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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능선 트래킹이 준 선물

2021년 11월호(145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11. 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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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능선 트래킹이 준 선물

 

저는 본격적인 기억이 남아있는 유치원 시절부터 서울에서 쭉 살아온 서울깍쟁이입니다. 학창시절 부모님을 따라 이사를 여러번 다녔지만 거의 서울을 벗어나지 않았죠. 그렇게 서울근교에서 30~40년을 살아온 동안, 서울의 서남쪽에 살았던 터라 북한산은 근처에도 가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런 제게 올 가을 두 번의 북한산 산행은 정말 이때까지 전혀 몰랐던 서울의 매력을 알게 해 준 선물이었습니다. 


지난 9월 18일. 바로 전날까지 가을태풍 소식이 있어서 과연 등산을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 태풍의 바람덕에 그날의 날씨는 최고좋은 공기 속, 환상적인 하늘아래 북한산 비봉능선을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비봉능선~문수봉의 코스는 초보 등린이도 갈 수 있는 추천 Best코스라고 되어 있었기에 ‘자주 가던 수리산자락 올라가듯 가면 되겠군’하며 첫번째 봉우리인 족두리봉으로 발걸음을 옮겼죠. 하지만! 북한산은 ‘국립공원’이라 차원이 다른 것일까요? 초반부터 커다란 바위를 타고 올라가는 길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난코스였습니다. 등산화 대신 신고 간 운동화바닥이 그나마 미끄럽지 않았으니 다행이었지 하마터면 꼭두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어 불광역까지 갔음에도, 올라가보지도 못하고 집에 돌아올 뻔 했으니까요.


그렇게 등산인지, 등반인지 구분할 수 없이 헥헥거리며 올라간 족두리봉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은 그야말로 감탄의 연속이었습니다. 뻥 뚫린 가을하늘 저편으로는 서울의 아파트와 고층건물들 너머로 서울 남쪽에 있는 산들 뒤의 지평선까지 모두 선명하게 보이는 듯 했습니다. 더군다나 그 감탄은 족두리봉에서 끝나지 않고 그 뒤로 이어진 향로봉, 마당바위, 비봉, 승가봉 등 줄줄이 가는 능선에서 내려다볼 수 있었던 모든 경치는 동서남북 방향을 가리지 않고 눈길이 닿는 곳마다 절경이었죠. 그날의 감동은 직접 보지 않으면 말로도 글로도 설명하기가 너무 어렵다는걸 이 글을 쓰며 새삼 느낍니다.(웃음) 모두 다 꼭 한 번 올라가보시길 강추!


그날의 등산이 더욱 제게 의미 있었던 것은 동행했던 아들같은 제자들 덕분이었습니다. 방년 18세에 키는 180cm, 한창 체력이 넘쳐 에너자이저같이 발산해도 부족할 나이의 남학생들이지만 핸드폰과 PC게임을 옆에 끼고 사느라 운동과는 거리가 먼 아이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지 체력은 기본 중 기본이기에 올해 봄부터 꾸준히 자전거와 달리기로 체력키우기를 해왔었죠.


사실 제가 강하게 마음먹고 아이들이 조금 힘들어해도 타협하지 않고, 자기와의 싸움을 포기하지 않도록 앞에서 당기고 뒤에서 밀며 육체훈련을 해왔는데 바로 이번 등산이 그 훈련의 빛을 발하는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맨 처음 남한강 자전거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난 다음날, 라이딩을 10km밖에 하지 않았음에도 감기몸살로 끙끙 앓아누웠던 저질체력에, 학교에서도 오래달리기를 할 일이 별로 없으니 집 근처 대야미길 5km 달리기를 해도 걷는건지 달리는건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헥헥거렸었는데… 한 아이는 발에 날개를 달았는지 보이는 바위마다 꼭대기를 정복하듯 올라가서 탁 트인 풍경을 눈에 담았고요. 다른 아이도 조금은 힘들어 했지만 부지런히 저를 따라오며 족두리봉에서 평창계곡까지 전체 9.5km 코스를 무사히 완주했습니다.


저 또한 그런 아이들을 엄마미소로 바라보며 이때까지 자신이 설정한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볼 기회가 없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갇혀있었지만, 이제는 북한산에서 서울과 그 북쪽 너머까지 전체를 내려다보았듯,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품는 사람이 되길 꿈꾸며 그날의 등산을 마무리했습니다.


앞으로 아이들의 육체뿐 아니라 지성과 감성, 생각과 마음까지도 훈련하면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어른으로 성장해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 고비고비를 만날 때마다 오늘 올라갔던 봉우리들을 생각하며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끝까지 인내할 수 있는 아이들로 성장하길 바래봅니다. 


우리 아이들이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얼마나 큰 그릇이 될 수 있는지, 얼마나 반짝이는 보석같은 가능성들을 가지고 있는지, 그 미래를 기대하며 소망을 가지고 함께하는 시간들을 만들어가고 있는 제 마음을 과연 알까요? 지금은 아직 모른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이 누구인지 제대로 깨닫고,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빛과 소금같은 존재로 자라나길 기도합니다.
종수야, 원우야! 너희들을 응원한다!

 

경기도 군포시 이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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