째 내려오는 외증조할머니의 도마, 천석꾼의 딸이셨던 외할머니의 고풍스런 양념통 등 귀한 주방 살림이 제법 되거든요. 지금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보존된 유물들에서 변치 않는 가족의 정과 그 시대를 살았던 삶의 흔적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배움의 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열돔이 기승을 부리는 7월 말경, 33년간 전주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을 운영한 유대성 대표를 인터뷰하기 위해 서둘러 내려갔습니다. 도착하니 눈앞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것은, 전주 중앙로에 이리 넓은 곳이 있을까 싶은 주차장이었습니다. 보통은 건물을 더 넓게 지으려고 할 텐데 말이죠. 손님을 배려한, 주인장의 넓은 마음을 대변하는 게 아닌가 싶더군요. 인터뷰 당일에도 주방에선 서울 가락시장에서 공수한 1200개의 제주도산 무로 깍두기를 담그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유 대표를 만나면서 전주의 인심, 직원들의 수고를 콩나물국밥에 담아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식당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고, 무엇보다 직원들을 아끼는 마음은 그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것 같았지요. 직원들이 편히 쉬도록 직원 휴게실 바닥을 유 대표가 매일 닦을 정도니까요. 앞으로 제2세대로 이어갈 왱이집이 더욱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유 대표께 응원을 보냅니다.

 

전주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
063-287-6980, 010-3282-0011 
24시간 연중무휴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