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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분은 잘 지내시는지…

2021년 11월호(145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11. 22.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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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분은 잘 지내시는지…

 

작년 이맘때의 일이다. 집 앞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하다 늦은 시간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섰다.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마음이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늘 드나들던 스터디카페 출입문이 잠겨 있었다. 한 번도 잠긴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하는 수 없이 다른 출구로 돌아가는데 젊은 여자가 화단에 앉아 술에 취한 눈빛으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고등학생인 나의 또래로 보일 정도로 무척이나 어려 보여 눈에 띄었다. 지나가며 보니 보험회사 가방을 들고 있었다. ‘신입사원인가 보다 저 사람은 무슨 고민이 있어 저러고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스터디카페 앞 아파트 계단을 올랐다. 어쩌다 그쪽을 바라보니 그 사람이 엎어져 있는 거다. 

놀란 마음도 잠시, 머릿속에서 엄청난 갈등이 일었다. ‘아~ 피곤한데 이거 어쩌지… 다시 계단을 내려가서 그 사람에게 가봐야 되나? 아니면 못 본 척하고 그냥 집으로 갈까?’ 그러나 늦은 시간이었고 이대로 두었다가는 위험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도저히 그냥은 못 지나치겠어서 황급히 계단을 다시 내려가, 횡단보도를 뛰어 그 사람에게로 달려갔다. 불러도 아무 반응이 없었고, 나도 이런 상황을 처음 겪어 어찌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일단 어른들에게 도움을 구하려고 옆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가 안에 있는 아저씨들에게 급히 상황을 설명했다. 그 아저씨들이 뛰어 나와 구급차를 불렀고, 나와 함께 구급차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일을 다 끝낸 후, 뒤늦게 아저씨들에게 “놀라셨을 텐데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고, 집에 가려 짐을 챙겼다. 

그 순간 아저씨들이 신고 정신이 투철한 젊은이라고 칭찬하며 본인들이 산 아이스크림을 건네 주셨다. 지금 생각해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집에 오던 길에 벌어진 갑작스런 일에 집에 와서도 다리가 후들거렸던 기억이 난다. 한동안 그 날의 일을 잊어버리고 지냈는데, 오늘 그 아이스크림 가게 앞을 지나다보니 문득 떠오른다. 그 이후로도 자주 스터디카페 건물을 드나들었고, 단 한 번도 출입문이 닫혀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어찌 그 날만 딱 내가 드나들던 출입문이 닫혀 있었을까? 신기한 노릇이다. 이런 것이 바로 운명인가? 그 여자 분은 잘 지내시는지…

 

의정부 효자고등학교
3학년 양진용
timi0415@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5>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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