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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아름다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안산 ‘푸른솔 희망학교

2021년 12월호(146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12. 3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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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아름다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안산 ‘푸른솔 희망학교 

 

로고 설명 : 사계절 푸른 나무를 받치고 있는 손은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 가르침을
나무를 둘러싼 다채로운 잎들은 다양한 환경에 놓여진 학생들을 의미합니다.

 

아이들의 마지막 희망, ‘푸른솔 희망학교’
‘푸른솔 희망학교’는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거나 학교 규칙이나 수업 등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자퇴를 고민하다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위탁 대안 고등학교입니다. 이곳에서 정서적인 안정을 찾고 다시 본교로 복귀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학기는 4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함께 소통하며 문제 해결, 아이들, 선생님도 한 뼘씩 성장
‘꿈을 키우며 함께 성장하자’가 우리의 비전이에요. 이곳에 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자존감도 낮고 자신감도 없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 상당히 어려움을 느낍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의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것이 가장 우선되는 과제죠. 아이들을 대할 때 칭찬거리를 찾아 칭찬과 인정을 쏟다보면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의 자존감이 회복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자존감을 회복시켜 자신감을 갖게 하고, 그런 과정 속에서 다른 사람과 어떻게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배워갑니다.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친구들과의 갈등, 선생님과의 갈등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은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배우지 못했고,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화와 분노로 표출을 했던 것이죠. 그 결과 학교에서 징계를 받고, 아이는 또 분노로 표출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고 봅니다.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혹은 발생하기 전 소통을 통해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인지  아이들이 ‘함께’하며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도 선생님도 한 뼘씩 성장하는 것이죠.‘성장하며 꿈을 갖고 나가자’라고 늘 외치는데 우리의 꿈은 정말 소박해요. 일차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것이고, 고등학교 졸업 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질문하며 꿈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놀GO, 배우GO, 나누GO’
고등학교 1, 2, 3학년 통합 교육으로 보통교과에 해당하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한국사는 일주일에 2시간씩 수업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대안 교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악기연주, 바리스타, 뮤지컬, 가죽공예, 노래 발성법, 볼링 등 여러 과목으로 커리큘럼이 짜여 있어요. 저희가 집중적으로 부각 시키고자 하는 것은 ‘놀GO, 배우GO, 나누GO’입니다. 무엇보다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결석도 많았던 아이들이었기에 학교에 왔을 때 친구들, 선생님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쉬는 시간 뿐 아니라 수업시간에도 게임과 놀이를 하며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죠. 또 학교에서 즐겁게 배운 것을 다른 사람을 위해 나눔으로 실천해보고 있어요. 요양원에 가서 노래도 부르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말벗도 되어드리고, 안산에 있는 고려인 마을 어린이센터에 주기적으로 찾아가 배운 것들을 주제로 보조 선생님들이 되는 거죠. 처음에는 아이들이 못한다고 다 도망갔어요. 그래서 조금 강제성을 가지고 시작을 했지만 나중에는 “몸은 참 힘들었지만, 마음은 좀 뿌듯하네요.”라며 자신들이 그런 역할을 했다는 것에 작은 만족감을 느끼더라고요. 작년부터는 코로나로 비대면이라 밖의 활동을 할 수 없어 한참을 고민하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입력 봉사 활동을 하고 있어요. 배운 것을 나만을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위해 사용할 때 더 큰 기쁨과 보람을 갖게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안산 고려인 마을 아동센터봉사


아이들의 문제에 바로 직진하는 나는 ‘선생님’
아이들을 교육하며 어려웠던 일들은 많았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수시로 수업시간에 뛰쳐나오는 아이들을 붙잡고 대화를 하다 보면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말을 할 때가 있어요. 또 교장실에 찾아오는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다 보면 행정업무를 하나도 할 수가 없지요. 아이들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대화하고 같이 놀아주는 것, 이것이 쉽지는 않지만 저의 역할이자 기쁨이기도 하죠.  


제가 대안학교를 하면서 경험했던 가장 큰 힘들었던 것은 바로 ‘두려움’이었어요. 감정 변화가 심하고 분노조절 장애와 정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대다수인데 내가 잘 운영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죠. 한 번은 분노조절 장애를 가진 한 남학생이 분노가 폭발해 교장실의 책상을 부수고 물건들을 집어 던진 사건이 있었어요. 아이를 진정시키면서 대화로 풀어가려 했지만, 아이의 흥분된 상태는 쉽게 진정 되지 않았죠. 상황이 종료 됐을 때 내가 과연 이 아이를 계속 지도할 수 있을까? 답이 쉽게 나오지 않더군요. 지금은 마무리가 됐지만 언제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고, 그럴 때 내 안전이 보장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이런 일들이 트라우마가 되어 다시는 아이들 앞에 설 수 없게 되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상당히 컸습니다. 일주일간 학생은 출석 정지조치에 들어갔고, 저는 이 두려움과 싸우는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5일 정도 지났을까요? 아이가 저에게 처음으로 사과하는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어요. 아이의 진심이 담겨있었죠. 그 메시지를 읽는 순간, 그동안의 두려움이 다 사라졌어요. 일주일 뒤 아이와 만나 그 일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새롭게 출발을 했지요. 지금도 그 학생은 꾸준히 찾아와 인사하고, 이제는 그때의 일을 웃으면서 가끔 얘기하기도 합니다.  


