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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완벽한 계획보다 실행을 해야 할 때

2021년 11월호(145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11. 2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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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rospective & prospective 35]

 

지금은 완벽한 계획보다 실행을 해야 할 때

 

매일 아침 뉴스는 여전히 전날 코로나 확진자의 숫자로 시작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로 꽁꽁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확실히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백신 접종률이 70%가 넘으면 우리도 유럽처럼 ‘위드 코로나’를 선포하여 추락하고 있는 경제를 다시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내년 5월 대선을 위해 각 당에서는 대표주자들을 선발하는 것에 모든 에너지를 모으고 있는 듯합니다. 아마도 내년쯤이면 우리는 독감 백신 맞듯이 코로나 백신을 맞게 될 것이고, 코로나도 여타의 다른 바이러스들처럼 다스릴 수 있는 질병으로 분류될 것입니다. 
사회생활이나 개인 생활의 변화 측면에서 보자면 변화 속도가 느렸던 과거에는 조금 먼 미래라도 잘 예측하여 계획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환경과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계획을 철저히 잘 세우는 사람이 식견 있고 혜안 있는 사람처럼 대우받았었습니다. 왜냐하면 다가오지 않을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잘 짜여 진 계획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미래 자체가 불확실하고 불투명합니다. 뭔가 예측 가능해야 조금이라도 계획을 짜 볼 텐데, 변수들도 너무 많고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어 한 치 앞도 바라볼 수 없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믿을 건 계획밖에 없으니 불확실한 미래도 철저한 계획 만들기에 집중해야 할까요?


이 이야기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헝가리인 중위가 겪은 일입니다. 그의 부대는 스위스에 주둔 중이었고 소규모 정찰대를 꾸려 알프스 너머 프랑스 쪽 상황을 빠르게 순찰하고 오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10명이 안 되는 인원이 멀리서 적의 동태만 파악하는 것이어서 저녁때까지는 돌아올 수 있는 임무였습니다. 그래서 중위의 부대는 비상식량도 준비하지 않고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산을 오르기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눈은 금세 눈보라로 바뀌었고, 얼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거센 눈 폭풍이 계속되었습니다. 소대장은 눈이 오후까지는 그치겠지 하는 생각에 눈사태를 피할 수 있는 곳에서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눈은 밤이 되어서도 계속되었고 다음날까지 계속 내렸습니다. 백년에 한번 찾아오는 눈보라였지요. 다음날이 되자 각자 소지하고 있던 식량은 동이 났고 소대원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삼일 째 되던 날, 눈은 그치기 시작했지만 흐린 날씨와 눈보라로 방향을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소대원들은 자신의 키보다 높이 쌓인 눈으로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모두 죽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군인 중 한 명이 조금이라도 먹을 것이 없을까 찾다가 배낭에서 꼬깃꼬깃 접힌 지도 한 장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알프스의 옛 지도였습니다. 소대원들은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에 들떠 있었고 그들은 부대로 돌아가기로 결정하고 짐을 꾸렸습니다. 지도를 참조하고 최적의 이동경로를 정하여 끝없이 걸었습니다. 미끄러지고 올라가고 내려가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마침내 해질녘이 되자 멀리서 희미한 불빛이 나타났습니다. 드디어 소대는 부대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잠시 후, 부대장이 이들의 무사 귀환을 축하하러 막사를 찾아왔습니다. 그는 어떻게 이렇게 극심한 눈보라를 뚫고 귀대에 성공했는지 물었습니다. 알프스의 옛 지도를 사용했다고 대답하자 부대장은 그 지도를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등불을 비춰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고,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쳤습니다. 
“아니, 이건 알프스 지도가 아니라 피레네 산맥 지도가 아닌가!”


이 일화는 비타민C의 발견으로 노벨상을 수상했던 ‘알베르트 센트죄르지’ 교수가 직접 겪은 실화입니다. 불확실한 환경에서 전략은 정밀성이나 완결성이 아니라 출발점을 제공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는 교훈을 주는 글입니다. 이 일화에서처럼 길을 잃었을 때는 어떤 지도라도 쓸모가 있습니다. 머뭇거리지 않고 출발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현대는 과거와 달리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고객과 기업은 늘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는 전략과 계획보다 ‘즉각적인 고객 대응’이 더 중요해집니다. 계획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모호함과 불확실함을 피하려는 것이 본능이기 때문에 계획은 뭔가를 시작하게 하는 원동력으로서 꼭 필요합니다. 설사 잘못된 결정이라도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훨씬 낫기 때문입니다. 헝가리 정찰대에게 틀린 지도라도 없었다면 그들은 알프스에서 머뭇거리다가 모두 죽음을 맞이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기회를 잘 잡는 사람들은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대략의 방향을 세운 후 일단 시작한 후에 상황이 바뀌면 계획을 수정하면서 유연하게 대응합니다. 돌다리를 두드려보며 걷다 보면 남들이 이미 다 건넌 후가 될 지도 모릅니다.
우리 모두 처음 맞이하는 코로나 이후 시대, 보다 완벽한 계획을 수립하는데 당신의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겠습니까? 아니면 완벽하진 않더라도 새로운 뭔가를 시작하기 위한 도구로 당신의 계획을 활용하겠습니까? 지금은 오랫동안 머릿속에 그려왔던 그 일을 향해 먼저 한 걸음을 내딛을 때입니다.

 

서울 예술의전당 손미정

mirha2000@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5>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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