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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천재들은 다 어디에 간 걸까?

2021년 11월호(145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11. 22.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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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장의 공부이야기 #5]

 

그 많던 천재들은 다 어디에 간 걸까?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백석과 김유정의 공통점은? 얼핏 생각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서정시 두 편과 우리말 어휘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향토 작가들의 이름이라 답할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소월이 ‘진달래꽃’을 쓸 때의 나이가 21세, 황동규 작가의 ‘즐거운 편지’는 고3때 짝사랑하던 옆집 누나를 떠올리며 쓴 시이다. 
작가 김유정과 시인 윤동주는 모두 채 서른을 못 채우고 떠났지만, 그들의 이름과 그들이 남기고 간 작품들은 한국 문학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남아 한국인들의 기억 속에 살아있을 것이다. 20세기 초를 수놓았던 이런 20대의 천재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1925년 첫 인구조사가 시행될 때 남한의 인구는 1,300만 명. 100여 년 전에 비해 4배 가까이 불어난 인구와 더 풍족하고 더 시스템화 된 우리 교육은 왜 더 이상 이런 천재들을 만들어 내지 못할까?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나는 그 이유를 점수로 줄을 세우고 좋은 대학 입학이 곧 안정적인 직장과 취업으로 이어지던, 입시에 매몰된 지난날의 교육 환경에서 찾는다. 상담을 해보면 경제가 어려웠던 후진국에서 개발도상국, IMF 위기를 넘어가던 시기를 겪어온 70년생 현 10대 부모님 세대의 직업관은 여전히 생존관에 가깝다. 소위 ‘안정된 직장’을 얻어 자식이 굶지 않고 살아가게 하는 것. 직업의 제1목표는 먹고 살기였다. 그리고 이를 여전히 아이들의 직업관에 투영시켜 교육 설계를 한다. 초청되어 학부모님들을 위한 강의를 할 때 가끔 알고 있는 직업 개수를 적으라고 한다. 그리고 학교에 가서 아이들에게 알고 있는 직업들을 모조리 적어보라 한다. 학부모 집단이 적는 직업 개수는 30여개, 아이들은 평균 35개 정도를 적어 낸다. 2020년 기준 합법적으로 등록된 직업만 15,000개가 넘는 현실 속에서 이 숫자의 괴리는 상당히 크다. 그러다 보니 진로 상담에 아이들과 부모님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어떤 진로와 대학으로 연계시켜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다. 
꿈이 있다 해도 대부분 위에 적어낸 35개 내외로 그 직업군들이 정해지고 만다.


진로에 대한 무관심과 정보 부족으로 특정 인기 학과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공무원, 의사, 선생님이라는 ‘안전’과 ‘안정’된 삶이 보장된다는 전통적인 직업군은 늘 선호 직업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수십, 수백 대 일이 넘는 높은 경쟁 속에 많은 젊은이들의 별과 같은 20대의 시간이 시험 준비로 소모되어 간다. 그래서 대입 진로 상담 시에는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에게 시간을 두고 최대한 더 넓은 학과와 직업군들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렇게 두어 개 정도의 직업군들이 최종적으로 추려지게 되면 진로와 대입, 공부의 목표와 목적이 비로소 일렬로 정비된다. 그러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보다 집중해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고자 학습의 태도가 변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렇게 변화된 아이들을 보며 곁에서 아이들이 자라나는 모습들을 지켜보는 모든 과정들이, 이 일의 보람이자 즐거움이다.
하지만 몇 년 전 적어도 교육 분야에서 지금의 정부는 선거에의 조바심과 언론의 농간질에 90년대에나 통했을 법한 수능선발비율을 확장하는 악수를 두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꿈과 진로 등을 공교육 학교 공부, 다양한 진로, 동아리 활동들과 매칭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대학들, 지방 고등학교들의 십수 년간의 노력을 공염불로 만들었다. 여러 학교들은 11시 야간 자율학습을 부활시켰고 아이들은 다시 공장이 되어버린 학교에 들어가 수능문제풀이에 골몰한다. 셈이 빠른 몇몇 아이들은 고2 때까지 중간, 기말고사 점수가 나오지 않으면 학교를 자퇴하는 경우도 생겼다. 검정고시를 통해 수능으로 대학에 가겠다는 심산. 학교는 다시 90년대로 돌아가 버리고 동아리와 각종 진로 활동, 학교마다 특색 있는 좋은 활동들을 진행해 아이들을 길러내기 위해 경쟁했던 활력이 약해지고 있다. 인터넷 수능 강의를 하는 대기업들의 주가는 올라갔고 영상을 팔아 몇몇 수능 강사들은 몇 백억 대 연봉을 올렸느니 어쩌니 하는 소식들이 들려온다. 아이들은 앉아 문제만 풀면 되고 더 이상 진로, 미래 따위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 나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의 고통스러운 사회화과정을 다시 시작한다. 그 사이에 찬란한 20대는 지나가고 아이들은 다시 자기 인생의 목적보다 타인이 알려준 ‘안정’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인간은 행복이나 안정 따위를 위해 태어난 존재들이 아니다. 시대를 수놓았던 20대의 천재들은 그렇게 학교에서 자신의 재능 계발 시간을 대신해 문제 풀이에 골몰하던지, 아님 학교를 나와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주홍 글씨 위에서 모든 것을 스스로 찾아 계발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나마 구글과 유투브가 발달해 자가 학습 방법이 다양해 진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10대, 20대의 천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바리에테 창의교육 연구소장 임대균
대학인 입시연구소 대표

keaton70@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5>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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