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낯선 산본? 훈훈한 산본!

2021년 11월호(145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11. 22. 20:35

본문

낯선 산본? 훈훈한 산본!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여름은 정말 혹독한 시간이었습니다. 더위도 더위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상황이니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 와중에 산본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저는 부동산 사태로 집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고, 15년 이상 살았던 묵은 짐들을 정리해야 하는 일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였지요. 설상가상으로 제가 이사할 산본은 리모델링 아파트로 선정된 곳이 제법 있어 집값은 폭등하고, 전세대란까지 겹쳐 집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일단 지금까지 살던 곳을 정리해야 하는 것은 확실하기에 이사 가기로 마음을 정하긴 했지만, 날마다 갈팡질팡 했지요. 겨우 집이 나와 계약하려면 법적으로 하자가 있거나 신축된 빌라들은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더 높았으니 참 희한한 일들이 다 있더군요. 


아무튼 올해 1월부터 6월 말까지 집을 보러 다니며 힘들고 지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1주일이 멀다하고 딸이 연차를 내어 함께 집을 보러 다녔죠. 지칠 대로 지쳐버린 저는 이사고 뭐고 잠시 뒤로하고, 1주일 동안 분주한 것을 내려놓고 조용히 이 상황을 정리해 보겠다고 스스로 선언 했습니다. 그리고 하루 날을 잡아 아침부터 움직이며 오늘은 꼭 집을 정하리라 작정을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딱 맞는 매물이 나왔고 시세보다 훨씬 좋은 가격으로 집을 구하게 되었어요. 오래된 아파트지만 조용하고, 환기도 잘 되어 시원하고, 집수리만 잘 해서 살자는 결정을 했습니다. 


반평생을 산 정든 서울을 떠나 낯선 소도시 산본에 도착하자마자 이상한 적막함, 쓸쓸함, 낯선 사람들이 제 마음을 울적하게 했지요. 더구나 새로 이사한 집은 수리해야 할 곳도 많아 심란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괜한 무모한 이사를 시도 했나?’하는 마음의 갈등이 있었지만, 이사 한 후 1주일이 지나자 집 주인이 휴지와 과일을 사들고 찾아와 불편한 것 없냐며 노후 된 난방기기들을 교체할 비용을 주면서 편하게 잘 살라고 하더군요. 이리 마음 좋은 친절한 주인이 있나 싶은 생각에 심란했던 제 마음은 스르르 가라앉았습니다. 바로 옆 집에 사는 아주머니는 손맛이 좋은 분으로 항상 밝게 웃으며 맛있는 음식을 자주 나눠줍니다. 참 좋은 이웃을 만났구나 싶어요. 더 감동인 것은 아파트 관리소장님의 관리시스템 운영이 어떻게 되는지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을 들으며 주먹구구식 운영이 아닌 것 또한 감사했죠. 경비하는 분들의 부지런함과 친절함, 그리고 끝까지 저의 까다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집 보러 이곳저곳 운전하며 다닌 부동산 여사장님의 너그러움까지 더하여 산본이 훈훈하게 다가왔습니다. 요즘 같은 코로나시기에 사람 만나는 것도 힘든데 이리 좋은 분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힘들어 했던 것은 낯선 환경에서 오는 불편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 하는 편이라고 저 스스로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산본에 이사 온지 벌써 두 달이 되었네요. 아침에 눈을 뜨면 우선 현관문을 열어 시원한 공기를 마십니다. 아파트 주위의 울창한 나무에선 새소리가 지저귀며 반겨주죠. 길 건너 어린이도서관 뒤편으로 산책도 하고 운동할 수 있는 공원이 있는데 어느 날 그곳에서 다람쥐가 도토리를 까먹고 있었어요. 서울에서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광경 아닌가요? 산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수리산 도립공원과 산본에서 조금 벗어난 대야미에서는 벼 익는 시골풍경도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혹독하게 더웠던 올 여름은 언제 그랬냐는 듯 물러가고, 청명하고 선선한 바람과 함께 깊어가는 가을, 산본 입성을 생각하며 저의 생활이 점점 풍성해질 것을 기대해 봅니다.

경기도 군포시 조현선
hyunseon.hyo@gmail.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5>에 실려 있습니다.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