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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안에서 다수결 방식은 민주적 방법이 아닐수도 있어요.

컬럼/홀가분연구소 가족문화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8. 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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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연구소 가족문화컬럼 10]

가족 안에서 다수결 방식은 민주적 방법이 아닐수도 있어요.

 

  얼마 전 가족회의를 시도한 가족에게서 같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가족회의를 하긴 했는데.. 민주적인 투표를 하고 난 뒤에 오히려 사이가 나빠졌어요.”
  아빠는 아들러의 심리학 저서「미움받을 용기」를 읽은 뒤,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가족회의를 시작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많은 가족들이 아이들과 함께 민주적 의사결정 경험을 늘리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가족회의 Family Council 개념은 1890년대에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이자 교육가였던 루돌프 드라이커스 Rudolf Drikes가 가족갈등 및 아동의 문제행동 해결을 위해 제안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소개해드린 가족의 회의의 시작은 일단 좋았습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가족이 주말에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을 논의하고, 장소에 대해 이야기한 후 투표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한 아이가 자기가 정말로 가고 싶지 않은 곳이 다수결로 확정되면서 갈등이 붉어진 거지요. 아이는 불만을 토로했고, 결국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가족회의는, 아빠의 진행을 따라주지 않는다고 아이를 힐책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남긴 채 끝나버렸습니다.
  과정은 민주적인 것 같았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일까요? 왜 가족회의에서 갈등이 일어난 것일까요?

 

  우리는 유년시절부터 대표적 민주주의 의사결정 방법으로 다수결 방식을 배워 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다수결이 어떤 때는 전혀 민주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셨나요? 사실 가족 안에서 갈등이 생기는 사례들을 종종 듣다보면, ‘다수결 = 민주적’이라는 잘못된 등식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니콜 키드먼 주연의「Dogville」이라는 영화를 기억하시나요? 겉으로 보기에 평화롭기만 한 작은 마을에 그레이스(니콜키드먼 役)라는 한 여인이 숨어 들어오면서 마을의 이면이 드러나게 됩니다. 주민들은 자치회의에서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투표의 안건들을 만들어내고, 그 결과에 따라 더 큰 기득권을 가지고 그레이스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폭행하며 마을 전체의 희생양으로 만들어버립니다. 바로 이 영화에서 다수결 방식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가족은 다른 조직과 다르게 그 구성원이 작지만 가장 깊은 연결감을 가지고 있는 강력한 공동체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한 사람 한 사람의 감정과 생각이 서로에게 많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수결 방식은 신속하게 결정이 된 듯 보이지만, 어떤 경우는 그 속에서는 소외된 한 사람의 안타까운 감정이 품어지며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지요.

 

  ‘다수결 = 민주적’의 등식에서 빠져나오면 무엇이 보일까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왜 그런 의사표현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미와 함께 가족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찾기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철을 맞아 모처럼 아빠는 수영장에서 알찬 주말을 보내려고 계획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수영장에 가기 싫다고, 생각지도 못했던 거부를 하네요. 자주 맞닥뜨리게 되는 이러한 상황에서 우린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요? 바로 따뜻한 가족회의가 강력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수영장을 갈지 말지에 대한 결정보다, 수영장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를 이해하는 것이 가족회의의 중요한 과정이며 결과입니다. 혹시 물에 대한 공포심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신체적 콤플렉스가 있어 수영장을 꺼려하는 것은 아닌지? 관심을 가지고 그 배경을 바라봐주세요. 콤플렉스를 가릴 수 있는 새로운 수영복을 사거나 편안한 복장으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계곡을 제안하는 등 자연스럽게 다양한 대안들이 논의될 것입니다. 가족구성원에 대한 이런 깊은 이해와 따뜻한 배려가 바탕이 되었을 때, 우리는 새로운 대안을 탐색하고 제안할 수 있게 되며 비로소 따뜻한 합의라는 결과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홀가분연구소’에서는 독자분들의 가족회의 경험담을 환영합니다. 여전히 가족회의가 너무 어렵게 여겨지지만 그럼에도 서로의 이야기에 한발짝 다가가 들어주면서 성공적인 가족회의를 이끌어내신 가족이 있으시다면, 아래 이메일로 소식 전해주세요. 매달 한 가족을 선정해 소정의 선물을 보내드리는 것은 물론 그 가족만을 위한 코칭도 해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홀가분연구소 박주연/이미혜
ohmyfamily@holga.co.kr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4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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