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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화가 ‘리까르도’ 반응 르뽀

2021년 12월호(146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1. 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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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화가 ‘리까르도’ 반응 르뽀
11월호에 실린 리까르도 기사, 칠레까지 가다

 

지난 11월 14일 일요일, 한국에서 도착한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11월호를 들고 화가 리까르도를 만났다. 14면에 8월 어느 날 내가 만난 화가 리까르도에 대해 쓴 글이 실렸고, 이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를 편집장님이 항공편으로 보내주어 일이 성사된 것이다. 이름하야 ‘리까르도의 반응 보기 르뽀’가 이루어진 것인데 나도 몹시 궁금했다. 부인 까르멘(Carmen)이 같이 있는 자리에서 신문을 보면 좋겠다 싶어 까르멘이 동석하길 기다리다가 리까르도에게 먼저 보여주기로 했다. 하필 까르멘이 샤워를 끝낸 후, 바로 부엌으로 들어가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바람에 계획을 바꾼 것이다. 나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해서 신문에 대한 반응만 보고 가려고 했는데 까르멘이 교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앞치마 입고 성의를 보이는 바람에 차마 빨리 가야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를 본 그의 반응
먼저 1면 표지를 보더니 무슨 내용이냐고 물었다. 예상외의 질문이라 엉겁결에 신사임당 같은 내용이라고 말해주었다. 리까르도와 까르멘이 칠레 TV에서 드라마로 신사임당을 보았는데 무척 감명 깊었었다는 말을 전에 했었다. 1면에 실린 필자 사진이 한복 입은 모습이라 이리 말해주면 간단하겠길래 그렇게 말한 것이다. 그랬더니 리까르도가 대번에 이해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14면까지 넘기면서 기사마다 하나하나 설명할 계획이 없었기에 마음이 급해 저지른 만행(?)이었다. 이내 반성하고 차분히, 시간이 걸리더라도 찬찬히 내용을 개략으로나마 번역해주었다. 

그의 기사를 보고
드디어 그의 기사가 실린 14면을 펼쳐주었다. 리까르도가 그린 ‘그네 타는 후안’ 그림을 보더니 빙긋이 웃으며 “내가 그린 그림이네~”라는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신문 기사 하단을 보더니 깜짝 놀라며 더 환하게 웃으며 “오! 우리 부부사진이다~”고 좋아했다. 원체 감정노출이 반 템포에서 한 템포가 느린 리까르도가 이런 감정표현을 보여준 것은 무척이나 예외적인 일에 속한다.

리까르도 화가 부인 까르멘의 놀라는 표정


바디랭귀지에 힘입어
내가 쓴 글을 문방구 일로 바빠 한국어를 칠레말로 번역에 신경을 쓰지 못한 나머지 나중에 번역해주겠다고 말하려다가 그냥 느낌 가는대로 번역을 해주었다. 리까르도는 다 듣곤 몇 초간 숨을 멈춘 사람처럼 고요하다가 입을 열었다. “잘 썼는데~!” 
헉! 예상외의 반응을 보여주어 심히 기뻤다. 

그리고 보여 준 그의 외삼촌의 신문기사
자기도 내게 보여줄 것이 있다며 창고에서 외삼촌이 나온 신문기사 스크랩과 예술지를 들고 나왔다. 깜짝 놀랐다. 2020년도인 작년에 조각대상을 받았다는 게 아닌가. 무려 91세의 나이에! 칠레 미술계에서 이미 너무나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식은땀이 흘렀다. 내가 띄워줄 필요가 없는 예술가 집안이었다니… 리까르도의 나이 20세 때 이 외삼촌이 리까르도가 그린 그림을 보더니 흡족하여 스페인으로 유학을 오라고 권유해 스페인으로 유학을 가게 된 것이라는 말을 이날 처음 들었다. 그래서 스페인 유학 당시 같은 미대에서 공부하던 스페인 사람 부인 까르멘과 눈이 맞아 결혼한 것이라고 했다. 

점심 먹기 전 시간이 남아
그가 이삼십 대에 그린 그림 중 주요 작품들을 감상하였다. 스페인 유학 당시 콩쿨에 입상한 그림도 보았다. 누드화였다. 까르멘의 그림도 여러 점 볼 수 있는 행운도 얻었다. 

점심을 먹으며
무척 친한 이웃이 된 기분이 이런 것일까. 리까르도는 선인장을 키울 거냐며 키가 큰 멕시코 선인장을 주겠다고 했다. 지지난 번(이번까지 합하면 2021년에 무려 다섯 번이나 만났다)에는 토마토 모종과 다육식물 두 종을 주기까지 했다. 현역 예술가가 생활인의 일면을 보여주어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리까르도에게 어쨌거나 기사를 번역해 주었던 관성에 힘입어 밥을 먹으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대화를 나눴다. 
가장 재밌던 것은 역시 각 나라의 민족성. 부인인 까르멘은 자기가 스페인사람이면서도 스페인 민족에 대해 비판을 했다. 이럴 때 조심해야한다. 덩달아 같이 비판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기에 난 스페인 민족의 좋은 점을 들먹여주었다.

갈 때가 되어서
자리에서 일어날 즈음 리까르도가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를 까르멘에게 건네주었다. 친구 익호가 갖다 주었다는 말만 하고 주었기 때문에 그 순전한 반응을 볼 수 있겠어서 기대가 되었다. 까르멘은 묻지도 않고 한장 한장 넘기며 예의 14면을 보더니 깜짝 놀라며 환하게 웃었다. 리까르도가 나중에 자기가 설명해주겠다고 일단 마무리 지었다.

르뽀를 마치고
한 달반 전 심심해서 그의 집을 방문했었다. 까르멘이 집 문을 빼꼼히 열고 나에게 말했다. “연락 못 받았어? 리까르도가 코로나에 걸렸어.”
세상에나…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나고 까르멘의 지극정성 간호 덕으로 무사히 코로나를 이겨내어 만날 수 있었던 것인데 비교적 마른 체구이었는데다 5kg이나 살이 빠져 무척이나 핼쑥해져 있었다. 
그를 다시 만나 기뻤고, 그가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더 기뻤다.

 

칠레에서 노익호

melquisedec.puentealto@gmail.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6>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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