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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고레바트로 밭멍하러 오세요~

2022년 2월호(148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3. 12.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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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머컬처 이야기]

 

시고레바트로 
밭멍하러 오세요~

 

밭멍 해보신적 있나요? 불멍, 물멍뿐 아니라 예쁜 밭에서 밭멍을 하는게 얼마나 좋은지 알려드릴께요.(웃음) 밭멍이 위치한 곳은 강원도 영월의 상동이라는 폐광지역 작은 마을입니다. 전국 읍단위 중 최소 인구 지역으로 텅스텐 광산이 흥했을 때에는 3만 명이 살았던 곳인데 지금은 거주 인구가 1천 명도 채 되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소리는 들린지 오래이고 인구자연감소만 일어나는 그야말로 인구 소멸위기 지역이지요. 이곳은 저희 집안 대대로 할아버지 때부터 농사를 지으며 절인배추 공장도 운영해오던 곳이기도 합니다. 아버님께서 절인배추 농장과 공장, 가공업을 하시면서 과로사로 쓰러져 돌아가신 후 딸만 셋인 저희 집에서는 손이 덜 가는 농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바로 ‘퍼머컬처’입니다. 


퍼머컬처를 소개합니다
퍼머컬처는 생태적인 농업의 한 분야로 Permanent와 agriculture 또는 culture의 합성어입니다. 즉, 지속가능한 농업이나 그걸 넘어선 지속가능한 문화를 의미하지요. 해외에는 이것에 대해 책도 많고 대학교에 전공학과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스마트팜에 집중되어 있던 관심이 탄소중립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사회적 경제를 하고 있거나 소셜 활동을 하는 분들을 중심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퍼머컬처로 마을 전체가 스스로 자립할 뿐 아니라, 주변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영국의 ‘토트네스’마을입니다. 영국에서 가장 큰 유기농 채소농장인 리버포드 기업이 위치하고 있는 이곳은 런던에서 3시간 거리로, 그 마을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꾸러미들이 런던으로 배송됩니다. 이 마을은 다른 지역에서 갖고 들어오는 것이 거의 없어 전쟁이 난다 하더라도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이지요. 
퍼머컬처는 기존 관행농법과 많이 다릅니다. 경운(밭갈기)도 하지 않고, 비닐이나 로터리도 없이, 농약도 살포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땅의 힘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2018년 처음 퍼머컬처를 알았을 때에도 어머님과 할머니, 할아버지의 반대로 저희 밭에는 적용해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벤처를 창업해서 퍼머컬처 교육과 농장설계, 정원 조성 등의 컨설팅을 진행했습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은퇴 후 도심 인근에 전원주택을 지으려는 어르신과 도심에 살면서 텃밭을 예쁘게 하고 싶은 도시분들이었죠. 이렇게 도시 사람들은 너무 좋다며 따라하려 하고, 농촌의 마을 대안모델로도 정말 좋은데, 농사지을 땅도 더 많고 농사하기 좋은 농촌에서는 왜 관심을 가지지 않는지 안타까워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밭멍’을 시작했습니다. 


