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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경제, 신의 한수! 또는 악수?

2021년 10월호(14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10. 1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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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같이 알아볼까요? 7]

수소 경제, 신의 한수
또는 악수

 

한국은 수소경제에 가장 열심인 나라입니다. 최초로 수소경제법도 만들었을 뿐 아니라, 수소차 생산량도 세계 최고입니다. 2020년 전 세계 수소차 판매 9021대 중 75%가 현대차의 ‘넥소’입니다. 수소에 대한 적극적 투자는 과연 신의 한수일까요? 아니면 수렁으로 이끄는 악수가 될까요? 수소 산업에 대해 한번 살펴봅시다. 

 

대체에너지 수소, 화석연료의 대안
수소가 중요 이슈로 떠오른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석유, 가스,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대체하자는 데에 많은 나라들이 합의했습니다.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원자력과 더불어 수소도 대체 에너지에 포함된 겁니다. 수소는 산소와 결합해서 물로 변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전자, 열에너지 그리고 물을 방출합니다. 방출되는 전자를 모아서 전기를 일으키지요. 수소전기차를 움직이는 연료전지가 바로 이 전기로 충전된 겁니다. 둘째, 열만 따로 모으면 수소 보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철강 제조공정에 사용하는 석탄을 수소로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수소는 전기가 되거나 열을 발생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특성 때문에 석유, 석탄 같은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등장했습니다. 

아직 수소의 존재는 미미, 부진한 이유
그런데 이렇게 소리는 요란한 것에 비해 현실 경제에서 수소는 존재가 미미합니다. 현재 수소의 가장 큰 용도는 자동차용, 즉 수소연료전지를 장착한 수소전기차용입니다. 2020년 수소전기차 판매량은 9,024대인데 배터리 전기차 판매량은 310만대입니다. 수소차가 배터리 전기차의 1/300도 채 안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수소차가 비쌉니다. 자동차 소유 및 운행에 따르는 비용은 ‘총소유비용’이라는 지표로 나타냅니다. 세계 전기차 저널에 최근 발표된 논문에서 발췌한 ‘총소유비용’자료를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2020년 현재 유럽에서 소형 SUV를 사서 15,000km 운행할 경우에 드는 비용을 산정해 본 겁니다. 전기차는 6,445유로 즉 870만원 정도입니다. 휘발유차와 디젤차가 전기차와 비슷하고, 하이브리드차는 10% 정도 낮습니다. 반면 수소전기차는 10,163유로, 원화로는 1372만원이고 전기차에 비해서는 58%가 더 높습니다. 수소차와 전기차를 저울질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전기차 쪽이 훨씬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거지요. 이렇게 수소차의 비용이 비싼 이유는 우선 차 값 자체가 비싸고 연료비도 비쌉니다. 
둘째는 수소차 충전소가 부족합니다. 2020년 현재 전국 수소차 충전소는 90개에 불과합니다. 전기차용 충전장치는 아파트마다 있습니다. 참고로 기존의 주유소 숫자는 전국에 1만2천개입니다. 2021년에는 수소차 충전소를 180개 설립을 목표로 추진 중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기 때문에 얼마나 성사될지 미지수입니다. 


수소의 미래 vs. 수소의 약점 
수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수소의 미래가 매우 밝다고 말합니다. 특히 대형트럭이나 선박 등에서 상당한 이점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현재의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전기차로 장거리 운행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반면에 수소는 비교적 에너지 밀도가 높기 때문에 트럭, 선박, 비행기 등 장거리 수송 수단에서는 수소연료전지가 리튬이온배터리보다 더 유리합니다. 그래서 장거리 수송수단에서는 수소에 베팅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있습니다. 
하지만 수소는 극복하기 힘든 약점을 하나 안고 있습니다. 즉 원료인 수소 자체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흔히들 ‘우주 물질의 75%가 수소다’는 말을 하지만, 이는 하나마나 한 소리입니다. 햇빛 태양에너지도 사방에 널려 있지만, 그러면 뭐 합니까? 인간이 사용하려면 태양전지판을 만들고 나무를 베어내서 산에 설치해야 하는, 엄청난 기술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수소도 우주 곳곳에 존재하지만, 모두 다른 원소들과 결합한 상태로 있을 뿐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원소와 결합하지 않는 ‘수소 자체’입니다. 그래서 수소를 산업적으로 이용하려면 탄소, 산소 등과 결합한 분자에서 수소만 분리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노력과 비용이 요구됩니다. 