두 번째 고민은 어려운 학생들이 참 많은데 과연 내가 어느 정도까지 개입을 해야 될 것인가라는 거였어요. 한 학생은 조현병 진단을 받았지만 약물 치료는 하지 않고 있던 상황이었죠. 상담을 하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하고 바쁜 아이의 어머니를 대신해 제가 병원에 함께 갔었어요. 그런데 병원에서 그동안 내재 되어 있던 감정들이 폭발을 하며 아이가 갑자기 병원 옥상을 향해 뛰어 올라가는데 제가 뒤쫓아 가며 아무 일 없기를 얼마나 간절하게 기도했는지 몰라요. 내가 어설프게 개입함으로써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충격과 어느 정도까지 아이의 문제에 개입하는 게 옳은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했었죠. 그런데 역시나 저는 아이들의 문제에 봉착을 하면 그런 생각은 다 잊어버리고 어느새 그냥 직진을 하게 되요. 아이들에게 무언가 필요한 것이 보였을 때 그것을 채워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고 이 일의 목적이기 때문이지요.


한국 엄마가 되어주다 
부모님은 조선족으로 한국에 먼저 들어와 계시고, 아이는 나중에 들어와 바로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던 친구가 있었어요. 새로운 한국 문화 적응, 학교생활의 스트레스, 부모님과의 마찰로 힘든 시간을 보내다 좌절감에 자살 시도를 했던 아이였지요. 참으로 사랑스러운 아이였는데 자존감도 상당히 낮고 잠재된 본인의 능력도 모르고 인정하지도 않았죠. 하루는 아이와 대화를 나누다 정말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펑펑 우는데 가슴이 너무나 아팠어요. 그때 제가 결심을 하고 아이에게 말을 했죠. “내가 너에게 한국 엄마가 되겠다. 앞으로 너는 내 딸이다”라고요.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학생이지만, 이후 시간에는 엄마와 딸로서의 관계를 맺으며, 아이의 꿈을 응원하고 지지해줬어요. 아이는 본인이 직접 작사하고 작곡한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었죠. 지금은 기특하게도 한 대학의 실용음악과에 입학한 대학생이 되었어요. 


가장 어려운 상대는 무관심한 학부모
제가 아이들을 상담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비협조적인 부모님들입니다. 당장 먹고 살기가 힘드시니 아이들에게 신경 써야 하는 이 상황조차 힘겨우신 분들도 계시죠. 그래서 부모님들께 연락만 닿으면 저도 부모 된 입장에서 이렇게 호소합니다. “지금 이 아이보다 소중한 게 있겠습니까? 부모로서 제일 행복한 것은 내 아이가 앞으로 잘 살아가는 것 아니겠어요?”라고요. 그러면 대부분의 부모님은 수긍하시고, 바뀌려고 노력을 같이 해주시죠.
그렇지만 너무 안타까운 것은 이런 호소도 할 수도 없도록 아예 연락을 차단하는 무관심한 부모님들이죠. 아이 스스로의 노력과 의지도 필요하지만 가족, 특히 부모님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아이, 부모, 학교 선생님들과의 삼중 구조가 잘 이루어져야 아이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할 때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
이곳에 머물다간 아이들이 푸른솔 희망학교의 선배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찾아와줄 때 정말 보람됩니다. 잘나가고 평이한 성장과정을 겪었던 선배들보다 같은 아픔과 상처를 겪은, 같은 학교를 거쳐 갔던 선배들이기에 아이들도 훨씬 마음을 열고 다가가더라고요. 죽고 싶다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울고 아파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같은 아픔과 상처를 경험하는 동생들을 찾아와 고민도 들어주고, 선배 멘토 역할도 해주는 것이죠. 외부 체험 활동에도 함께 동행하고, 선생님으로서 제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자기들끼리 소통하며 해결하는 모습을 볼 때 힘이 많이 됩니다.


아이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자기 자신과 세상을 바라볼 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꿈을 키우며 살았으면 하는 거예요. 저는 꿈은 이루어진다고 믿어요. 제가 지나온 과정을 통해서도,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통해서도 꿈을 꾸어야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좌절할 수도,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해야 할 수도 있지만, 끝까지 인내하고 내가 꿈을 키우고 살아가면 언젠가는 그 꿈에 도달할 수 있거든요. 그걸 믿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꿈을 키우고, 꿈을 이루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날마다 가집니다. 

 

안산 푸른솔 희망학교 홍미경 교장


공교육이 무너지고, 교권이 약화되어 선생님들의 피로도가 올라가는 이 시대, 학생과 교사 간에 미묘한 긴장감으로 신뢰가 무너져가고 있지만, 학생을 향한 마음을 끝없이 길러내고 현실의 문제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홍미경 교장 선생님을 만나며 ‘안산 푸른솔 희망학교’가 바로 교육의 희망의 자리임을 알게 된 현장이었습니다.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6>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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