시골의 밭으로 놀러오실래요?
작년 10월부터 ‘시고레바트로’라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실 10월이면 이곳 영월은 추워서 모든 농사가 다 끝나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농장에서 무슨 체험을 하냐고요? 바로 그 때에만 가능한 보물찾기를 했습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 모든 색들이 초록에서 갈색이 되고, 점차 무채색으로 변하는 그 자연의 ‘색’을 찾는 보물찾기입니다. 곤충을 찾는 보물찾기도 하고요. 씨앗을 채종하는 것 또한 씨드헌팅을 하며 사냥가는 모험처럼 굉장히 재미있게 할 수 있습니다. 농사를 넘어서 문화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체험해볼 수 있는 자연의 요소들은 무궁무진합니다. 
사실 체험프로그램을 하는 이유는 저희 밭멍과 영월의 상동마을을 소문내기 위해서입니다. 인구 소멸위기의 지역에 청년들이 밭멍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와서 마을과 세상의 중간 매개체가 되어, 이곳 상동이 영국 토트네스 마을처럼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기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시재생이 벽화를 꾸미고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지었던 옛날 농사 방식으로, 자연의 순리대로 하는 그 방식이 대안이 되어 청년들과 새로운 가족들이 찾아와서 이곳이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는 마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밭멍에는 든든한 프렌즈가 있어요
현재 밭멍에는 저와 제 친동생을 포함해서 총 5명의 식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밭멍을 더 널리 알려주고 전국에 퍼머컬처를 퍼뜨려줄 밭멍프렌즈라는 비장의 무기도 있지요.
밭멍프렌즈는 농사를 지어보고 싶은데 땅이 없어서 불가능했던 청년들에게 시골에 와서 밭멍을 같이 해 나가며 2주 동안 퍼머컬처 속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들은 단지 밭멍을 돕는 역할이 아니라 밭멍의 프로젝트도 본인의 일처럼 진행해보고 본인의 주특기에 맞는 다양한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재 프렌즈 3기까지 운영하고 있는데, 모집 시기에는 50명이 넘는 청년들이 지원을 할 정도로 관심이 매우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희 침대 수가 정해져 있으니 소수의 청년들에게만 프렌즈 기회를 줄 수 밖에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밭멍프렌즈는 비용을 전혀 받지 않습니다. 저희가 이걸 하려는 목적은 이 문화를 확산하고 서로 소통하며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기 때문에 서로 갖고 있는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 여기에 발생하는 비용은 모두 밭멍에서 부담하지요. 처음에 밭멍을 같이하는 친구들도 저에게 미쳤냐며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데 이걸 우리가 다 비용을 부담하며 할만큼 가치가 있는 것이냐고 계속 이의를 제기했었습니다. 하지만 1,2,3기를 거치며 밭멍프렌즈들끼리의 네트워크도 생기고, 이제는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더라도 프렌즈 청년들 덕분에 겁이 나지 않습니다. 프렌즈를 거쳐가는 청년들은 지역도, 분야도, 관심사도 굉장히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퍼머컬처와 기후변화, 환경에 관심있는 친구들을 대상으로 모집했고 선발 과정에서도 줌 인터뷰를 통해 열정과 패기가 있는 청년들을 만났기에 밭멍과 밭멍프렌즈들 사이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끈끈함이 존재합니다.


밭멍을 하면서 넘어가야할 산
“그렇게 해서 농사가 어떻게 되니?”, “그렇게 해서 돈을 어떻게 버니?”, “약 안치면 당연히 안되지~” 이런 고정관념들이 저희를 가장 힘들게 합니다. 그리고 모두가 하지 않으면 쳐다봐주지도 않습니다. 
농업기술센터에 가서 도움을 받으려고 하면, 밭멍은 다품종 생산을 하는데 무조건 주품목이 있어야 하니 안된다, 몇 헥타아르 이상 있어야 지원이 가능하다, 농업방식 자체가 생소하니 그런 지원은 없다며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딱 잘라 여지도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렉서스에서 농사펀드라는 한국 기업과 같이 전국의 탄소중립 실현을 하고 있는 농부들을 대상으로 ‘영파머스’를 모집했는데 70여 팀 중에 저희가 최종 4인에 선정 되었습니다. 렉서스가 일본 기업인데 오히려 고맙기까지 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맨날 농업기술센터에 가도 엄한 답만 해주며 안된다고 하는데 그곳에서는 오히려 우리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괴리감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막상 영파머스에 선정이 되니 농업기술센터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거꾸로 연락이 와서 밭멍에 대해 알아보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전략을 바꿨습니다. 공무원들이 해주지 않을것을 어느 정도 예상 했으니 역으로 더 유명해진 후에 공무원들이 찾아오도록 할 것입니다.  


택배 없이 밭멍이 살아남기
밭멍은 아직 농작물 택배를 발송하지 않고 있습니다. 추후에도 반경 30km내의 로컬지역부터 배송을 시작하려 합니다. 우리가 탄소배출을 적게하고 지구에게 도움이 되려고 퍼머컬처 농장을 하는 것인데 전국으로 택배를 보내면 돈을 벌기 위해 우리가 하는 목적 자체를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밭멍의 주 수입원은 다양합니다. 농산물 뿐 아니라 밭멍의 텃밭을 따라하고 싶은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에 그런 텃밭에 키울 수 있는 모종도 생산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종 생산은 마을 어르신들이 가장 잘하실 수 있는 것이기에 같이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체험하는 것 뿐 아니라 이제는 학교와 연계해서 아이들을 교육하고 그와 관련된 교구를 만들고, 민박과 스테이 등 계획 중인 것들이 너무 많아 고민입니다.
스마트팜이나 기존 관행농법으로 귀농해서 바닥부터 시작하려면 사실 억단위의 자본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밭멍을 통해 이렇게 소자본으로 귀농귀촌을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작년 10월에 시작해서 아직 채 사계절을 지내보지 않았지만 내년 이맘때쯤은 더 풍성해진 밭멍으로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태백산로 2498-9
010-8585-3061
Intragram@battmung_official
밭멍 대표 김지현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8>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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