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력
달 력 오현석 (1963~ ) 새 달 돌아오면 휙 넘겨지는 지난 달 달력 바로 나타나는 다음 페이지 달력 그 속의 서른칸에 담긴 날들 소중하게 붙들고 눈여겨 살핀다 칠일씩 네 단위를 현재에 가까운 순서 따라 중요도 부여하면서 새해 돌아오면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리는 지난 해 달력 선물로 들어온 새 달력 새로운 한 해 소중한 계획 펼치기에 열두 장씩이나 되는 두툼한 페이지로 넉넉하게 장전된 시간의 실탄 벌써부터 배부르다 지난달은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내 시간이건만 이미 지났으므로 거리낌 없이 넘겨버린다 철 지난 달력과 함께 지난해도 오롯이 나 홀로 쓴 시간들 거침없이 없어져야 할 것으로 뒤로 던진다 지난 달력과 함께 넘겨지고 버려진 달력과 함께 소멸된 것으로 치부해 점점 희미해지는 나의 과거, 새 달력과 함..
2020년 3월호(125호)
2020. 3. 30. 2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