수소 경제의 궁극적 지향점
‘수전해수소’는 물에 전기를 흘려보내어 산소를 떼내고 만든 수소입니다. 이렇게 물에 전기를 흘리는 방식의 ‘수전해공정’에는 전혀 CO2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수소와 더불어 부산물로는 ‘산소’와 ‘열’이 나올 뿐입니다. 하지만 크게 보면 다른 그림이 드러납니다. 즉 수전해에 사용되는 전기를 석탄으로 만들었다면, 결국 CO2를 발생시키는 셈이지요.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사용한다면 그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게 재생에너지 전기로 수전해를 해서 생산한 수소를 ‘그린수소’, ‘녹색수소’라고 부릅니다. 수소 경제의 궁극적 지향점은 이 그린수소로 경제의 대부분을 움직이는 겁니다. 

수소경제의 한계
수소경제의 한계는 바로 이 ‘그린수소’를 만드는데 있습니다. 수소연료전지를 예로 들어 봅시다. 전기로 수소를 만든 후에, 그 수소로 다시 전기를 만드는 것이 수소연료전지의 원리입니다. 그럴 바에는 바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해 쓰는 게 에너지 효율 면에서 낫습니다. 공정의 단계가 더 늘어날수록 에너지 손실이 더 많이 발생하니까요. 호주 애버딘대학 화공과의 백스터 교수가 수소차와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을 비교했습니다. 최초 수전해를 위해 전기 100와트를 투입할 경우 수소차는 최종적으로 38와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수전해, 저장 및 이동, 연료전지에서 전기 발생 과정 등을 거치면서 에너지가 소실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그 100와트의 전기를 바로 배터리에 저장해서 전기차에 사용할 경우 거치는 단계가 짧기 때문에 80와트가 사용 가능합니다. 이런 숫자만 보면 굳이 수소연료전지를 쓸 이유가 없어집니다. 

 

세계 전기차 저널 논문에서 발췌한 총소유비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도요타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수소에 투자를 시작한 이유는 여전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수소는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보완 수단이라는 점입니다. 전기사용에는 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해야 하는데, 이들 재생에너지는 그렇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밤에 많은 전기를 쓰는 데 밤에는 태양이 없습니다. 바람도 사람들의 전기수요에 딱 맞춰 불어주지 않습니다. 수소는 전기가 과잉생산되었을 때 유용할 수 있습니다. 과잉전기로 수전해수소를 만들어서 저장하고, 나중에 연료전지에 넣어 사용하면 되니까요. 리튬이온배터리도 저장수단이 되지만, 에너지 밀도는 수소가 더 높습니다. 둘째, 트럭, 선박, 항공기 등 장거리 수송운송용 에너지로서의 가치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앞부분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셋째, 보통의 배터리보다 오염이 적습니다.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는 리튬, 코발트 같은 희토류 금속을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희토류 광물 채굴, 정제과정에서 심각한 오염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수소연료전지 생산 공정은 상대적으로 오염이 적고 수소차는 달리면서 주변 공기를 정화한다는군요.

 



한국의 경우 
수소에 투자를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수소 생산보다는 수소 활용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린수소’를 생산하려면 전기값이 싸야 합니다. 풍력, 태양광으로 만든 저렴한 전기가 있어야 그린수소를 만들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여건이 되지 않습니다. 태양광 발전을 하기에는 햇빛이 강하지 않고, 사막 같은 불모지도 없습니다. 풍력발전을 하자니 바람이 약합니다. 그린수소의 생산은 중동의 사막 국가들, 또 북해에 접해서 해상 풍력발전을 하기 좋은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같은 나라들에게 맞습니다. 아래 지도는 태양광 및 육상 풍력발전으로 만든 전기를 활용해서 수소를 만들 경우 발생하는 비용을 보여줍니다. 빨간색이 진할수록 저비용, 파란색이 짙을수록 고비용을 뜻합니다. 적도지방, 사막이 있는 곳, 히말라야, 안데스 고산지대 등이 빨간색이 진합니다. 햇빛과 바람이 강한 지역들이죠. 우리 한국은 파란색 쪽입니다. 햇빛, 바람도 발전에 적합하지 않음을 말해 줍니다. 수소를 생산하더라도 한국이 아니라 전기값이 싼 지역에 가서 해야 합니다. 벌써 GS에너지는 UAE정부와 수소 개발 및 도입을 위한 장기 계약에 합의했더군요.

결론적으로 수소경제의 미래가 어떨지는 매우 불확실합니다. 투자를 하더라도 돌다리를 두드리듯이 조심스럽게 해야 합니다. 특히 수전해를 통한 그린수소 생산은 한국의 실정에 맞지 않습니다. 탈원전으로 전기값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수소는 수입해서 쓰고 우리 한국인들은 그것을 활용하는 기술과 판매 등에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은 거의 모든 원자재를 수입해서 썼지만 훌륭한 제조업을 일으켰듯이 말입니다. 

 

김정호(서강대 겸임교수,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4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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